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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n D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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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편의 컬트영화 같은 소설《폭우》출간
대중 소설의 또 다른 출구가 될 책세상의 메피스토가 네 번째 책《폭우Regenroman》를 내놓았다. 독일의 촉망받는 여류작가 카렌 두베Karen Duve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력뿐만 아니라 신랄한 유머와 재치 있는 비틀기로 출간 당시“독일문학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가”하는 논란을 낳았다. 카렌 두베는 여류작가에게서는 찾기 힘든 매우 혹독하고도 잔인한 시선으로 야비한 언어를 구사한다.《폭우》는 시체와 삐걱거리는 대들보, 이끼 냄새, 습기, 썩어가는 시체로 북적거리지만, 단순한 범죄소설은 아니다. 이 작품은 영원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를 통해 인간 내면의 은밀하고 깊숙한 곳을 파헤친다. 《폭우》는 거칠고 생생한 컬트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기괴하지만 무엇인가가 해소된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부패한 세계 속에서 허우적대는 인간을 냉정하게 성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엽기적인 아이디어와 치밀한 장면 구성, 간결하면서도 인상 깊은 문체로 음울한 풍경을 개성 있게 그려내고 있다. 2. 세상을 삼키려는 듯 쏟아지는 비,《폭우》 삼류작가 레온은 지하세계의 보스인 피츠너의 자서전을 써주기로 하고 거액을 받는다. 그 돈으로 레온과 마르티나는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구동독 지역의 작은 마을에 집을 마련한다. 그러나 원초적인 자연에 자리 잡은 이상적인 집은 이 세상을 죄다 삼키려는 듯 쏟아지는 비에 무기력하게 썩어간다, 마치 시체처럼. 레온이 비에 저항하면 할수록 운명은 더욱더 가혹하게 그들을 몰아붙인다. 백만대군처럼 몰려드는 달팽이 떼에다 요상한 슐라이 자매, 음산하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잡화상인, 레온의 글에 만족하지 못하는 피츠너, 돈과 권력 앞에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친구 하리, 남편보다 개에게 더 애정을 느끼는 아내 마르티나……. 폭력 앞에서 레온의 그 잘난‘작가 정신’은 무력할 뿐이다. 비는 내리고 또 내린다. 어느 날 레온을 방문한 피츠너가 살해되고 살인에 가담한 아내와 슐라이 자매가 시체를 늪에 매장한다. 레온은 끊임없이 내리는 비가 얼른 세상을 삼켜버렸으면 한다. 가장 이상적이었던 집은 이제 물로 차버리거나 가라앉거나 아니면 다 무너질 지경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번지듯 그는 참담할 정도로 모든 열정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잠들고 싶다. 가능한 한 깊고 오래. 그리고 깨어나고 싶지 않다. 3. 부패한 세상에 바치는 몰락의 서사시,《폭우》 소설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비는 거의 쉬지 않고 내린다. 지상의 모든 피조물을 벌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킨 <구약성서>의 신처럼 비의 여사제 카렌 두베는 자신의 소설을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물로 적신다.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에게 재앙과 불행을 선사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레온은 비속하고 약하다. 그리고 고독하다. 또한 죽음에 쉽게 유혹당하는 낭만주의자다. 그는 아내에게서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을 유혹하는 변태적인 이웃집 여자 이사도라에게 끌리게 되며 그녀와 더불어 육체의 원초적 결합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결합은 자연과의 최종적인 결합을 준비하는 전주곡일 뿐이다. 다른 인물들의 운명도 레온보다 나을 것이 없다.《폭우》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대부분 극복할 수 없는 고독에 시달리고 타인의 육체와 사랑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 충족과 조화를 찾지는 못한다. 카렌 두베는 모든 인간적 추구를 은밀히 비웃고 삶의 본질적 비속함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4. 카렌 두베, 남성성의 신화에 야유를 보내다 몰락의 서사시《폭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문학적 테마가 담겨 있다. 레온이 느끼는 문학과 삶의 갈등, 통일 후 동서독인들의 반목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카렌 두베가 가장 예리하게 분석해내고 있는 테마는 남녀 간의 갈등과 투쟁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레온과 피츠너 등은 남성의 몇몇 전형이며, 마르티나와 슐라이 자매는 이들과 대비되는 여성상이다. 이 인물들의 대립과 갈등을 묘사하는 카렌 두베는 거짓된 화해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피츠너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는 레온과 달리 마르티나는 자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힘에 대항한다. 레온보다 집 수리에 능한 슐라이 자매를 등장시켜, 자신이 남성임을 그리고 여자는 말 잘 듣고 밥이나 잘 지으면 된다고 늘 뇌까리는 레온과 대비된다. 결국 레온은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순간에도 스스로 자신을 구하지 못하고 슐라이 자매의 도움을 받게 된다. 레온은 마르티나와 슐라이 자매가 저지르는 살인이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여자들을 비난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고. 카렌 두베의 비판적 시선은 무엇보다 남성에게로 향해 있다. 그녀는 남성성의 신화에 야유를 보낸다. 5. 카렌 두베는 최근 젊은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독일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동서 냉전의 상징물인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1961년에 태어난 그녀는 고교 졸업 후 교정을 보거나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런 생활은 그녀가 스물여덟에 글을 쓰며 살아가기로 결심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녀는 이후 발표한 작품들로 베티나 폰 아르님 상, 베를린의 문학 서클 리터라투어 베르크슈타트가 수여하는 오픈 마이크 상 등을 받았다. 1999년에 발표한《폭우》는 그녀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되자마자 외설적이다 싶게 거침없고 치밀한 인간 행동과 심리 묘사로 독일과 스위스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다. 부패한 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실존의 깊이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컬트영화와 같은 엽기적인 장면 구성과 간결한 문체로 세기말의 음울한 풍경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세대의 독일문학을 이끌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그녀에게 언론은‘같은 세대의 작가 가운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목표가 분명한 은유를 구사하고,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컨베이어벨트처럼 생산해내는 비범한 언어의 곡예사’,‘위트와 신랄함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있다. 현재 함부르크에서 집필에 전념하고 있는 그녀는《폭우》외에도《난들 알아Keine Ahnung》,《이것은 사랑 노래가 아니라네Dies ist kein Liebeslied》등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