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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ou Hara,はら りょう,原 りょう,본명 : 原 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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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술은 혼자 마십니다.”
“어머, 정말요? 외로운 술이로군요.” 여자는 물을 탄 술잔을 들고 내 맞은편 자리로 돌아왔다. “습관이 된 지 7년이나 되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일 상대가 없는 건 아니겠죠?” “7년 전까지는 있었죠. 제게 탐정 업무를 가르쳐준 남자인데 쉰 살이 넘도록 술이라곤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던 사람이었죠.” 와타나베 겐고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뜬 날, 오래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들이 아내와 자식-즉 그의 손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운동권 학생이었던 외아들이 체포되어 경찰을 그만둔 이후 첫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아내와 어머니의 영전에서 십 몇 년 만에 화해했다. 하지만 아들은 이튿날 열린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 식구 모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 이틀 사이에 핏줄을 모두 잃었다. 아들 가족의 장례식이 끝난 날 밤, 그는 처음으로 술을 입에 댔고, 거의 3년간 나는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3년 뒤에 와타나베 겐고는 어엿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신뢰해야 할 사람이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죠. 그렇게 되기까지 술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7년 전 어느 날 밤, 그 사람과 나는 무슨 계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술을 끊기로 함께 맹세했죠. 그야말로 시시한 맹세였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날 밤 이후 그는 적어도 내 앞에서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고, 나도 사람들 앞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뿐이에요.” “저는 손님에게 술을 마시게 하는 장사를 20년이나 하며 살아왔죠. 비참한 이야기라면 달리 얼마든지 알고 있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더 불행한지 챔피언을 뽑자는 게 아니에요. 곁에서 보면 의미 없는 습관에도 뭔가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 그래요? 하지만 저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죠.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고 해서 당신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여자는 잔에 든 술을 반쯤 들이켜더니 표정을 찡그렸다. “내가 뭔가를 걱정한다면 오히려 나 자신이 남들 앞에서 알코올 중독이 되는 일이겠죠. 그러니 혼자 마시겠습니다.”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죠.” 여자가 대꾸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멋진 표현이지만 어차피 그런 겁니다. 누가 알코올 중독이 되는 건 막을 수 없죠. 누군가가 알코올 중독이 되도록 거들어 주기는 아주 간단한데.” “모처럼 마시는데 술맛 떨어지네.” 여자는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사람을 안주로 마시는 술은 원래 그런 법이죠.” 내가 말했다. 여자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도 이상한 사람이군요. 고분고분 함께 마셔주면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는데.” “술을 과대평가하시는군요. 물론 과소평가하는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술을 마시면 이야기하겠다는 사람은 기다리면 언젠가 말문을 열기 마련입니다.” 여자는 나를 쏘아보더니 잔을 들어 남은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한 잔 더 만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텔레비전 아래 있는 진열장에서 빨간 합성수지로 된 재떨이를 발견하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 방은 분명히 여자가 사는 공간이었다. 어디에도 남자가 동거한다는 흔적이 없었다. 여자는 가이후라고 하는 남자가 여름부터 여기 살고 있다고 했다. 과연 3개월이나 생활하는 공간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에 남자가 살고 있다는 것은 가이후 마사미란 여자의 망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나는 얼른 좌우를 둘러보았다. 잠깐 졸음이 와서 망상에 휩싸여 있던 쪽은 나였다. 아까보다 더 진한 잔을 들고 돌아온 여자가 담배 연기를 맡으며 말했다. “당신도 그 담배를 피우나요?”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짙은 남색 담뱃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필터 없는 담배를 익숙하게 피웠죠.” “그 사람이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듯이 그 담배를 사서 이리 뛰어 들어왔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여자는 갑자기 술기운이 도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 무렵엔 만사 잘 풀리는 것 같았는데…….” “이 담배가 왜요?” 내가 물었다. 여자는 내 질문을 무시했다. “제가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약속은 못 하죠.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의 안전을 좌우할 기회가 있고, 게다가 사에키 씨를 찾는 일에 지장이 없는 한 당신 요청에 따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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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을 보이지 않는 사내, 사라진 르포라이터,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
