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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맛
어처구니없는 맛 깜빡 속을 맛 머리가 띵해지는 맛 엉뚱한 맛 새로운 맛 특별한 맛 이상한맛 화나는 맛 헷갈리는 맛 끔찍한 맛 놀라운 맛 건강한 맛 꿈꾸는 맛 처음 먹는 맛 절로 웃음이 나는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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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읽어 씨 가족, ‘맛있는 책 요리점’으로 가는 약도를 발견하다
아빠 안읽어 씨는 첫째도 폼, 둘째도 폼, 폼 나 보이는 걸 좋아합니다. 엄마 산만해 여사는 이름처럼 산만해서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한 적이 없어요. 이 집의 어린이 안봄은 떼를 쓸 때 괴물로 변하고, 이 집의 가장 어른인 왈왈 씨는 개입니다. 안읽어 씨 가족이 이름처럼 책을 싫어하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안읽어 씨는 잠잘 때나 발톱을 깎을 때,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을 때 책을 집어 듭니다. 산만해 여사는 라면 냄비를 받치거나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낼 때 책을 씁니다. 왈왈 씨에게 책은 밥을 담는 그릇이고, 안봄에게는 장난감입니다(물론 그래도 됩니다). 어디로 보나 평범한 가족에게 새로 산 책이 도착하고부터 특별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우연히(책은 좋아하지만 읽지는 않으니까) 책 뒤표지에서 ‘맛있는 책 요리점’으로 가는 약도를 발견한 것이죠. 암호 같은 길 안내를 따라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책 요리점. 그러나 잘못 찾은 것일까요? 들어가는 요리점마다 ‘개는 사절. 어린이도 사절’이라고 부르짖거나 글자를 모르면 책 요리는 먹지도 말라며 콧방귀를 뀝니다. 한 끼 먹는 게 이렇게도 험난하다니! 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꼭 먹어야 할 요리가 있으니까요. 처음 알게 된 책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은 추천 맛집, 맛있는 책 요리점! 얇은 책을 고른다고 핀잔을 들었던 어린이, 그거 말고 저거 읽으라고 강요를 받았던 어린이, 꾸역꾸역 다른 걸 읽으라고 고집 피우는 어른들 때문에 한숨 나는 어린이. 체하거나 배탈 나거나 소화 불량 되기 딱 좋은 책만 권하는 어른들. 편식을 해도 뭐라 하지 않는 추천 맛집, ‘맛있는 책 요리점’! 책은 늘 끼고 살지만 한 줄도 읽지 않는 안읽어 씨 가족이, 심지어 글자를 모르는 왈왈 씨까지 맛있는 책 요리점을 만나 책맛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이 모든 걸 작가는 차림표(차례)에 딱 맞게 이야기를 차려놓고 즐기게 하지요. ‘깜빡 속을 맛’에선 산만해 여사가 특유의 산만함으로 책을 가방으로 착각해 사건이 벌어지고, ‘머리가 띵해지는 맛’에선 책을 안 보는 안봄이 인터넷에 올라온 독후감을 베껴 써서 아이들의 머리를 띵하게 만들고, ‘화나는 맛’에선 거만한 책 요리점을 방문해 화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안봄의 독후감이나 안읽어 씨의 허세, 산만해 여사의 겉치레, 왈왈 씨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우리를 비춰 볼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책 요리점으로 가는 약도가 결국 맛있는 책 읽기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셈이지요. 푸짐한 밥상을 앞에 둔 듯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동화 안읽어 씨 가족이 방문한 여러 요리점을 통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난 덕분입니다. 책의 내용을 이루는 재료(이야기와 그림 등)와 형태를 이루는 재료(종이와 잉크 등)가 잘 만나야 맛있는 책 요리가 된다는 걸, 책을 읽는 것과 음식을 먹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안읽어 씨 가족도 맛있는 책(자신에게 맞는 책, 건강한 책)을 만나면 책맛에 빠져들 수 있다는 걸 언젠가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개성만점 인물,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맛을 더하고, 풍자와 반어적 화법으로 우리를 곱씹고, 양념으로 뿌려진 유머가 식욕을 돋우는 책.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권해 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료인 그림을 마련한 이는 유경화 화가입니다. 상상력이 마음껏 달음질할 수 있게 이야기의 공간을 확장시켰습니다. 과장된 몸짓과 능청스러운 표정의 캐릭터, 재미가 왁자지껄한 장면, 앵글 구석까지 심어놓은 이야기 등 상상력을 조리하는 감각이 남달라, 첫술에 반하고 먹을수록 더 빠져들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