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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까만 털에 붙어사는 이상한 벌레 화요일 오후 택배 10시 27분 버스 칸나의 뿌리 영산홍 탱고라고 불리는 상자 네펜테스믹스타 판다 지하도 색깔들 방문객 나는 커서 제2부 노란 매니큐어를 바른 불빛 숲이 앵무새를 가꾼다 1 숲이 앵무새를 가꾼다 2 폭설 바닥에 깔린 스테이크 음역을 이탈한?간격 반짝이 드레스 관점 누가 아서를 키울까 붉은 신호등이 켜지기 전 107동 202호 입구 겨울 사막 폭식가 K양의 멈출 수 없는 입 노란 집 빈 꽃병 제3부 노을이 묻은 내 반바지 덩굴장미 고슴도치 네 마리 칸타타 사탕가게 오직 날 뿐 벤자민 타투 아티스트 음역을 이탈한 - 질주 음역을 이탈한 - 저수지와 붕어들 음역을 이탈한 - 퇴근길 음역을 이탈한 - 고해 음역을 이탈한 - 하루 제4부 까다로운 채식주의자 일요일 저녁식사 『낮과 밤』, 저자의 얼굴 그 여자 서치라이트 난 비만 한 집 네 시간 내가 진짜로 웃기 전에 어느 환자의 고뇌 어느 새 꽃에는 썩은 물고기가 산다 STOP 버튼을 누른다 해설|커서와 나침반?‘문장?이미지’의 타자들 |조재룡(문학평론가?불문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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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웨터를 걸친 그림자가
조용히 매장을 돌고 있다 라일락 향기처럼 그가 남긴 흔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팝콘의 고소한 냄새 숨소리 스트라이프 무늬 카페모카 그에게 서서히 중독되어간다 쇼윈도 너머로 나 같은 마네킹이 휘청거리며 걷고 있다 햇빛에 눈물이 탄다 ---「화요일 오후」전문 나는 커서 눈 밑의 반점 나는 커서 선물 상자 나는 커서 빨강 머리 소녀 나는 커서 잠이 깼을 때 나는 커서 죽은 지 6년 된 굴참나무 나는 커서 밑동에서 자라난 독버섯 나는 커서 방문을 열고 나갔지 나는 커서 깜빡거리는 별똥별 나는 커서 피아노 나는 커서 외발 당나귀와 길을 걸었지 나는 커서 눈을 감고 생각했지 나는 커서 까만 털에 붙어사는 이상한 벌레 나는 커서 초가 꽂혀 있는 조그만 케이크 나는 커서 천 번도 넘게 맞춰본 퍼즐 나는 커서 참 재미있었지 나는 커서 알게 되었지 나는 커서 사라진 토끼 ---「나는 커서」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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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현대시사상』가을호를 통해 등단한 김현서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나는 커서』는 김현서 시인이 첫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이후 딱 10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그녀의 오랜 침묵이 괜한 게으름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듯 탄탄한 상상력과 잘 직조된 이미지가 빛을 내면서 재미의 넓이와 사유의 깊이를 맘껏 즐기게 해주고 있다. 데뷔 20년을 넘어선 그녀가 상투적인 시의 세계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데뷔하면서 동시 작가로서의 활동을 함께한 점도 무시 못 할 이유 가운데 하나일 터다. 김현서 시인은 좀처럼 오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발산한다. 재봉틀로 하는 박음질처럼 그 촘촘한 시의 긴장이 비교적 같은 사이즈를 자랑하는데 그 가운데 리드미컬한 소리의 동요가 우리를 발장단 맞추게 하고 손뼉도 치게 한다. 오랜 숙달로 이뤄지는 다듬잇방망이소리를 상상해본다면 이 시집과 참 어울리는 배경 음악이라 하겠다.
● 시인의 말 나뭇가지마다 쌓인 달빛의 검은 발소리 열 수도 없는 저 창으로 나는 무엇을 보려 하는가 2015년 겨울 김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