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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제1부: 한국 편-담론적 맥락에서 살펴본 개념 중화와 ‘문명’ 개념의 내면화와 동일시-이경구 근대 한국의 인종 및 인종주의 담론: 1890~1910년대-박노자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개조론의 확산과 한국 지식인-허수 근대 한국의 ‘사회’ 개념 수용과 문명론적 함의-박명규 한국 근대 ‘철학’ 개념의 역사의미론 연구-이행훈 식민지 조선에서의 창가, 민요 개념 성립사-임경화 제2부: 중국 편-개념이 지닌 사회적 의미 근대 중국의 서양 학문 수용과 번역-양일모 유학과 문명을 둘러싸고 주도권을 다투다-이혜경 ‘종교’Religion의 재구성: 1893년 시카고 세계종교회의에서의 ‘중국 종교’-쑨장 칸트의 ‘물자체’에 대한 중국어 번역-요아힘 쿨츠 청대 후기 중국에서의 주권 개념의 도입과 변화-류네 스바르베루드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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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반과 20세기 초반 지식인들의 사유 특징을 통해 (……) 주자학의 가르침대로 사회를 재건하려 했던 17세기와 서양 기독교 문명을 내면화하며 사회를 개혁하려 한 이들의 사유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19세기 후반 이래 한국인들이 서양 문물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점차 기독교를 서양 문명의 정수로 확인했고, 몇몇 엘리트들은 기독교 국가 건설을 구상했다. 그 같은 현상은 확실히 일본, 중국과는 달랐다. (……) 한국의 지식인들은 문명이란 단순히 물질 차원이 아니라 가치 판단의 근거인 정신적·도덕적 실체라는 점을 역사적 유산으로 물려받아서가 아니었을까.
19세기 초반에 이르러 인종 개념은 (……) 조선에서도 새로운 진화론적 세계관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조선인들은 당시에 인정되던 인종적 차이와 위계라는 것에 대해 또렷이 의식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을 (……) ‘백인’들의 수준으로까지 ‘문명화’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지닌, 진화론적으로 유력한 ‘황인종’ 그룹의 구성원으로서 위치 짓고자 했다. ‘백인종’과 ‘황인종’ 간의 진화의 수준에 있어서의 차이는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면상대적으로 매우 근소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의 기적’은 이러한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1910년대 후반부터 (……) 식민지 지식인들의 민요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고조되었다. (……) 숭고한 전통으로서의 가치를 체현한 민요 개념이 주요한 이광수 등의 일본 유학파들을 통해 소개되고, 김소운 등은 민요수집에 매진하고, 김소월 김억 등은 민요풍의 서정시를 짓기 시작했다. [아리랑]의 가치도 이때 비로소 화류계의 비속한 ‘망국의 소리’에서 숭고한 ‘민족의 소리’로 격상되었다. 조선민요의 지역성과 고유성은 총독부의 검열 체제 아래 다분히 식민지조선에 배당된 표상을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민요 선율의 자생적 공동성을 살려 거기에 민족이나 계급의 과제를 담은 가사를 실은 개사가가 활발하게 창작되었다. 번역은 번역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서양을 해석하는 작업이다. (……) 엄복은 번역의 신중함을 통해 서양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천연론』을 번역하면서, 천박하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 당시의 번역 풍조를 비판하면서 번역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즉, 첫째, 원문에 충실한 직역, 둘째, 의미의 전달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의역, 셋째, 품위 있고 우아한 문장력을 갖춘 번역을 통해서야 비로소 서양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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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동아시아의 문명 전환을 ‘개념사’로 읽다
19세기 말 서구문명으로 번역되어 들어온 ‘개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근대 형성 과정을 탐색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필자들은 박노자·양일모·이혜경 등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 연구자들. 필자들은 최근 한국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사’ 연구 방법을 통해, 당시 근대 동아시아가 경험했던 문명 전환의 자산을 재조명했다. 여기서 개념사란 “역사 행위자들이 개념을 사용하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여러 의미의 성층을 파헤쳐, 그들의 경험과 기대, 세계관과 가치관, 사고방식이나 심성 등을 읽어내는” 역사의미론의 한 분야. 필자들은 근대 동아시아의 시대상을 잘 드러내면서도 사회 각 부문의 구체적 현장에서 작동했던 주요 ‘개념’과 담론을 분석한다. 예컨대 문명 사회 윤리 철학 등은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 과정에서 자기 규정적 요소로 기능했던 대표적인 ‘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들은 이를 통해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상과 근대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동아시아 근대 연구의 시선한 시도이자 또 다른 진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성과라고 하겠다. 