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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를 읽기 전에
자청하여 태어난 자청비 -우리 신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_네 이름은 뭐니? 운명적으로 만난 하늘나라 문도령 문도령과 몰래 맺은 하룻밤 인연 -헤어지며 나누는 물건_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외로운 자청비와 하인 정수남의 싸움 정수남의 귓구멍에 꽂힌 담뱃대 청태산 할망의 베 짜는 여인 -하늘과 땅, 오르내리기_하늘 통로의 수수께끼 자청비, 칼 선 다리를 타고 나서 문도령과 혼인하다 -삼세번의 의미_숫자 3의 신화적 비밀 문도령의 죽음과 서천꽃밭 길 뼈가 붙고 살이 오르는 환생꽃 -신화 공간 탐구_서천꽃밭에 가 보자! 인간 세상에 내려온 세 세경신 -이본 살펴보기_세경본풀이 다시 보기 『자청비』 깊이 읽기 『자청비』를 읽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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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멀리싸기’ 시합까지 당당히 겨룬 자청비는 누구인가?
자청비는 제주도 무당들이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 「세경본풀이」의 주인공이다. 「세경본풀이」는 ‘세경신의 근본을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뜻으로, 세경신은 농사의 신을 말한다. 부모가 자청하여 낳은 딸이라 이름 붙여진 자청비는 이름답게 활달한 여성으로 살며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 농사의 신인 세경신이 된다.
집안은 넉넉하지만 늙도록 자식이 없던 김진국, 조진국 부부는 정성을 들여 아이를 점지받는다. 하지만 약속한 동쪽 절 대신 가까운 서쪽 절로 가고, 또 시루할 곡식을 조금 덜어내는 등의 실수를 범해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난다. 자청비는 딸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다락방을 지으며 놀 정도로 활달한 성격을 보인다. 빨래를 하면 손이 고와진다는 얘기를 듣고 온 집안의 빨랫감을 모아 연하못으로 빨래를 하러 갈 정도로 마음먹은 일은 곧장 해내고 마는 성격이다. 연하못에서 만난 문도령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남장을 하고 부모 곁을 떠나고, 사랑하는 남자와 3년을 함께 지내는 동안 글공부, 재주공부만이 아니라 달리기, 씨름, ‘오줌멀리싸기’ 시합을 당당히 겨뤄내며 여자도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청비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도령과 혼인하기 위해 칼 선 다리를 건너는 등 자청비는 운명에 당당히 맞선다. 온갖 시련을 이겨낸 자청비는 마침내 농사의 풍흉을 좌우하는 세경신이 된다. 요즘 세상에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자청비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인물로 살아간다. 먼 옛날, 신화 속 등장인물이지만 자청비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적극적인 성격을 지녔기에,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물이며 현대 여성들이 닮고 싶어 할 만큼 당찬 여성상임에 틀림없다. 자청비 신화는 서사시, 뮤지컬, 옛이야기,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품으로 다시 쓰여지고 있다. 자청비 캐릭터가 오늘날 되살아나는 것도 이야기의 흥미진진함과 ‘자청비’라는 인물이 가진 특유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화 속에 스며든 우리네 성품-내 사랑 낭군도 살리고, 원수 같은 종놈도 살리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만큼 자청비가 겪어내야 하는 사건도 참 많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기도 할 뿐 아니라 문도령과 혼인하기 위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칼 선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남편을 살리려고 서천꽃밭에 들어가 꽃감관 막내사위가 되기도 하고, 시아버지 문선왕을 구하려고 단숨에 적군을 무찌르는 전사가 되기도 한다. 전쟁터에 나가서는 칼을 오른쪽으로 한 번 휘둘러 삼천 명을, 또 왼쪽으로 한 번 휘둘러 삼천 명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소 황당무계한 것 같지만 현대 판타지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채로운 모험과 상상의 세계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자청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자청비는 자신을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힌 정수남을 죽이지만 결국에 환생꽃을 가져가 살리고 함께 세경신이 된다. 이러한 관계 설정을 보면, 신화 속에 비친 우리 민족의 성품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하늘과 땅, 저승과 이승, 남자와 여자, 사람과 자연, 선과 악이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그리하여 세상에서 비록 나를 괴롭힌 원수일지라도 내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마음을 품는 것. 이것은 곧 우리 민족의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름지기 농사의 신이라면 식물을 키우고, 동물을 먹이는 땅의 마음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농사와 사랑은 다른 일 같지만 길고 긴 어려운 과정을 겪어내야 하는 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품을 정도로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진 자청비가 농사의 신인 세경신이 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기획된 우리 신화 읽기 자청비 신화는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 만큼 그동안 출간된 책이 많지 않다. 원전에 있는 내용을 지나치게 삭제하거나 바꾼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박씨같이 고운 발로 칼 선 다리 건너니』는 나라말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신화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그렇듯 청소년 대상으로, 원전을 훼손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더욱이 이번 작업은 서울대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조현설 선생이 함께해주었다. 중고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문장은 쉽게 풀어쓰고, 이야기의 흐름이라든지 무가의 말맛을 고스란히 살렸다. 시원스러운 필치와 경쾌한 색감으로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낸 그림쳀 눈을 즐겁게 한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이야기 속 이야기’, 이야기를 알기 쉽게 해설해놓은 ‘깊이 읽기’는 우리 신화에 대한 이해와 배경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내용과 주제를 중심으로 해설하고, 이야기 내용을 현재적 의미로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와 단편적인 질문이나 단답형이 아닌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한 문제로 구성하여, 국어시간에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