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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_ 내 안에 계신 작은 하느님
오정희 _ 딸의 어머니 함정임 _ 그 옛날 어머니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황주리 _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 나의 애창곡 이윤택 _ 나를 부끄럽게 하는 이바구 서하진 _ 발길을 돌리려고…… 이명랑 _ 어머님의 손을 놓고 떠나올 때에 김세영 _ 산골짝의 등불 공선옥 _ 울 엄마는 아랫정재나무에 계신다 조현 _ 저 비둘기를 잡지 마라 임진모 _ 어머니의 애창가요 선집 박재영 _ 왜 하필 섬마을 총각 선생님이었을까? 김수정 _ 이놈들아, 어서 커라! 윤숙자 _ 검지손가락의 흉터 신승철 _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 이홍렬 _ 나는 오늘도 기적을 꿈꾼다 고진하 _ 만경창파 위로 띄운 그 노래 김문환 _ 훈장 황아라 _ 모정의 세월 김다은 _ 아모레 미오 김지혁 _ 연결의 실타래 이상금 _ 치마저고리 최선호_ 영원한 사랑 설도윤 _ 나 어릴 적 속상해 울던 어머니 김현진 _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
李海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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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끼이를 돌리려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써어지 안는 거어쓴 미련인가 아씨움인가아…… 시어머니가 운을 떼면 아들들이 뒤이어 합창을 한다. 가씀에 이 가쓰으메 심어둔 그 싸아랑이 이다지도 깊을 줄을 나안 정말 모올랐었네에에에 아아아아 아아아아 진정 난 몰라았었네에에에…… 중간중간 시어머니는 춤추듯 한두 바퀴 맴을 돌고 사위와 딸들이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노라면 지나던 사람들이 싱글거리며 쳐다보지만 시어머님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어머님 오늘 그 노래 열 번은 부르셨어요. 그 노래가 그리 좋으세요? 어머님은 눈을 뜨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셨다. 노래 안 좋으나, 가사도 그렇고. 말씀을 길게 하는 양반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는 또 물었다. 그래도요, 어머님,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 같잖아요. 그래 들리드나, 하신 시어머니가 피식 웃음을 흘리셨다. 내가 야야, 몇 번이고 발길을 돌리라꼬, 돌릴라꼬, 카다가 못 돌렸잖나…… 열아홉에 시집가주고…… 옛날에 말이다……
--- <발길을 돌리려고>(서하진) 글 중에서 하루는 집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원고를 치고 있는데 옆에서 물으셨다. “이거 한 장 치는 데 얼마고?” 하고. “십만 원 정도 하요” 했더니 “뭐라꼬?! 그리 많이 주나? 그라믄 내 이바구 받아쓰라. 한 장에 만 원씩만 나 주고” 하셨다. 타이핑된 원고 한 장이 십만 원쯤의 돈으로 환급된다는 말에 어머니는 놀라셨다. 그리고 당신의 이바구를 드라마로 꾸미면 우리 집안이 졸지에 벼락부자가 될 거라고 믿으셨다. “니가 쓴 드라마를 봤는데 재미없더라. 시시콜콜한 월급쟁이들 사랑 타령이 이바구거리나 되나? 니는 내 이바구 대서방 노릇이나 하믄 되는기라” 하면서 어머니는 이번 기회에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털어놓으려고 하셨다. 나는 아차 싶어서 엉뚱한 꾀를 내어 “나한테 털어놓기 전에 녹음기에 대고 이바구를 하소” 했더니 “사람이 사람한테 이바구를 해야지 녹음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하노” 하여서, “아, 어무이 말을 어째 다 받아 치요. 우선 녹음기에 대고 말을 해놔야 내가 듣고 또 듣고 하믄서 이야기를 꾸밀 꺼 아니오” 했다. 그날부터 어머니에게는 새로운 말동무가 생겼다. “아, 아, 내 말 들리나? 잘 들리나? 예예, 제가 황두기올시다. 그라믄 마 녹음합니다……”로 시작된 어머니의 이바구는 벌써 테이프로 몇 십 개가 되었다. 이 테이프는 고작 한두 달 사이에 녹음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녹음기와 그보다 더 오래는 친하지 못하셨다. 아무래도 사람한테 말을 해야 신명이 나지 기계에 대고는 그러지 못하며 재미도 없고 생각도 잘 안 난다는 것이다. --- <나를 부끄럽게 하는 이바구>(이윤택)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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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의 가장 포근한 집, 아름다운 노래, 한결같은 기도이다!
