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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번역과 창조
개념사로 본 동아시아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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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론

제1부: 한국 편-담론적 맥락에서 살펴본 개념
중화와 ‘문명’ 개념의 내면화와 동일시-이경구
근대 한국의 인종 및 인종주의 담론: 1890~1910년대-박노자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개조론의 확산과 한국 지식인-허수
근대 한국의 ‘사회’ 개념 수용과 문명론적 함의-박명규
한국 근대 ‘철학’ 개념의 역사의미론 연구-이행훈
식민지 조선에서의 창가, 민요 개념 성립사-임경화

제2부: 중국 편-개념이 지닌 사회적 의미
근대 중국의 서양 학문 수용과 번역-양일모
유학과 문명을 둘러싸고 주도권을 다투다-이혜경
‘종교’Religion의 재구성: 1893년 시카고 세계종교회의에서의 ‘중국 종교’-쑨장
칸트의 ‘물자체’에 대한 중국어 번역-요아힘 쿨츠
청대 후기 중국에서의 주권 개념의 도입과 변화-류네 스바르베루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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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등에 재직하면서 17~19세기의 정치.사상.지식인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썼다. 2018년 현재 한림대학교 인문한국HK 교수로서, 한림과학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는 『원문역주 각사수교各司受敎』(공역), 『조선후기 안동김문 연구』, 『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 『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정조와 18세기』(공저),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공저) 등이 있다.

이경구의 다른 상품

Vladimir Tikhonov, Park No-ja,블라디미르 티호노프, 朴露子, Владимир Тихонов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하기 전까지 본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영화 [춘향전]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고대 한국의 가야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교 강사를 거쳐 학생과 강사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던 그는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다. 박노자를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이라고들 한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하기 전까지 본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영화 [춘향전]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고대 한국의 가야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교 강사를 거쳐 학생과 강사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던 그는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다.

박노자를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난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귀화한 것은 스스로 한국사회에서 국적, 또 외국인과 내국인이라는 장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을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노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날카로운 논리로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세계사를 보는 거시적인 혜안 속에서 치열하게 인문학적 성찰의 삶을 살아온 그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등의 저서를 통해 '토종' 한국인보다 진한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그는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보다는 러시아를, 또 세계를 잘 아는 한국인에 가까운 그는 한국 사회를 그 주춧돌부터 다시 살펴본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믿고 살던 권위주의의 서까래며 집단이기주의의 기둥이 그 앞에서는 대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폐품이 되고 만다. 이제까지 나왔던 많은 한국인 비평, 비판보다 서너 길은 더 깊은 통찰이 있고 무엇보다 저자가 한국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든든하다.

두 번째 책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 박노자의 북유럽 탐험』는 북유럽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노르웨이 사회의 이모 저모를 소개하고 있다. 상하의 질서와 복종을 강조하는 우리의 일반적인 문화와 달리, 다양성의 존중과 소박한 삶을 생활의 주요 철칙으로 여기고 있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평등한 인간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박노자는 북유럽 사회에 비추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되돌아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외견상 선진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제3세계에 대한 차별, 인종주의와 극우 민족주의의 발호 등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면서 평화로운 일상에 젖은 그들보다 모순과 부조리를 뛰어넘고자 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더 큰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하얀 가면의 제국 :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에서 보여주는 한국 사회는 '동양을 타자화하여 비화하는 서구중심주의적 인식'과 서양을 정형화·범주화하는 '서양/비서양'식의 이분법적 인식 속에 좀 더 원어에 가까운 영어 발음을 위해 아이의 혀에 가위를 들이대는 부모들이나 '영어공용화'가 식자층 사이에서 설득력 있게 논의되는 사회는 오리엔탈리즘이 지배하는 곳이다. 또한, 후세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미국과 유럽을 아무런 비판 없이 모범으로 삼을만한 미래로 여기는 자세에 대해서도 '맹목적'이라 일갈한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 시선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리고 그 시선을 만들어낸 곳이 어디인지, 우리 안에 있는 서구제국주의의 시각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근작으로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후퇴하는 민주주의』, 『씩씩한 남자 만들기』『리얼 진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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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Kyoung-hwa, 林慶花

