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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아무르 여진(女眞) 영원이라서 가능한 밤과 낮이 있다 실험 음악 의기양양(계속 걷기 위한 삼중주) 말갈이나 숙신의 언어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횡단을 위한 주파수 말을 타고 이고르가 온다 파리에서의 모샘치 낚시 남만극장(南蠻劇場) 천사가 지나간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지포 라이터 관리술 혁명적 인간 Only poets left alive 그때 나는 여리고성에 있었다 고독이 무릎처럼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콧수염 러프 컷 동맹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 몇 개의 음향으로 이루어진 시 자유 잠의 제국에서 바라보나니 오, 박정대 닐 영은 말해보시오 새로운 천사는 없다 세상의 모든 하늘은 정선의 가을로 간다 네가 봄이런가 아, 박정대 리산 비원 그대는 솔리튀드 광장이었나니 정선 불꽃의 성분 발칸 연주는 발칸 반도를 연주하는 게 아니지 시인 박멸 시인 불멸 솔리튀드 광장 환상의 빛 한 여인이 물통을 들고 안개 자욱한 들판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밤중에 배회하고 소멸한다 알라후 아크바르 이스파한에서의 한때 쉬라즈 누군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56억 7천만 년의 밤 금각사 여진(女眞) 아무르 발문 | Pak Jeong - de Peche de Paris | 장드파(시인) 해설 | 더 먼 곳에서 돌아오는 | 박정대 |
오랑캐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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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풀어놓은 호랑이가
파리 근교에 당도했다는 외신을 듣는 밤이다 C형에게 앞으로 10년간 빌린 녹색 기타는 베르드 공작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북미 인디언 부족들은 여전히 비전 퀘스트를 통해 환각을 탐색한다 환각을 탐색하는 자들은 꿈의 지도를 작성하며 깊은 대기 속으로 여전히 새들을 날려보낸다 나는 아를의 알리스캉 가로수길 석관 위에 앉아 새들이 물고 온 저 먼 곳의 소식을 시로 쓴다 지금쯤 생트-마라-드-라-메르에는 집시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겠지 그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숭배하지만 나는 오롯이 나만의 그녀를 숭배한다 내가 풀어놓은 그녀가 벌거벗고 파리 시내를 질주한다는 외신을 듣는 밤이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사용한 검은 기타는 까마리 공작이라고 불렸고 까마리 공작은 이제 낡고 어두운 밤에 도착했다 북미 인디언 부족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워 물고 환각을 탐색하지만 나는 별빛 아래 반가사유의 자세로 앉아 새들이 물고 갈 지도의 미래가 된다 ---「아무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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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 시인의 신작 시집을 펴낸다. 문학동네시인선의 85번째 자리이기도 한『그녀에서 영원까지』는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으로 총 43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 총 200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시집의 다채로움에 대해서는 참으로 얘깃거리가 많음을 먼저 고하는 바이다. 물론 그 중심에 시를 물고 늘어지는 시인의 집요한 집중력이 팽이 꼭지처럼 그 축을 콕 찍고 있다는 걸 밝히고 시작해야 일견 수월하겠다. 그 한 점에서 파생되어가는 이 시편들의 제각각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시인의 첫발, 그 정신의 흙 한 삽을 만져보고 시작한다면 더욱 좋을 일이라는 팁도 얹는 게 다분히 유익하겠다.
전직 천사 박정대. 스스로를 그리 칭한 박정대의 이번 시집 속 유쾌함은 자신의 시를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가 자신의 시를 말하고도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이 시집이 너무 난해해서, 이번 시집이 너무 요상해서 읽는 데 어려움과 두려움이 함께 엄습한다면 뒤에서부터 넘겨 보셔도 좋으리. 단 발문과 해설을 맡은 이의 이름(발문 장드파, 해설 박정대)을 확인하고 보신다면 보다 큰 재미를 누리리. 『그녀에서 영원까지』는 앞서 출간된 박정대 시인의 시집들처럼 읽는 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시라는 형식의 모양새가 있다면 그 틀을 깨고자 태어난 박정대 시인의 언어들은 때론 덩어리로 때론 파편으로 뭉쳤다가 흐트러졌다가 제 안의 제 음악에 이끌려 제 몸을 부리면서 ‘자유’를 말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말을 타고 검독수리로 사냥하는 사람을 자유라 부른다지// 카자흐스탄의 언어적 관점으로 보면 나는 자유”(「자유」)라고 노래한 시인은 “그게 누구든 그게 무엇이든 자유를 노래하는 건 그들의 자유/ 스스로 꿈꾸고 스스로 노래하는 자유는 만인의 의무”(앞선 시)라며 이 한 권의 시집 속 절제절명의 ‘멋’을 그 ‘자유’ 안에서 맘껏 부린다. 그와 동시에 읽는 우리로 하여금 ‘자유’를 온몸으로 통과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한 표현을 할라치면 ‘놀게’ 하는 것이리라. ‘그녀’라는 말과 ‘영원’이라는 두 단어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녀’라는 말과 ‘영원’이라는 말은 얼마나 가깝고도 멀리 있는 말인가. 사실 그러다 크게 한 원을 그릴 수도 있는 말이 아닌가.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일어서는 이 두 단어 사이에서 완벽하게 돌고 있는 우주, 그 무한 팽창의 세계를 시라는 보임으로, 시라는 들림으로 선보이는 박정대라는 가수, 박정대라는 기수, 박정대라는 무사, 박정대라는 사내, 박정대라는 시인. 그는 타고난 달변가라 시어를 낳고 시어를 키우고 시어를 성숙하게 자립시키기까지 능한 솜씨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의 시어들 속에서 나는 숨은 정성, 그 최선을 보고야 만다. 이 시집은 접기보다 밑줄 긋기를 능하게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다. 한 줄 한 줄 감하여 접어가며 읽기도 가능하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무너져 밑줄 그어가며 읽을 때 그 탄복의 푸른 멍은 거기 더 오래 배일 것이다. 말을 좇지 않고 그 말들을 제 뒤로 좇게 만드는 힘, 그건 억지로 부릴 수 있는 완력이 아니다. 쓰는 자와 부르는 자의 묵묵함이 읽는 자와 듣는 자의 심장을 건드릴 때 그건 완벽한 시이자 노래일 터, 주저 없이 그를 배가본드(vagabond)라 칭해본다. 그는 이렇게도 여전히도 청춘의 심벌이다. 그는 이렇게도 여전히도 시가 전부인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