서양을 타자 삼아 주체를 형성한 동아시아 서론에서 보듯, 이 책은 “동서양 사이의 불균등한 정치적, 문화적 권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근대 사상과 학문이 한꺼번에 수용했던 비교적 짧은 시기”를 연구 범위로 삼고 있다. 필자들이 이 시기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본격적으로 근대 세계질서로 편입된 동아시아가 서구문명과의 인적·물적·지적 교류를 통해 “서양을 타자로 삼아 주체를 형성”한 문명 전환기였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이 시기의 ‘개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근대성의 뿌리를 더듬어 가는 동시에, 당대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꿈꿨던 근대적 기획까지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또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동아시아에서의 문명 수용 과정에서 당대 지식인들의 능동성과·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문명의 출현으로 동아시아의 전통적 지식체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서구문명은 동아시아 사회로 파괴적으로 몰아친 것이 아니라,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능동적·주체적으로 흡수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곧 서구문명의 충격 속에서도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기존의 전통을 고수, 변통 혹은 거부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꾀했고, 새롭게 만들어진 사상과 문화는 동아시아의 근대적 지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자양분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중화의 ‘문명’ 개념의 내면화와 동일시」에서 이경구는 동아시아인들이 서양어 ‘civilization’을 유교적 전통 속에서 오랫동안 추구되어왔던 ‘문명’ 번역했고, 기존에 작동하고 있던 보편 문명적 가치, 담론, 기대 등을 ‘문명’이라는 번역어 속에 투여하면서 새로운 근대의 구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근대 전환을 읽는 11개의 시선 이 책은 ‘개념’을 통해 동아시아의 근대를 성찰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11편의 글 모두가 ‘개념’ 연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개념’에서 출발하되 필자에 따라서는 인종 담론과 민요 연구, 번역을 둘러싼 담론 연구까지, 각자의 전공과 개성에 따라 연구 주제와 범위에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근대 전환을 읽는 11개의 시선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있다. 제1부 한국 편에서는 이경구와 박노자의 글이 주목된다. 이경구는 중화와 이적, 문명과 야만 개념을, 박노자는 근대의 인종 담론을 각각 다루었다. 이경구는 근대 한국이 중화주의를 벗어나 서구문명에 대면하는 과정에서 일본, 중국과 달리 기독교를 서양문명의 정수로 수용하는 독특한 상황을 분석한다. 박노자는 근대 한국의 인종 담론이 아시아연대라는 일본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부터 시작해 식민통치 이후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공고해져가는 굴곡을 보여준다. 그 밖에 박명규는 ‘사회’라는 정치적·사회적 개념의 선택과 수용과정 그리고 이 개념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정치 세력들 사이의 다양한 근대 기획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행훈은 기존의 유학적 개념들이 서구사상의 잣대로 판단되는 과정을 ‘서구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 눕혀진 상황에 비유하고 있다. 임경화는 식민지 권력이 소리와 음악,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개념들을 통해 식민지 일상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그리고 피식민지에서 이러한 관리와 규제에 어떻게 저항하려 했는지를 분석했다. 제2부 중국 편에서는 근대 중국에서 전개된 서양 학문의 수용과 번역 과정을 분석한 양일모의 글이 주목된다. 그는 중국이 왜, 무엇을, 어떻게 번역했는가 하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번역의 사상과 제도 등을 폭넓게 고찰했다. 또 이혜경과 쑨장은 동아시아에서 이미 한자어로 정착된 언어이면서 동시에 서양의 개념을 번역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윤리’와 ‘종교’ 개념에 각각 초점을 맞추면서, 이러한 개념 속에 숨어 있는 전통적 의미와 새로운 의미의 갈등, 재구성 과정을 면밀히 다루고 있다. 특히 이혜경은 윤리를 둘러싼 근대 문명과 유학 사이에 점유권 싸움이 일었고, 이어 ‘윤리’ 용어를 점유한 유학이 국가주의와 결합했다고 분석한다. 그밖에 요하힘 쿨츠는 칸트의 ‘물자체'Ding an sich 개념이 중국에서 수용돼 오해 혹은 자의적 해석을 거쳐 궁극적으로 현재의 의미로 정착되기까지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주었고, 류네 스바르베루드는 독일에서 배태된 ‘개념사’의 방법론에 기초하여 ‘주권’ 개념의 정착과 변화를 과정을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