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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해설 예술 - 인간이 늘 지고 마는 천사와의 싸움 판본 소개 에밀 졸라 연보 |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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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밑그림은 한눈에 보아도 난폭하기 짝이 없었고 색채는 타오르듯 생생했다. 담장처럼 빽빽하게 둘러쳐진 초록빛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다만 왼편 숲 속으로 나 있는 어두운 오솔길은 저 멀리 한 점의 빛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유월의 초목들 사이로 펼쳐진 풀밭 위에, 벌거벗은 한 여인이 한쪽 팔을 베고 가슴을 부풀리며 누워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 어디에도 시선을 두지 않은 채 눈꺼풀을 내리고 있었다. 금빛 햇살이 그녀의 벗은 몸을 가득 적시고 있었고, 그림 뒤편에는 갈색과 금발 머리의 키 작은 두 여인이 역시 벗은 채로 웃으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초록빛 나뭇잎들 가운데서 두 여인의 살결이 아름답게 두드러졌다. 그런데 화가는 전경에 검은색의 대비를 넣을 필요를 느끼고 그 자리에 단순히 벨벳 윗도리를 입은 신사를 그려 넣었다. 신사는 등을 돌리고 앉아 풀을 짚고 왼손을 내보일 뿐이었다.
--- p.46 그는 이번만큼은 직접 자연을 보고 그렸다. 사이즈가 큰 작품을 그릴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이번만은 그 어떤 속임수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소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심사위원들의 공분을 사서 낙선의 운명을 걸었다. 화가들 사이에서는 술주정뱅이가 빗자루로 그린 그림 같다는 평판이었다. 게다가 그가 입선하기 위해 미술학교의 환심을 사 보려고 작품을 양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화가는 깊은 상처를 받고 분노로 울부짖었다. 그는 작품이 되돌아오자,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 불태워 버렸다. 이번 그림은 그냥 칼로 찢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았고, 그렇게 없애 버리고 나서야 속이 풀렸다. --- p.401 클로드의 생활은 아주 비참해졌다. 계획 없는 살림을 꾸려 나가며 점점 더 궁핍해졌다. 2천 프랑의 연금이 한 푼도 남지 않게 되자,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가난이 덮쳐 왔다. 크리스틴은 일거리를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바느질도 할 줄 몰랐다. (…) 파리 사람들의 조롱 속에 클로드의 그림은 전혀 팔리질 않았다. 그는 몇몇 친구들과 더불어 작품을 출품하여 따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무지갯빛이 총망라된 알록달록한 그의 그림을 보고 아주 즐거워하며 그를 아마추어의 수준으로 여기기에까지 이르렀다. --- p.425 미술학교나 언론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클로드에게 연구심이 부족하다고 계속 헐뜯으면서 게으르고 무식하다고 욕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하곤 합니다. 그가 게으르다고요, 기가 막혀서! 저는 그가 하루에 열 시간 넘게 앉아서 작업을 하다가 지쳐서 정신을 잃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 전부를 걸고 작품에 열중하다가 거기에 미쳐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남자를 어떻게 게으르다고 할 수 있습니까! 게다가 무식하다니,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어요! 저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사람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영광을 가지려면 그전에 이미 수용된 지식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거든요. --- p.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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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랑티에는 당시 미술학교에서 가르치는 화법을 거부한 시대에 앞선 혁명적 화가다. 그는 오직 야외의 살아 있는 빛 아래에 보이는 자연만이 진실한 모습이라 믿고, 그 자연의 정직하고 생생한 모습을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 나간 진취적인 화가인 그는 동료들에게는 인정받지만, 사회로부터는 매번 버림받고 결국 광기에 휩싸인 채 비참한 생활을 이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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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소설보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
『작품』은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중 유일하게 실제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과 예술 작품을 소재로 한 보기 드문 소설이다. 작가 자신과 폴 세잔이라는, 후대의 최고 작가와 화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소설은 많은 사람의 흥미를 자아낸다. 이 소설이 발간된 것을 계기로 어릴 적부터 이어 오던 우정이 깨져 버린 졸라와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의 학창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였고, 그 영향으로 졸라는 화가들의 아틀리에를 출입하기 시작하면서 회화에 관심을 가졌다. 무엇보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관심이 컸던 그는 예술가들을 위한 논설을 신문에 기고했는데, 특히 『작품』 속 대작과 유사하게 묘사되는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그린 마네에 대해 적극적인 옹호를 펼쳤다. 이러한 사실들만 보아도 『작품』은 그 어떤 소설보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잔은 이 책을 헌정받은 후 졸라에게 사무적이고 짤막한 감사의 답장을 보내고는 30년 이상 우정을 지켜 온 친구와 서신은 물론 만남 자체를 끊어 버렸다. 그 후 세잔은 졸라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작가가 몸담았던 파리 예술계를 무대로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며 인상파 화가의 삶을 조명한 걸작 에밀 졸라는 자신이 몸담았던 파리 예술계를 무대로 제2제정기를 살았던 예술가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키며 예술 창작의 여러 문제를 심각하고 밀도 있게 부각시키려고 했다. 특히 주인공 클로드 랑티에를 통해 자신이 옹호한 인상파 화가들의 삶과 작품의 탄생 과정을 대변하고자 했는데, 결국 졸라는 예술가들이란 인간으로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창조 행위에 몸담은 사람들이므로 필연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를 테면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광기에 휩싸였던 주인공 클로드의 시신 아래 쓰러져 처참하게 절규하는 그의 아내 크리스틴의 비참한 몰락은 그림 앞에서 목매달아 죽은 클로드 못지않게 인간 위에 군림하는 예술의 위력을 공포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품』의 진정한 의도는 모든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조명하고자 하는 데 있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문학으로서의 작품성 또한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에밀 졸라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소설을 쓰고 싶어 했는데, 실제로 이 소설 안에는 지문을 대신하는 여러 그림에 대한 묘사가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한 편의 대작을 감상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