헝클어진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질 때, 밤의 도시는 긴 어둠에서 깨어난다! 도쿄 도심, 고층빌딩 외곽의 허름한 사무소. 오른손을 주머니에 감춘 낯선 사내가 탐정 사와자키를 찾는다. 그는 어떤 르포라이터가 이 사무소를 찾은 적이 있냐고 묻고는, 20만 엔의 현금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알 수 없는 의뢰인, 영문 모를 의뢰지만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와자키. 르포라이터의 실종은 당시 정계를 떠들썩케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관련 있음이 밝혀지고, 외로운 탐정의 고독한 수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정점에 선 작품이다. 어둠 속에 잠긴 비정한 도시, 차가운 말을 툭툭 내뱉는 무심한 탐정,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문체로 형상화된 등장인물,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탁월한 리얼리티……. 데뷔 이후 20여 년 동안 장편소설로 단 네 권만을 발표했을 정도로, 한 문장 한 문장 혼신을 담아 써내려가는 문장의 장인 하라 료. 일본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위대한 걸작과 만나다!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심사장, 한 권의 원고가 배달됐다. 미술과 미학을 공부하다가 재즈피아니스트를 거친 특이한 이력의 작가, 그것도 마흔이 넘은 나이의 데뷔작. ‘밤은 다시 되살아난다’ 라는 이름이 붙은 이 원고는 ‘이제껏 이런 문장의 신인은 없었다’ 라는 찬사를 받으며 결선까지 올랐지만, 아쉽게도 요시모토 바나나에 밀려 고배를 마신다. 이후 원고는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라는 제목으로 하야카와쇼보에서 출간됐다. 도쿄 도심 외곽에 사무실을 둔 중년 탐정 사와자키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은 일본 하드보일드에 깊은 족적을 남기게 된다. 사전적 의미로 계란 완숙(Hard-Boiled)을 뜻하는 ‘하드보일드’는 흔히 거칠고 선이 굵은 주인공과 사건들이 이어지는 장르로 여겨진다. 하지만 추리소설 안에 위치한 ‘하드보일드’는 여타 서브 장르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하나의 스타일이다. 메마르고 냉담한 문체, 무뚝뚝한 탐정, 사건의 흐름은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연결되고 독자는 투덜대는 탐정과 눈높이를 맞춰 타자(他者)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헤밍웨이 특유의 건조함에서 비롯한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대실 해미트, 레이먼드 챈들러, 로스 맥도널드로 이어지며 현대 추리소설의 한 축을 이뤘다. 서른 살 이후 해외 미스터리에 빠져들게 된 작가 하라 료는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에 깊이 매료됐다. 세계를 자신의 언어로 바꿔버리는 챈들러의 문장과 그가 탄생시킨, 현대의 기사(騎士) 필립 말로는 중년에 접어든 한 재즈피아니스트에게 깊은 감동과 간절한 동경을 가져다주었다. 하라 료는 이후 모든 일을 정리하고 귀향, 오로지 집필에만 몰두한다. 이후 일본 하드보일드의 걸작으로 자리매김할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번화한 도쿄 도심의 그늘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가 의뢰인을 맞는다. 처음에는 둘이 시작한 사무소였지만, 은퇴 경찰이자 동업자인 와타나베는 대량의 마약을 폭력조직으로부터 빼돌리고 현재 도피중인 상태. 가끔씩 종이비행기로 접은 전단지를 통해 근황을 전해올 뿐이다. 오른손을 주머니에 감춘 채 절대로 보이지 않는 낯선 사내는 어떤 르포라이터가 이 사무소를 찾은 적이 있냐고 묻고는 20만 엔의 현금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알 수 없는 의뢰인, 영문 모를 의뢰에 당황하는 사와자키. 하지만 곧 유력한 미술평론가의 변호사가 르포라이터의 행방을 알기 위해 역시 그를 찾고, 르포라이터의 실종은 당시 정계를 떠들썩케 했던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관련 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긴 헌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과 닮아 있다. 무심한 말을 내뱉는 탐정, 도시의 빛과 어둠속에 가려진 사건의 이면 그리고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다른 모습들. 캘리포니아의 비열한 거리를 헤치는 필립 말로와 화려한 직유로 이뤄진 챈들러 특유의 우수가 또 다른 시공간에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하라 료는 작품 맨 뒤에 〈말로라는 사나이〉라는 단편을 첨부해 챈들러에의 존경과 에필로그를 대신한다. 비록 그 속에 챈들러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지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아류라고 쉽게 폄하할 수 없는 작품이다. 서양이 아닌 동양, 고전이 아닌 현재로 옮겨 온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탁월한 리얼리티로 고양돼 있고, 하드보일드 장르의 단점으로 꼽히는 추리소설적인 즐거움도 탄탄한 구성으로 부족함 없이 성취해 냈다. ‘일본어라는 뜨거운 언어로 쓰인 이 차가운 작품’은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통을 일시에 허물며 단번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에 올라섰다. 하라 료는 과작으로 이름이 높다. 데뷔 이후 19년 동안 발표한 책은 에세이와 단편집을 포함해 단 여섯 권. 이중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장편소설은 단 네 권뿐이다. 1989년에 발표한『내가 죽인 소녀』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으며, 세 번째 작품 『안녕 긴 잠이여』는 그 이후로 6년이 걸렸다. 네 번째 작품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1995년 이후 무려 9년이 걸려 ‘전설의 작가’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정작 하라 료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계속 쓰고 있다니 그의 글에 대한 연마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