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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과 마주한 청소년들에게
유충렬전을 읽기 전에 자미원 대장성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다 ●동양과 서양의 상상 동물 - 어서 오세요, 여기는 상상 동물원입니다 아이 잃은 부인의 울음소리 물살에 휩쓸리다 ● 옛사람들의 별자리 이야기 -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아, 내 운명을 말해 다오! 은인을 만나 목숨을 구하니 하늘이 정한 일이라 영웅은 산중에 있고, 나라는 위태롭도다 ●중국 오랑캐의 유래 - 오랑캐 사이로 종횡무진하다 천사마 높이 날고 장성검 번뜩이다 천신의 대결이 땅을 뒤흔들다 ●동양의 무인 vs 서양의 기사 - 긴 칼 옆에 차고 금빛 갑옷 번쩍이니 복수의 칼바람 일어 세상을 바로잡다 난을 평정하고 부모를 모시러 가다 도원수 귀환하니 만세 소리 가득하다 ●조선 후기 대중 소설의 유통 - 집집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 넘쳐흐르네 유충렬전 깊이 읽기 유충렬전을 읽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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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멀리 오랑캐 땅으로 귀양 가신다 하니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대로 우선 화를 피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나 같은 여자는 생각지 마시고 어서 여기를 떠나십시오.”
이어 강 낭자는 붉은 치마 한 폭을 떼어 두 마디 글귀를 지어 주며 말했다. “당신이 떠나시면 언제 다시 보겠습니까? 저는 황제의 명에 따라 노비가 될 것이니 죽어서나 다시 볼까 합니다.” 갑작스러운 불행에 손쓸 도리가 전혀 없는 충렬은 더없이 비통하였으나 급히 짐을 꾸려 정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강 낭자와 생이별하게 된 충렬의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77쪽 마룡은 말을 타고 기세 좋게 나섰다. 그러나 북적의 진중에서 하늘의 기운을 살피는 도사 진진이 나와 마룡의 앞을 막아섰다. “대장은 가지 마시오. 적장의 갑옷과 투구, 창검을 보니 이는 용국의 조화라. 몇 년 전 대장성이 남경에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검술을 보니 자미원 대장성의 기운이 저 칼에 서렸고, 일광주와 용린갑은 저 장수의 몸을 가리고 있소. 저자는 천신이오, 말은 비룡이니 누가 능히 당할 수 있겠소?” ―112~113쪽 마철이 소리를 지르며 원수를 맞아 싸웠으나, 반 합이 못되어 철퇴가 부서지고 창검마저 떨어졌다. 마응과 마학은 마철이 혼자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일시에 좌우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원수의 투구와 갑옷은 하늘이 내린 것이요, 용궁의 조화로 이루어진 것이니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화살 하나 철탄 하나가 닿을 수 없었다. 장성검은 번개가 되어 동쪽 하늘에 번뜩하며 마철의 머리를 베고, 남에 번뜩하며 마응의 머리를 베고, 중앙에서 마학의 머리를 베었다. 적진의 팔십만 대병을 순식간에 섬멸한 원수는 천사마를 재촉하여 가달왕 앞에 다가섰다. ―159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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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렬전, 18세기 후반 조선을 고발하다
작자 미상의 『유충렬전』이 창작된 시기로 짐작되는 18세기 후반 조선은 정치와 경제, 사상적인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충돌이 일어난 혼란한 시대였다. 정조의 때 이른 죽음으로 세도 정치가 판을 치고, 임금은 허울만 남은 존재가 되어 나라의 기강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이때 등장한 『유충렬전』은 민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다. 소설을 접하는 동안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고, 혼란한 시대에 맞서는 영웅의 출현이 반갑기 때문일 것이다. 『유충렬전』이 19세기에 등장한 영웅 소설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런 영향이 컸다. 필사본, 목판본, 활자본 등 『유충렬전』의 이본을 모두 합하면 무려 50여 개가 넘는다는 사실로도 당시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유충렬전』을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지만 그중 꽤 설득력이 있는 것은 병자호란에 대한 민족적 울분과 복수심을 드러내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 영종 황제 시대를 배경으로 오랑캐를 정벌하는 데 이견을 보이는 유심과 정한담, 오랑캐들의 침략, 무능하고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황제의 도망, 오랑캐에게 볼모로 잡혀간 태자, 오랑캐의 침략으로 고생하는 민중들의 모습은 병자호란 전후의 조선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가운데 유충렬이라는 하늘이 내린 영웅이 등장해 정한담을 비롯한 간신과 오랑캐를 무찌르고 혼란에 빠진 나라를 구한다는 결말은 병자호란의 치욕을 감내해야 했던 조선의 민중들에게 통쾌함을 던져 주었을 것이다.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은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줄 초인적인 영웅을 꿈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 작품을 통해 걸출한 영웅이 창조된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수록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는 민중들로서는 허구의 인물이나마 외세와 위정자들에게 대항해 싸우는 영웅이 절실했을 것이다. 조선 후기, 『유충렬전』을 비롯한 많은 영웅 소설들의 대중화는 민중들이 처한 현실의 고통을 짐작하고, 안정과 평화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요구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셈이다. 병자호란을 겪은 뒤 급격히 쇠퇴하던 조선과 백성들의 어려움엔 아랑곳하지 않고 당쟁과 축재에 여념이 없었던 위정자들을 명나라와 오랑캐에 빗대어 고발한 『유충렬전』은 올바른 정치와 국가관에 관해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보기 드문 고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계속되는 고난 속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도망치거나 죽음을 결심하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유충렬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청소년들은 우리와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영웅의 이야기가 더욱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