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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은순 (purpleiris@channeli.net)
이 책은 저의 홈페이지에 자주오시는 분이 소개해 주신 그림책입니다. 어두컴컴한 책표지가 아이들에게는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했던 책이었어요. 이 그림책이 케이트 그린어웨이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림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이야기는 신비롭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고래에 관한 영화를 아주 아주 커다란 화면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고래의 생태에 대해서 놀란 것뿐만 아니라 바다에 대해서도 매우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감동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릴리는 어느 날 깊은 바다에 살고 있는 고래에 대한 야기를 할머니로부터 듣고는 고래 꿈을 꿉니다. 릴리는 이튿날 바닷가 방파제 끝에 나가 앉아 아침부터 저녁때가지 고래를 기다렸지만, 고래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지요. 하루종일 방파제에 앉아있다고 할아버지에게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던 릴리는 한 밤중에 이상한 소리를 듣고 바닷가로 다시 나갑니다. 그랬더니 바다 위에는 둥근 달이 떠오르고, 그 때에 고래들이 아주 커다란 고래들이 밤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릴리가 고래들에게 선물로 주었던 노란 꽃이 한쪽에 둥둥 떠있구요.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에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짐작할 수 없기 마련이죠. 릴리는 한참을 그렇게 고래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다가 집으로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때 '릴리..! 릴리!'하고 고래들이 릴리를 부릅니다. 릴리는 얼마나 놀랬을까요? 밤하늘 가득히 릴리의 얼굴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릴리의 눈동자는 그 소리를 향해 있습니다. 릴리의 표정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저는 이 그림을 오래도록 보았습니다. 이 책에는 상반된 두 종류의 사람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릴리의 할머니로 노인이 되어서도 어린 아이들과 같은 마음 간직하고 있는 반면에, 프레드릭 할아버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어렸을 때는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상상의 세계(또는 꿈)를 잃어버린 인물로 나오지요. 이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는 생각이 굳어버린 어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릴리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고래들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 그림책은 유화로 그려졌는데요, 캔버스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표정묘사와 장면 설정도 좋아서 한 장 한 장 감상하는 즐거움도 보통이 아닙니다. 고래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싶으시다면, 맨 마지막에 나오는 릴리의 얼굴을 자세히 보세요. 그런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고래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에요. 이 그림책의 그림들은 원화 전시회에서 전시된다 하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을, 오히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멋진 그림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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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프레드릭 할아버지가 발을 쿵쿵 구르며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어요. '바보 같으니라고! 고래들이 중요한 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와 뼈, 그리고 살에서 나오는 기름이 있다는 거예요. 누나가 릴리에게 뭘 얘기해 주고 싶으면 좀 쓸모 있는 것을 얘기해 줘요. 릴리의 머릿속에 쓸모 없는 것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요! 뭐, 고래들이 노래를 부른다고? 내 살다 보니, 별소릴 다 듣겠구먼!' 할아버지가 이렇게 빈정거렸지만, 할머니는 이야기를 계속하셨어요.
'배와 도시들, 그리고 동굴 속에 살던 원시인들이 나타나기 수백만 년 전에 고래들은 이미 여기에 있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래들이 요술을 부리는 신기한 동물이라고 말하곤 했지.' 이 때 할아버지가 다시 끼여들었어요. '사람들은 고래를 잡아 고기를 먹고 지방을 끓여 기름을 얻었을 뿐이란다.'하고 투덜거렸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다시 쿵쿵거리며 들로 나가 버렸어요. --- pp.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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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이었단다. 바다에는 고래가 가득했지. 고래들은 작은 산들만큼 크고, 밤하늘에 떠오른 둥근 달처럼 평화로워 보였단다. 고래들은 네가 마음에 그려 볼 수 있는 동물들 중에 가장 멋지고 놀라운 동물일 거야.'
이 때 프레드릭 할아버지가 발을 쿵쿵 구르며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어요. '바보 같으니라구! 고래들이 중요한 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와 뼈, 그리고 살에서 나오는 기름이 있다는 거예요. 누나가 릴리에게 뭘 얘기해 주고 싶으면, 좀 쓸모있는 것을 얘기해 줘요. 릴리의 머릿속에 쓸모없는 것을 집어 넣으려 하지 말아요! 뭐, 고래들이 노래를 부른다고? 내 살다 보니, 별 소릴 다 듣겠구먼!'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