중앙대.한국외대 HK+접경인문학연구단 HK교수.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 전공은 한일비교문학, 일본 마이너리티 연구, 코리안 디아스포라 비교 연구다. 현재 오키나와, 쓰시마, 사할린 등 동아시아 접경지대의 근현대사에 주목하여 접경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냉전 아시아와 오키나와라는 물음』(공저, 2022), 『두 번째 전후-1960~1970년대 아시아와 마주친 일본』(공저, 2017), 『1905년 러시아혁명과 동아시아 3국의 반응』(공저, 201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오키나와 반환과 동아시아 냉전체제』(2022), 『해방 공간의
중앙대.한국외대 HK+접경인문학연구단 HK교수.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 전공은 한일비교문학, 일본 마이너리티 연구, 코리안 디아스포라 비교 연구다. 현재 오키나와, 쓰시마, 사할린 등 동아시아 접경지대의 근현대사에 주목하여 접경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냉전 아시아와 오키나와라는 물음』(공저, 2022), 『두 번째 전후-1960~1970년대 아시아와 마주친 일본』(공저, 2017), 『1905년 러시아혁명과 동아시아 3국의 반응』(공저, 201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오키나와 반환과 동아시아 냉전체제』(2022),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2019), 『나의 1960년대-도쿄대 전공투 운동의 나날과 근대 일본 과학기술사의 민낯』(2017), 『나는 사회주의자다-동 아시아 사회주의의 기원, 고토쿠 슈스이 선집』(2011)옮긴 책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 요코야마 히데오의 『동기』, 온다 리쿠의 『구형의 계절』, 가도이 요시노부의 『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사키타 미나의 『대단한 스트레칭』, 다카하시 아쓰시의 『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실비오 피에르산티의 『국민 모두가 사장인 나라: 이탈리아인들의 일하는 방식』,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의 인생을 소개한 『인생은 박치기다』 등이 있다.

임경화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동아시아사상문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림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를 지낸 바 있다. 저서로 『「세계와 인간에 대한 동양인의 사유』(공저), 『21세기의 동양철학』(공저) 등이 있고, 번역으로 『학생과 교양』, 『중국 민족주의의 신화』(공역), 『공통감각론』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근대성과 엄복」, 「근대 중국의 서양 학술 수용과 번역」, 「J.S. Mill과 근대 중국」 등이 있다.

양일모의 다른 상품

요하임 쿠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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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chim Kurz

1967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경제 넌픽션 작가 및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탈리아의 클래식 자동차 생산업체 부가티의 기업사를 다룬 ‘신화. 가족. 기업 (Der Mythos-Die Familie-Das Unternehmen)-2005' 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한국철학이며 최근에는 한국근대철학을 개념사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한국실학사상사』(2008, 공저), 『한국철학사』(2009, 공저), 『동서양 역사 속의 소통과 화해』(2011, 공저), 『개념의 번역과 창조』(2012,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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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허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근현대사와 개념사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논저로는 『이돈화 연구』, 『식민지 조선, 오래된 미래』 등이 있다.
저자 : 박명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사회사학회장, 사회발전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사회사, 남북관계론, 문화사회학, 종교사회학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국민, 인민, 시민-개념사로 본 한국의 정치주체』, 『식민권력과 통계』(공저), 『연성복합통일론』(공저) 을 비롯해 다수의 논저가 있다.
저자 : 이혜경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 교토?쓴淪極【?중국근대사상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천하관과 근대화론: 양계초를 중심으로』, 『량치차오: 문명과 유학에 얽힌 애증의 서사』,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가 있으며,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중국 사상』, 『송명유학사상사』(공역), 맹자사설을 번역했다. 동아시아 근대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 : 쑨장 Sun Jiang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난징대학의 석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개념사, 문화적 기억과 사회사다. 저서로는 『십자가와 용』, 『근대 중국의 혁명과 비밀 결사들: 중국 혁명의 사회사 1895~1955』, 『근대 중국의 종교, 사회, 권력』이 있으며 편집을 맡은 저서로는 『중국의 사회적 기억과 정체성, 중국의 사회학과 인류학』이 있다.
저자 : 요아힘 쿨츠 Kurtz Joachim
독일 함부르크·베를린·괴팅겐 대학과 중국 베이징·상하이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하이델베르크 대학 칼 야스퍼스 센터에서 지성사 분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일본과 유럽 간의 문화와 지성의 교환이며 특히 논리학, 정치이론, 수사학, 번역학, 역사적 의미론, 서적사적 관점이다. 저서로는 『중국 논리의 발견』, 『아시아에서 자기 주장 담론: 중국-일본-한국』, 『새로운 관념에 대한 새로운 개념: 후기 중국 제국에서 서구 지식과 사전적 변화』 등이 있다.
저자 : 류네 스바르베루드 Rune Svarverud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오슬로 대학 문화연구·동양어학과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 사상사 중에서 선진과 한대의 초기 중국 철학과 아편전쟁 이후 후기 청대다. 저서로는 『iChina: 근대 중국 사회 내 개인의 등장』, 『중국제국 후기 국제질서로서의 국제법: 번역, 수용, 담론, 1847~1911』 등이 있다.
역 자 소 개
김명석 :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이다.
양순자 : 인하대학교 BK21 동아시아 한국학 사업단 연구원이다.
정소이 :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이다.
박상섭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684g | 153*225*30mm
ISBN13
9788971994757

