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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말
뜀박쟁이 목 위의 안나 아리아드나 메자닌이 있는 집 - 화가의 이야기 고향집에서 선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신부新婦 작품 해설 | 질문을 던지는 작가 체호프, 그가 그린 여성 인물들 안톤 체호프 연보 안톤 체호프의 말 |
Anton Pavlovich Chekhov,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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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당신은 남자가 아니라, 주님 용서하소서, 그냥 물러터진 사람이에요. 남자라면 격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미쳐도 보고, 실수도 하고, 고통도 겪어야지요! 여자가 무모함이나 뻔뻔함은 용서를 해도, 당신의 그런 신중함은 절대로 용서 안 할 거예요.”
--- p.110 아리아드나가 매주 제 아버지에게 향기 나는 종이에 편지를 써서 보내왔는데,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훌륭한 문체로 쓰여 있었어요. 저는 여자들은 다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 p.116 “교양이란 소스를 식탁보에 엎지르지 않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한 걸 못 본 척하는 것이죠.” --- p.153 “건강 자체가 기적이 아니겠어요? 인생은 어떻구요? 이해가 안 되는 것, 그게 곧 기적이에요.” --- p.158 진리까지는 아직 멀었고, 인간은 여전히 가장 잔인하고 가장 불결한 동물로 남았고, 모든 것이 인류 대다수가 퇴보하고 생존능력을 영구히 상실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이런 조건들 속에서 화가의 삶은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재능이 크면 클수록 그의 역할은 더욱 이상해지고 이해할 수 없게끔 돼요. 왜냐하면 실제로는, 현재의 체계를 지지하면서 잔인하고 불결한 동물의 오락을 위해 일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 일하는 게 싫고, 하지도 않을 거예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이 세상은 지옥으로 꺼지라 해요! --- p.172 그녀는 젊고 우아하고 삶을 사랑한다. 대학을 졸업했고, 3개 국어로 말할 수 있으며, 독서도 많이 했고, 아버지와 여행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 소리 없는 초원의 저택에 들어와 살고, 하루하루 아무 할 일도 없이 정원에서 들로, 들에서 정원으로 거닐다가, 그다음엔 집에 앉아 할아버지의 거친 숨소리를 듣기 위해서란 말인가?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 p.190 “이런 게, 올가 세묘노브나, 우리 인생이에요. 울어도 소용없어요! 일하고, 애쓰고, 괴로워하고, 밤엔 잠도 안 자가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지만, 그래서 되는 게 뭔데요?” --- p.209 그녀는 늘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 --- p.210 얼마나 무의미한 밤들인가, 얼마나 재미없고 시시한 날들인가! 미친 카드놀이에, 폭식에, 술판에, 늘 똑같은 대화에! (…) 12월 연휴가 되자 그는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아내에겐 어느 젊은이의 일을 도와주러 페테르부르크에 간다고 하고선 S로 떠났다. 무엇을 위해? 그 자신도 잘 몰랐다. 그저 안나 세르게예브나를 만나고 얘기하고, 가능하다면 밀회를 갖고 싶었다. --- p.253-254 그녀는 어째서 그를 이렇게 사랑하는 것일까? 여자들에게 비친 그의 모습은 늘 진짜가 아니었고, 그들이 사랑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들의 상상이 만들어 낸, 각자의 인생에서 간절히 찾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 어떤 여자도 그와 함께 있으면서 행복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그는 새로운 여자를 알게 되고, 만나고, 헤어졌지만 한 번도 사랑하진 않았다.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사랑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야, 머리칼이 하얗게 세기 시작했을 때에야 그가 정말로, 제대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평생 처음으로. --- p.264-265 마음은 설명될 수 없는 물건이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얼마나 아픈지는 다 안다. --- p.340 아직 사랑을 안 했을 때는 나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 p.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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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심심하게 무채색으로 사세요?”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빛나는 작품 8편 이 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체호프의 소설들 중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모은 선집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비롯하여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8편을 모았다. 예술을 모르지만 단순하고 너그러운 의사 남편과 예민하지만 젊고 잘생긴 화가 애인을 오가는 재능 많은 여자(「뜀박쟁이」), 가난에 시달리다 열여덟 살에 쉰두 살의 부자와 결혼한 어린 신부(「목 위의 안나」), 사랑 없이 충동적으로 남자에게 키스하고, ‘여성혐오자’가 되어버린 그 남자의 열렬한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받는 여자(「아리아드나」), 의견이 다른 화가와 논쟁하며 자신의 신념대로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혁명가’ 언니와 화가의 생각은 무조건 지지해주는 태평하고도 여린 ‘매력덩어리’ 여동생(「메자닌이 있는 집」), 대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시골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스물세 살의 여자(「고향집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백지 같은 사람 어쩌면 사랑의 화신 같은 사람(「선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멍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바닷가를 거니는 부인(「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렬히 결혼을 꿈꾸었으나 결혼을 앞두고 불면에 시달리며 왠지 모르게 울고 싶어지는 신부(「신부」)……. 체호프가 그린 작품 속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고, 등장인물들도 낯설지 않다. 체호프는 소설 속 여성들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르다’, 또는 ‘선하고 악하다’ 뚜렷하게 나뉘는 도덕적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세속성과 속물근성을 비판하지만, 그렇다 해서 단정적으로 평가하지도 않는다. 작가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 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체호프. 각 작품이나 인물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겠고, 읽고 생각해 보는 과정은 모두에게 즐거울 거라 기대해 본다. 러시아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많지 않다. 이번에 출간되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생소하게 여겨졌던 체호프 문학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첫 단추로 충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