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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당신은 그에게 반하지 않았다
7. 사자와 이리의 티 파티 7.5 플뢰데온 클라체 8. 건국제 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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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눈동자가 나를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지며 즐거이 대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 손을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덮었다.
“글쎄요.” 탐색하듯이 훑는 그를 보고 있으니까 꼭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간 것 같다. 그 눈을 마주하는 대신 고개를 떨어트렸다. ……의도치 않게 그의 비밀을 엿들은 기분이 들어서. “모르겠어요.” 맞춰 버리면 안 될 것 같다. 감이지만……. 그는 정답을 바라지 않는다. “재미없네.” “하하. 재미있는 대답을 원하셨다면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제게 개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오라버니가 있는데.” “6황자?” 그가 다시 원래의 낯으로 돌아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넌 그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구나.” “그럴 리가요. 짜증이나 언짢음이 아니고요?” 플뢰온 얘기를 하며 즐거울 리가. 어제도 볼에다 얼음주머니를 가져오는 불상사가 있었다. ‘걘 언제쯤 철이 들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깜빡거리는 순간이었다. 따끔. 관자놀이 쪽으로 고통이 느껴졌다. 옅게 퍼지던 고통은 곧 번개처럼 나를 관통했다. “왜 그래?” “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 생각하느라.” 지끈거리는 고통에 손가락을 들어 관자놀이 쪽을 꾹 눌렀다가 뗐다. 이상하다. 분명 내 몸은 어떤 고통에도 무뎌진 몸일 텐데……. 등골을 쫙 타고 퍼진 고통은 거대한 바늘로 이마를 푹 쑤신 것과 비슷했다. 차차 사그라지는 고통을 잊어 보고자 다른 생각에 집중했다. 아플 때, 그는 자기 몸도 약으로 다스릴까? 오라버니로 말할 것 같으면 플뢰온은 1년에 한 번쯤 심하게 앓는다. 그때마다 나나 데인 전부 부산을 떤다. 플뢰온은 시끄러운 걸 싫어했지만 우리가 오는 걸 싫어하진 않았다. ‘아프면 누구나 약해지는 법이니까.’ 그랬다. 그러나 아모르는? 이 궁에 갇힌 그에겐 손잡아 줄 사람이 있었을까? 그는 플뢰온과 겨우 한 살 차이었다. 겨우 1년의 차이를 두고 그는 제국에 오직 하나 남은 강하고 외로운 신관이 되었다. 같은 핏줄. 하나의 힘이 삶을 갈라놓았다. “표정이 왜 그래?” 서글펐다. 나도 아모르처럼 강한 신관이거나 레이 경처럼 뛰어난 검사라서, 주변의 불행을 막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카스토르가 내려쳤던 검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막았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시간이 가고 어른이 되면 올라간 눈높이에서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참고 견디고 인내하는 사람을 ‘어른’이라 불렀다. 나는 어른이지만 어른이고 싶지 않았다. 불행이 슬프고, 죽음이 안타깝다. 앞으로 찾아올지 모를 슬픔과 아픔이 두렵다. 몰려오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모든 것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지 못함을 알아서 슬펐다. 어디론가 토해 내고 싶었다. 내 어리광은 누가 받아 줄까. “오라버니…….” 그리고 나처럼 외로운 당신의 어리광은 누가 받아 줄까. “괜찮나? 안색이 창백해. 어디 아픈 거라면 약을 주마…….” 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 주변엔 안타까운 것이 너무 많아요.” 너무나. 그가 멈칫했다. 녹색 눈동자가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 말인가?” 난 그의 손을 잡았다. “꼭 오라버니만을 얘기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포함되기는 하죠.” 아모르가 나를 빤히 응시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곧이어 그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스르륵 기울였다. “그럼 연민과 동정 대신 다른 걸 주지 그래.” 그의 손 대신 움직인 넝쿨이 나를 들어 올렸다. 어째서인지 그는 화나 보였고, 슬퍼 보였고 그리고 기뻐 보였다. 그의 성마른 미소가 점차 가까워졌다. “제가 오라버니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데요?” “글쎄.” 엷고 연한 하늘빛 머리가 바람에 한들거렸다. 그는 보일 듯 말 듯 웃다가 바짝 마른 입술을 떼어 낸다. “이름을 불러 봐.” “…….” “아모르― 하고.”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