책 속으로

17세기 중반과 20세기 초반 지식인들의 사유 특징을 통해 (……) 주자학의 가르침대로 사회를 재건하려 했던 17세기와 서양 기독교 문명을 내면화하며 사회를 개혁하려 한 이들의 사유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19세기 후반 이래 한국인들이 서양 문물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점차 기독교를 서양 문명의 정수로 확인했고, 몇몇 엘리트들은 기독교 국가 건설을 구상했다. 그 같은 현상은 확실히 일본, 중국과는 달랐다. (……) 한국의 지식인들은 문명이란 단순히 물질 차원이 아니라 가치 판단의 근거인 정신적·도덕적 실체라는 점을 역사적 유산으로 물려받아서가 아니었을까.

19세기 초반에 이르러 인종 개념은 (……) 조선에서도 새로운 진화론적 세계관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조선인들은 당시에 인정되던 인종적 차이와 위계라는 것에 대해 또렷이 의식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을 (……) ‘백인’들의 수준으로까지 ‘문명화’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지닌, 진화론적으로 유력한 ‘황인종’ 그룹의 구성원으로서 위치 짓고자 했다. ‘백인종’과 ‘황인종’ 간의 진화의 수준에 있어서의 차이는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면상대적으로 매우 근소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의 기적’은 이러한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1910년대 후반부터 (……) 식민지 지식인들의 민요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고조되었다. (……) 숭고한 전통으로서의 가치를 체현한 민요 개념이 주요한 이광수 등의 일본 유학파들을 통해 소개되고, 김소운 등은 민요수집에 매진하고, 김소월 김억 등은 민요풍의 서정시를 짓기 시작했다. [아리랑]의 가치도 이때 비로소 화류계의 비속한 ‘망국의 소리’에서 숭고한 ‘민족의 소리’로 격상되었다. 조선민요의 지역성과 고유성은 총독부의 검열 체제 아래 다분히 식민지조선에 배당된 표상을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민요 선율의 자생적 공동성을 살려 거기에 민족이나 계급의 과제를 담은 가사를 실은 개사가가 활발하게 창작되었다.

번역은 번역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서양을 해석하는 작업이다. (……) 엄복은 번역의 신중함을 통해 서양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천연론』을 번역하면서, 천박하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 당시의 번역 풍조를 비판하면서 번역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즉, 첫째, 원문에 충실한 직역, 둘째, 의미의 전달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의역, 셋째, 품위 있고 우아한 문장력을 갖춘 번역을 통해서야 비로소 서양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근대 동아시아의 문명 전환을 ‘개념사’로 읽다

19세기 말 서구문명으로 번역되어 들어온 ‘개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근대 형성 과정을 탐색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필자들은 박노자·양일모·이혜경 등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 연구자들. 필자들은 최근 한국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사’ 연구 방법을 통해, 당시 근대 동아시아가 경험했던 문명 전환의 자산을 재조명했다.

여기서 개념사란 “역사 행위자들이 개념을 사용하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여러 의미의 성층을 파헤쳐, 그들의 경험과 기대, 세계관과 가치관, 사고방식이나 심성 등을 읽어내는” 역사의미론의 한 분야. 필자들은 근대 동아시아의 시대상을 잘 드러내면서도 사회 각 부문의 구체적 현장에서 작동했던 주요 ‘개념’과 담론을 분석한다. 예컨대 문명 사회 윤리 철학 등은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 과정에서 자기 규정적 요소로 기능했던 대표적인 ‘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들은 이를 통해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상과 근대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동아시아 근대 연구의 시선한 시도이자 또 다른 진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성과라고 하겠다.