우리나라 각계 명사 25인이 부르는 어머니 찬가! 노래의 힘으로 평생을 사신 어머니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 원고 한 장 십만 원이라는 아들의 말에 자기 대서방 노릇이나 하라며 한껏 이바구를 늘어놓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연분홍 치마를 봄바람에 휘날리며 그네를 타고, 일 년에 두 번 수녀 딸들과의 만남을 위해 재봉틀을 매만지고, 탁주 두어 사발에 상기된 얼굴로 몇 번이나 발길을 돌리려 했으나 차마 돌리지 못했다는 사연을 풀어놓으며, 자식들에게 용돈을 의지하게 된 이후로는 애절한 노래를 흥얼거리다 마지못해 아쉬운 소리 한마디 내뱉는 우리 어머니들의 삶! 지난 수십 년간 이 땅의 어머니들은 격동과 고난의 시기, 곡절 많은 삶을 살아오면서 저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언어, 노래를 간직해왔다. 열아홉 살 새색시의 들썩이던 마음을 다잡아주었던 <발길을 돌리려고>,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설움을 시원스레 날려 보냈던 <섬마을 선생님>, 임의 소식을 실은 파랑마차를 기다리며 위안을 삼던 <진달래시첩>, 애달픈 내 맘도 모르고 엄마 홀로 부르던 <동무 생각>, 한 땀 한 땀 누비이불처럼 삶을 바느질할 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동백아가씨>, 몸 안에 꿈틀거리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달래주었던 애창가요 선집, 그리고 아들과 함께 나선 산책길에서 낮은 음으로 따라 부르던 올드 팝송들까지……. 푸르스름한 한복의 허리께를 허리띠로 졸라매고 봄풀 파릇하게 돋아난 강가의 밭둑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해지는 저녁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서서 청아한 목소리로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울화가 치밀 때면 생생한 리듬과 장담에 맞춰 오줌줄기처럼 시원하게 잔소리를 뿜어내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면 허리를 흔들흔들 신명나게 춤을 추며 노래 한 자락을 뽑아내고, 심지어 투병 생활을 하는 중에 기운이 날 때면 음정?박자 무시하고 노랫말을 낭송하곤 했다. 이처럼 노래는 어머니의 삶을 지탱해온 힘의 원천이자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해인, 오정희, 함정임, 황주리, 이윤택, 이홍렬 등이 차분하게 담아내는 어머니와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은 우리에게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살아 있는 텍스트와 깊은 울림을 지닌 옛 노래의 감미롭고 달콤한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언어, 어머니의 노래! 격동과 고난의 삶을 가로질러 눈물을 진주로 승화시킨 어머니 그 가슴속 깊은 곳에는 곡절 많은 삶을 지탱한 노래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어머니를 여읜 이해인 수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풀어놓는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남편이 행방불명되고, 홀로 4남매 뒷바라지를 하며 임을 기다리는 기약 없는 세월을 보냈던 어머니는 <진달래시첩>을 부르며 가슴 절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세월을 대신했다. 이제 지상에 남겨진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를 추억하며, 어머니는 하늘 소풍을 떠나서도 자식들에게 “가장 포근한 집이자 아름다운 노래이며 한결같은 기도”라고 털어놓는다. 어머니의 딸이자 딸의 어머니 위치에 있는 소설가 오정희는 같은 여성으로서의 동질감과 이해, 어머니와 딸이라는 운명적 관계에 대해 한 박자 느린 속도로 되짚고 있다. 먼 훗날 자신은 딸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을 것인지, 그리고 자신은 딸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자문하는 그의 글에서 심오하고 철학적인 여운이 묻어난다. 소설가 함정임은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막연한 슬픔과 동경, 인생의 비릿하고 달콤한 감정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화가 황주리는 지나간 세월 흥얼거렸던 노랫말을 되새김질하며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자신의 애창곡이 되어버린 사연을 이야기한다. 극작가 이윤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계속되었던 어머니의 잔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쩡쩡한 음성에 고단수 화술을 사용하여 말다툼을 즐기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참을 수 없는 패악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그리고 글쓴이를 지탱하게 하는 생명력 있는 노래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나던 사람들이 싱글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두 바퀴 맴을 돌며 춤추듯 노래를 부르는 시어머니에 대해 쓴 소설가 서하진, 아쉬운 말 한마디 하지를 못해 아침부터 강판에 감자를 갈다 말고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작가 이명랑, 부부싸움을 할 때면 어김없이 가출을 감행한 후 한밤중에 창문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아들 이름을 속삭이던 사연을 엮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 등의 글은 과거 가난하고 고단했던 삶의 이면에 훈훈한 정과 해학 넘치는 웃음을 안겨주는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