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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만년』
잎 7 추억 27 어복기 73 열차 85 지구도 93 원숭이 섬 107 참새새끼 119 어릿광대의 꽃 127 원숭이를 닮은 젊은이 183 역행 207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227 로마네스크 271 완구 301 도깨비불 311 장님 이야기 335 다스 게마이네 349 암컷에 대하여 385 허구의 봄 397 교겐의 신 485 작품해설 | 슬픈 어릿광대의 초연 『만년』과 초기 작품세계 509 옮긴이 후기 525 다자이 오사무 연표 529 『다자이 오사무 전집』 한국어판 목록 533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펴내며 535 |
Dazai Osamu,だざい おさむ,太宰 治,츠시마 슈지津島修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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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작정이었다. 올해 설, 이웃에서 옷감을 한 필 얻었다. 새해 선물이었다. 천은 삼베였다. 쥐색 잔 줄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이건 여름에 입는 거로군.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마음먹었다. --- p.9
일생을 이런 우울과 싸우다 죽겠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제 신세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푸른 논두렁에 안개가 확 밀려왔다. 눈물이었다. 그는 당황했다. 이런 값싼 감정에 휘둘려 눈물을 보인 것이 부끄러웠다. --- p.10 예술의 미는 결국, 시민을 향한 봉사의 미다. --- p.15 ‘이곳을 지나면 슬픔의 도시.’ 벗들은 모두, 내게서 멀어져가고,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친구여, 나와 이야기하고, 나를 비웃어다오. 아아, 허무하게도 친구는 고개를 돌린다. 친구여, 나에게 물어다오. 무엇이든 알려줄 테니. 나는 이 두 손으로 소노를 물에 빠뜨렸다. 비열한 악마처럼, 나는 살더라도 소노는 죽기를 바랐다. 더 말해줄까? 아아, 그러나 친구는, 그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 p.129 도대체가 이 소설은 재미가 없다. 그럴싸하게 폼만 잡고 있다. 이런 소설이라면, 한 장을 쓰건 백 장을 쓰건 다 똑같다. 그래도 그건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쓰면서 한군데 정도는 쓸 만한 게 나오지 않을까, 하고 낙관하고 있다. 나는 같잖은 놈이다. 같잖은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는 장점을 갖고 있지 않을까? 내 체취가 들러붙어 있는 썩어빠진 문장에 절망하면서, 그래도 하나 정도는, 하나 정도는 있겠지, 하고 여기저기 뒤집어엎으며 찾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서서히 경직되어 간다. 뻗어버렸다. 아아, 모름지기 소설이란 무심히 써야 하거늘! 사람은, 어여쁜 감정을 갖고서, 몹쓸 작품을 쓴다. 이런 바보 같은 말이 다 있나. 이 말에 최악의 불행이 있기를! 넋을 잃지 않고서야 어찌 소설을 쓸 수 있으랴.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이, 열이나 되는 각기 다른 의미를 품고 마음속에 뛰어드니, 붓을 꺾어 내던질밖에. --- p.162~163 거짓 없는 생활. 이 말 자체가 이미 거짓말이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한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마음에 거짓이 있으니. 저것도 더러워, 이것도 더러워. 사부로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다가 사부로는 드디어 하나의 태도를 발견했다. 무의지 무감동이라는 백치 같은 태도. 바람처럼 사는 것. 사부로는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달력에 맡겼다. 역학의 운세에 맡겼다. 즐거운 것이라곤 밤마다 꿈을 꾸는 것뿐이었다. 푸른 들판에 서 있는가 하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녀도 있었다. --- p.297 안녕하세요. 당신이 자중하고 자신을 사랑하기를 빕니다. 고매한 정신을 되찾으십시오. 타고난 재능을 완성하려면, 하늘이 내려준 천직이 무엇인지 자각해야 합니다. 헛된 꿈을 꾸면서 슬피 울지 마십시오. --- p.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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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제1권은 첫 소설집인 『만년』(1936)과 그 다음 해에 출간된 『허구의 방황』(1937)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첫 소설집 『만년』은 딱 한번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데, 아쉽게도 절반 정도의 작품이 생략된 채로였다. 그런데 저자가 보인 『만년』에 대한 사랑을 다음과 같이 고백할 정도로 각별했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이런 언급에 과장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매우 정확한 표현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이후에 전개될 그의 문학적 전개가 바로 작품집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집 제1권 『만년』에는 1933년(25세)부터 1936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 19편(『만년』 15편, 『허구의 방황』 4편)을 실었다. 이 작품들은 ‘대지주의 아들’이라는 태생적 부끄러움을 안고 좌익운동을 하면서 가족도 배신하고 정의를 꿈꾸지만 어느 쪽에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고립감에 괴로워하는 한 젊은 작가의 편린이 담겨있는 작품집이다.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휩싸이지만, 결국 창작을 통해 스스로 타락해가는 길을 선택한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그런 이유로 『만년』에는 수치심, 고독, 좌절감으로 단단히 응어리진 언어들이 빼곡하다. 홀로 좌익단체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수치심’과 출신성분에서 비롯된 ‘원죄’ 의식은 작중 인물들이 끊임없이 죽음(자살)충동에 시달리게 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만년』에서 발견되는 ‘죽음’에는 어둡고 파괴적인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통쾌한 해방감과 위트,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자살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어금니 꽉 깨물고 덤벼든 자의 삶에 대한 고민들이 진솔하게 담겨있기에 독자들은 ‘밝은 죽음’, 바꿔 말하면 ‘억척같은 삶’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역설’의 미학이 다자이 특유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어우러져 『만년』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만년』은 20세기 이후 방황하는 모든 젊은 영혼들의 곁에 머물며 큰 사랑을 받아온 세기의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만년』의 독자들에게 “『만년』은 제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저의 유일한 유서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제목도 『만년』이라고 해 두었습니다. 읽어보면 재밌는 소설도 두어 개 있으니, 시간 나실 때 읽어주세요. 제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당신의 생활이 술술 잘 풀리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금도 훌륭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그다지 추천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다음번에는 배꼽을 잡고 웃을 만한 재밌는 장편소설을 하나 써 드리지요. 지금 여기 있는 소설들은, 다 재미없지요? 따뜻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재미있게 하고, 품위 있게 하는 것, 달리 무엇이 필요할까요. 있잖아요, 읽어서 재미없는 소설은 말이에요, 그건 전부 다 형편없는 것입니다. 하나도 무서울 것 없어요. 재미없는 소설은 딱 잘라 치워버리는 게 낫답니다. 『만년』을 읽으셨어요? 아름다움은,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데서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서, 오직 자기 혼자서 문득 발견하는 것입니다. 『만년』에서 당신이 아름다움을 발견할지 어떨지,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 다자이 오사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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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무렵 『인간 실격』을 읽으며, ‘요조’라는 두 글자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요조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만들고 또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모쪼록 저를 이해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저는, 지금, 그저, 요조로 살아가는 삶이 정말 행복할 뿐입니다.
- 요조 (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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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는 여러 명 있지만 그중에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다자이 오사무를 들 것입니다. 열네 살 때 『만년』을 접한 이래 중고등학교 시절 전집을 즐겨 읽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제게 다자이의 소설은 크리스트교 신자들의 성서와도 같아서, 책을 펼칠 때마다 작고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곤 합니다. - 유미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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