서양을 타자 삼아 주체를 형성한 동아시아

서론에서 보듯, 이 책은 “동서양 사이의 불균등한 정치적, 문화적 권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근대 사상과 학문이 한꺼번에 수용했던 비교적 짧은 시기”를 연구 범위로 삼고 있다. 필자들이 이 시기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본격적으로 근대 세계질서로 편입된 동아시아가 서구문명과의 인적·물적·지적 교류를 통해 “서양을 타자로 삼아 주체를 형성”한 문명 전환기였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이 시기의 ‘개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근대성의 뿌리를 더듬어 가는 동시에, 당대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꿈꿨던 근대적 기획까지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또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동아시아에서의 문명 수용 과정에서 당대 지식인들의 능동성과·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문명의 출현으로 동아시아의 전통적 지식체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서구문명은 동아시아 사회로 파괴적으로 몰아친 것이 아니라,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능동적·주체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곧 서구문명의 충격 속에서도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기존의 전통을 고수, 변통 혹은 거부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꾀했고, 새롭게 만들어진 사상과 문화는 동아시아의 근대적 지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자양분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중화의 ‘문명’ 개념의 내면화와 동일시」에서 이경구는 동아시아인들이 서양어 ‘civilization’을 유교적 전통 속에서 오랫동안 추구되어왔던 ‘문명’ 번역했고, 기존에 작동하고 있던 보편 문명적 가치, 담론, 기대 등을 ‘문명’이라는 번역어 속에 투여하면서 새로운 근대의 구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근대 전환을 읽는 11개의 시선

이 책은 ‘개념’을 통해 동아시아의 근대를 성찰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11편의 글 모두가 ‘개념’ 연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개념’에서 출발하되 필자에 따라서는 인종 담론과 민요 연구, 번역을 둘러싼 담론 연구까지, 각자의 전공과 개성에 따라 연구 주제와 범위에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근대 전환을 읽는 11개의 시선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있다.

제1부 한국 편에서는 이경구와 박노자의 글이 주목된다. 이경구는 중화와 이적, 문명과 야만 개념을, 박노자는 근대의 인종 담론을 각각 다루었다. 이경구는 근대 한국이 중화주의를 벗어나 서구문명에 대면하는 과정에서 일본, 중국과 달리 기독교를 서양문명의 정수로 수용하는 독특한 상황을 분석한다. 박노자는 근대 한국의 인종 담론이 아시아연대라는 일본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부터 시작해 식민통치 이후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공고해져가는 굴곡을 보여준다. 그 밖에 박명규는 ‘사회’라는 정치적·사회적 개념의 선택과 수용과정 그리고 이 개념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정치 세력들 사이의 다양한 근대 기획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행훈은 기존의 유학적 개념들이 서구사상의 잣대로 판단되는 과정을 ‘서구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 눕혀진 상황에 비유하고 있다. 임경화는 식민지 권력이 소리와 음악,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개념들을 통해 식민지 일상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그리고 피식민지에서 이러한 관리와 규제에 어떻게 저항하려 했는지를 분석했다.

제2부 중국 편에서는 근대 중국에서 전개된 서양 학문의 수용과 번역 과정을 분석한 양일모의 글이 주목된다. 그는 중국이 왜, 무엇을, 어떻게 번역했는가 하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번역의 사상과 제도 등을 폭넓게 고찰했다. 또 이혜경과 쑨장은 동아시아에서 이미 한자어로 정착된 언어이면서 동시에 서양의 개념을 번역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윤리’와 ‘종교’ 개념에 각각 초점을 맞추면서, 이러한 개념 속에 숨어 있는 전통적 의미와 새로운 의미의 갈등, 재구성 과정을 면밀히 다루고 있다. 특히 이혜경은 윤리를 둘러싼 근대 문명과 유학 사이에 점유권 싸움이 일었고, 이어 ‘윤리’ 용어를 점유한 유학이 국가주의와 결합했다고 분석한다. 그밖에 요하힘 쿨츠는 칸트의 ‘물자체'Ding an sich 개념이 중국에서 수용돼 오해 혹은 자의적 해석을 거쳐 궁극적으로 현재의 의미로 정착되기까지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주었고, 류네 스바르베루드는 독일에서 배태된 ‘개념사’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주권’ 개념의 정착과 변화를 과정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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