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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학산문선을 발간하며
일러두기 문장의 근원을 찾아서[文章中原論] 제1부 삶을 돌아보다 후회 없는 삶 나에게 보내는 편지 시를 버릴 수 없는 이유 쓰이면 나가고 버림받으면 물러나다 꿈속의 도서관 천지간의 즐거운 일 선화패 놀이와 '골국지' 한시도 잊지 않으리 제2부 천고의 벗을 사귀다 세 가지 복을 지닌 다산 정약용 홍석주와 쌍벽을 이룬 대산 김매순 문장이 뛰어난 무골, 덕옹 상득용 드러나지 않은 사귐, 경당 윤정진 기학학의 스승, 김영 후생가외, 환재 박규수 또 다른 나, 연암 박지원 천하의 귀한 인연, 박옹 이명오 천하를 놀라게 할 순계 이정리와 염재 이정관 제3부 선비로 살아가다 곡식을 옮길 수 없는 이유 종이 위의 곡식 진정한 왕이 일어나면 예방과 조리 지방관의 고충 금수보다 못한 인간 독이 된 명문거족 천하가 좋아하는 이익 제4부 사유의 집을 짓다 서로 다른 성性 깨달음의 부적 모두가 천하의 아름다운 볼거리 함께 독서할 만한 사람 몸가짐의 색상色象 꿀물에서 얻은 진리 안과 밖의 경계 지극히 큰 밝음 산에 맹세하고 나뭇잎을 읽다 제5부 문학을 이야기하다 천하의 지극한 보배 동해의 도서관 종이와 먹 밖의 세상 지어지지 않은 글 지어지지 않은 글의 서문 살아 있는 문자 상상의 정원 새우 넓적다리 집 천하의 기이한 문장 문장의 근원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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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주 산문의 특징
홍길주 산문의 특징은 한 마디로 역설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역설은 독자의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의미전달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독자의 식견과 안목을 확장시키는 데에도 유용하다. 홍길주는 이러한 역설에 바탕을 둔 대전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발한 논증, 그리고 마지막 재확인으로 이어지는 논리 구성을 통해, 독자의 편협한 시선을 뒤집고 비판의 날을 세운다. 19세기 당시 사대부들은 유자라는 허울 아래 이기심성理氣心性과 같은 추상담론만 일삼을 뿐, 효제충경孝悌忠敬처럼 생활의 덕목을 실천하지 못했고, 의복이나 음식처럼 백성들의 삶과 밀접한 사물에 대해 무관심하였다. 매해 계속되는 흉년과 기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민란 등으로 인해 사회가 극도로 피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대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편협한 학문관과 무관하지 않았다. 홍길주는 여기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학문의 방향을 틀어라. 백성들의 울부짖음을 들어라. 사대부의 본분을 다하라. 이와 같은 200여 년 전 홍길주의 외침을 "상상의 정원"이 독자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홍길주는 이러한 논리 속에서 문자의 살아 있음을 강조하는 가운데 소리와 색깔을 말한다. 붓에 먹물을 적셔 종이 위에 써 놓으면, 종이는 희고 먹은 검어 두 빛깔일 뿐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종이 위의 좋은 글을 보다 보면, 문득 눈부신 오색을 보고 아름다운 오음을 듣게 된다. 풀을 뜻하는 초草 자에도 여린 초록빛부터 누런 낙엽 빛까지 오색이 감도는 법이며, 바람을 뜻하는 풍風 자에도 다양한 소리가 담겨 있다. 이 소리와 빛깔은 제자리에 놓일 때만 밖으로 드러나는데, 홍길주는 이 순간을 ‘섯돌며 물결이 치는 듯 종이 위에서 뛰놀게 하여 붙들려 해도 고정시킬 수가 없고, 잡아 누르려 해도 머무르게 할 수 없는 경계’라 표현했다. 한 글자도 뺄 수 없고 한 글자도 더할 수 없이 잘 지어진 글은 한 폭의 고운 수채화요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이다. 당대의 대산臺山 김매순金邁淳은, “그대의 글은 모두 마음속의 깨달음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기이한 생각과 묘한 짜임새가 아무 것도 없는 땅에서 솟아 일어나니, 이는 이른바 하늘이 내린 것이라 하겠다. 다른 사람은 비록 이를 배우려 해도 절대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라고 극찬했던 것이다. 역설이 지배하는 공간 꿈과 현실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된 세계에서 나뭇잎은 읽을 수 없는 대상이지만,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되는 상식이 무너진 공간에서는 나뭇잎 읽기는 가능하다고 홍길주는 주장한다. 꽃도 읽을 수 있고, 하늘도 읽을 수 있으며, 바람도 읽을 수 있다. 이런 시적 언술이 일상이 되는 공간은 역설이 지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책을 읽고 의미를 깨닫는 일련의 과정이 독서라면, 상식의 공간에서 책은 활자로 된 텍스트다. 하지만 역설이 가능한 공간에서의 책은 활자로 된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깨달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책이다. 사람도 책이요, 짐승도 책이다. 이처럼 역설의 공간은 좁으면서도 넓고 질박하면서도 화려하며, 소통의 공간이다. 이곳은 그 크기를 한정할 수도 없고, 고정된 기구가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정확한 해석도 불가능한 공간이다. 그런 만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홍길주의 생각은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이번에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태학산문선] 28번쩨로 나온 홍길주의 산문집 "상상의 정원"에는 인생을 사는 데 지혜가 될 홍길주의 주옥 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