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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花信 알 수 없다 마당 속풀이 아홉 아침 정전 밋소리 만월 무덤 속 살림 슬픈 몬순 화분이 과분하다 2. 북방 야식 햇볕 한 줌의 집 멀리 보인다는 것 겨울밤 처가 삼간 北魚를 찢으며 남남북녀 평양의 하루 눈보라 치던 날 백석을 찾아서 구슬비 아야진 서더리 삼팔교 너머 늙는 법 모스끄바의 밤 聖 빼쩨르부르그행 야시장 보이지 않는 역사 3. 창동역에서 절반 날궂이 메리 성탄 전야 시민 K 나주곰탕 운구를 기다리며 오월의 소리 오월 여관 마라톤주의자 아메리칸 푸토피아 어금니를 뽑고서 4. 때꺼우 땡삐 꺼꾸리 망려 외가 귀향 꽃샘 추위 첫눈도 내리련만 마포 바지라기 대인시장에서 고향길 애간장 마당을 쓸며 작품해설/홍용희(문학평론가) 북방, 그 낯선 그리움 |
鄭喆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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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처의 고향은 가지 못하는 땅
함흥하고도 성천강 물맞이 계곡 낙향하여 몇 해라도 살아보재도 내 처의 고향은 닿지 못하는 땅 그곳은 청진으로 해삼위로 갈 수가 있어 싸구려 소주를 마시는 주막이 거기 있었다 솔개가 치운 허공에 얼어붙은 채 북으로 더 북으로 뻗치는 산맥을 염원하던 땅 단고기를 듬성 썰던 통나무 도마가 거기 있었다 등짝짐에 철모르는 아이를 묶고 우쑤리로 니꼴스끄로 떠나갈 때 바람도 서러운 방향으로 휘돌아치고 젊은 장인이 불알 두쪽에 맨주먹을 흔들며 내려오던 땅 울타리콩이 새끼를 치고 홀로 국경을 지키는 오랑캐꽃이 거기 있었다 --- p.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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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적 서정시의 한 정형이라 할 그의 작품들은, 첫 시집에서보다 더 견고해졌다. 북방의 낮섦, 역사의 순례, 광주의 상흔들을 다룬 시편들 앞에는 「봄날」, 「花信」, 「아홉 아침」과 같은 일상의 서정을 담은 시편들이 있다. <봄날 녹슨 함석지붕이 운다/봄바람에 어깻죽지를 들썩이며 운다>(「봄날」), <내 사는 타향까지/풋내 나는 꽃은/왜 북상하는 게오/꽃이 올라오오>(「花信」), <오느냐 새벽아/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알 수 없다」)에서 보듯, 시인의 정서를 버티는 관조적 시선은 슬픔의 정서와 그리움, 무색무취의 침묵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목소리는 2부, 3부의 시편들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층>에 자리잡은 <북방에 대한 간곡하고 애뜻한 기억들>을 내밀하게도 구현해 낸다. 앞에서 밝혔듯이, 시인의 가족사적인 토대는 북방과 연관되어 있다. 시인은 많은 경우, 북한 지역은 물론 러시아, 중국 등지의 곡진한 정취와 풍광을 그려 보여주는데. 이것은 <북방의 정서를 표면으로 끌어올려 현현시킨 의미를 지닌다>(홍용희). 우리가 갖고 있는 북방의 정서는 잠재 의식 속에 면면히 내재하는 원형심상에 해당한다, 과거 역사의 무대였던 곳, 저편의 역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해방의 출구로 존재하는 광활한 상상의 대륙>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러한 북방의 정서를 견고하게, 그리고 화자의 주관을 적절히 조절해 간다. 두만으로 압록으로 말을 몰던 유격대의 자손도 늙어 등 굽은 서너 명 모스끄바의 낡은 아파트에 둘러앉아 아버지가 먹었다는 산국을 끓이던 날 망명지의 밤으로 눈은 내리고 돌아갈 조국은 어디런가 내 부모는 형제는 피붙이는 그리움은 모두 설국에 묻혀 눈보라가 치고 술을 마신다 --- 「눈보라 치던 날」의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