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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제1장 아버지의 부재, 1854년 1월~1860년 6월 제2장 힘겨운 복종, 1860년 6월~1865년 4월 제3장 쓰라린 위선과 가장된 순종, 1865년 4월~1867년 10월 제2부 제4장 내 피를 뒤섞는다, 1867년 10월~1868년 10월 제5장 중학교의 순수한 배려 그리고 잠재된 파괴성, 1868년 10월~1869년 9월 제6장 반항, 그것은 예견된 탄생, 1869년 10월~1870년 3월 제7장 나의 믿음, 나의 희망, 나의 감각, 시인의 이 모든 것, 1870년 3월~1870년 5월 제8장 하나의 무기가 되는 시, 1870년 5월~1870년 8월 제3부 제9장 가출과 번개 같은 재빠름, 1870년 9월~1870년 11월 제10장 바로 신경질을 내다, 1870년 12월~1871년 2월 제11장 꿈과 타락한 고행, 1871년 2월~1871년 5월 제12장 미지에 도달하기, 1871년 5월~1871년 8월 제4부 제13장 흔들리는 성지, 1871년 8월~1871년 9월 제14장 석학들 사이의 악마, 1871년 9월~1871년 10월 제15장 절정에서의 급속한 추락, 1871년 10월 제16장 공중 화장실에 코 박고 냄새 맡기, 1871년 10월~1871년 12월 제17장 가혹한 유배, 1872년 1월~1872년 3월 제18장 침묵, 밤, 현기증, 완강한 고집, 1872년 3월~1872년 6월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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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꿈, 시인의 삶
(1) 소년, 시를 만나다 랭보는 1854년 프랑스 북동부의 아르덴 지방에서 육군 대위와 그 지방 농부의 딸 사이에서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병영을 따라 이동하는 생활을 했고 방랑벽이 있는 탓에 거의 가족을 돌보지 않았다. 엄격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 아래서 자란 랭보는 예민하고 지적인 아이었으나,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강압적인 양육 방식 등으로 인해 늘 반항과 탈출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전 문학, 특히 라틴 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천부적인 언어 감각과 시적 감수성을 드러낸 랭보는 점차 시에서 탈출구를 찾기 시작한다. 또한 낭만주의 시인들, 빅토르 위고Victor Hugo, 보들레르, 고답파 시인 등 당대의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시의 세계로 들어간다. 랭보는 16세이던 1869년 처녀작〈고아들의 새해 선물Les Etrennes des orphelins〉을 쓴다. 이 시는 고도의 상징과 음악성을 통해 빛과 어둠, 따스함과 추움, 지나간 삶과 다가올 삶 등을 대비시킨 것으로 랭보의 시 세계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이 무렵 랭보는 억압적인 체제에 맞선 들끓는 혁명의 기운과 개인주의의 이상에 눈뜨게 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파리로 몇 차례 가출한 후 초기의 서정적 경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의 세계로 나아간다. (2) 시인 중의 시인, 견자(見者)의 길을 가다 파리에서 돌아온 랭보는 자신이 전에 쓴 시들을 가짜라고 내팽개치고, 삶에 대한 혐오감과 선과 악의 투쟁,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뒤섞인 반항적인 시를 쓰기 시작한다. 랭보는 1871년 파리 코뮌과 진압을 멀리서 지켜보았고 당시 파리를 휩쓸던 혁명의 기운과 좌절을 온 몸으로 느낀다. 반항과 혁명에 대한 공감과 그것이 좌절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는 직접적인 혁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혁명적인 시론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랭보의 시 세계를 포괄하는 시인상(像)이 바로 '견자(見者)voyant'이다. 견자는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꿰뚫어볼 수 있고 개인의 인격에 대한 인습적 개념을 형성하는 모든 제약과 통제를 무너뜨림으로써 영원한 신의 목소리를 내는 도구로서의 예언자를 뜻한다. 이 시기 그는〈모음들Voyelles〉과〈취한 배Le Bateau ivre〉 등의 시를 쓰는데, 이 시들은 음악성과 상징성을 통해 자유와 방랑이라는 견자의 상상력과 각성을 보여준다. 이 시들은 상징주의의 모범을 제시해주며 나아가 초현실주의의 전조를 보여준다. 랭보의 이 시들은 베를렌Paul Verlaine에게 새로운 시로 평가받았으며 그는 랭보를 파리의 문단으로 불러들인다. 파리에서 당대의 유명한 문인들과 교유한 후 이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혼자만의 문학 세계로 다시 침잠한 랭보는 마술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시들을 쓰기 시작한다. 베를렌과의 관계가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온 랭보는 "나는 혹독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라는 말과 함께 파멸과 환각, 착란, 구원이 드러난 일련의 시들을 쓰고 이를 《지욕에서 보낸 한 철Une Saison en enfer》이라는 시집으로 출간한다. 이 시집에 포함된 시는 리듬 있고 자유로운 어휘, 단어의 기묘한 조합, 감정의 갑작스러운 변화, 놀라운 상징들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운명과 구원을 탐색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이 시집은 랭보가 유일하게 출간한 것으로 그의 사후 1914년에 이르러서야 널리 알려지고 랭보를 위대한 시인으로 자리 매김하게 만들었다. 머무르지 않는 정신 ― 혁명, 반항, 그리고 베를렌 랭보의 문학적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를 본격적인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준 이는 당대 프랑스 시단을 이끌던 상징주의 시인인 베를렌이었다. 혁명의 기운과 억압적 체제에 대한 반감이 들끓던 파리에서 소시민적 삶에 안주하고 있던 베를렌은 예민하고 젊은 시인 랭보를 만나고 그에게 급속히 빠져든다. 랭보 역시 자신의 문학 세계와 난폭한 성격 등을 전폭적으로 수용해주는 베를렌에게 의지하고 그들의 문학적, 정신적, 육체적 유대는 점차 깊어지게 되는데 이는 파리 예술계에서 스캔들이 되기에 이른다. 랭보와 아내 사이를 방황하다가 급기야 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상을 입히는 것으로 끝난 그들의 관계는 단지 동성애 관계로만 이해되어왔으나, 사실 베를렌은 랭보를 문단에 알린 사람이며 랭보가 문학을 포기한 이후에도 랭보의 미발표 시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베를렌을 통해 경험한 파리에서의 생활은 랭보에게 환멸을 안겨주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과 코뮌의 실패 이후 파리는 허영심과 탐욕이 가득한 부르주아들이 판치는 곳으로 변모하고 혁명과 전복을 외치던 시인들을 비롯한 예술가들도 안정과 겉치레에 몰두한다. 랭보는 동경과 열망의 대상이었던 파리와 시인들로부터 느낀 환멸을 무례하고 난폭한 행동으로 표현하고 끝내는 랭보를 후원했던 예술가들도 그에게서 점차 등을 돌린다. 경멸과 냉소를 통해 환멸에서 벗어나고 절망에서도 벗어나려 한 랭보는 오로지 시 쓰기를 통해서만 자신의 고통을 비우고, 자유로워지며, 비밀을 털어놓고자 한 것이다. 파리와 고향, 런던 등지에서의 생활, 베를렌과의 만남과 이별 등을 거듭하면서 랭보는 철저히 자신과의 투쟁 속에서 대표적 시집인《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채색 판화집Illuminations》(이 시집에 실린 시는 베를렌에 의해 소개되어 1895년 랭보 사후 출간되었다)에 실린 시를 써나갔다. 이처럼 안주와 머무름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며 방랑과 모험을 추구하는 정신, 바로 이것이 랭보의 삶과 시를 지배하는 정신이었다. 미지에 도달하기 위해 방랑을 감행하다 기나긴 방랑과 절망을 거듭하던 랭보는 1878년 마침내 상인-탐험가의 삶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랭보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는데 흔히 이 시기는 '랭보의 침묵 시기'로 규정되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시기에 랭보는 프랑스에서 시인으로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파리의 전위파 시인들 사이에서 그는 추앙받고 새로운 문학 운동을 촉발시킨다. 또한 이 책에서 랭보의 삶을 추적하는 데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가족과 친구들, 사업상의 관계자 등에게 보낸 200여 통의 편지는 랭보가 새로운 삶, 즉 전과는 다른 새로운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를 통해서 현실로부터 끊임없이 탈출하고자 했던 랭보가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땅에서의 새로운 삶을 통해 자유를 발견하고자 했음을 말해준다. 유럽 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쟁탈전이 한창이던 19세기 말 랭보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등지의 건설 현장, 커피 농장, 무역 회사 등에서 일하기도 하며 무기 매매를 위해 직접 낙타 대상을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기도 한다. 고독과 질병, 채워지지 않는 삶에의 강한 열망 등은 아프리카에서도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으며 그는 그럴수록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랭보의 이러한 삶은 그가 단지 몽상가이거나 현실을 부정한 젊은 시인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 껴안기’를 통해 세상과 자신의 삶을 바꾸어나가려고 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삶을 등진 신화로 남은 천재 시인 랭보는 삶에 대한 치열한 열망과 끊임없는 자기 파괴를 통해 완전에 도달하고자 했던 진정한 예술가, 현실 속의 인간으로 거듭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