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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임헌영
내 마음의 우상 망망대해 대신 죽기 |
白始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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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깊이 있게 그려온 백시종 작가의 소설집. 이 책에 실린 〈망망대해〉는 한국해양문학의 걸작으로,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이기주의 세태를 그리고 있다. 중남미를 배경으로 한 〈대신죽기〉는 세태묘사와 인간애, 국내외 동포의 삶을 두루 다루며, 〈내 마음의 우상〉은 다양한 인물들이 세월의 굴곡 속에서 어떻게 신앙을 변천시키는가를 인생론적으로 추적한다. 이 세 작품을 통하여 독자들은 백시종 문학이 지닌 서사구조와 인정세태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분에게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의 진솔한 자기 고백 등단 50년을 4년 앞두고 있는 백시종 작가는 그간 25권여에 이르는 장단편집을 내면서 이 연배의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폭넓은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성장소설 혹은 작가자신이 모델일 법도 한 소설 〈아버지의 어깨〉에 서정적으로 반영된 작가의 어릴 적 삶은 민초들의 현장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처럼 진솔한 자기 고백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라면 그 작가 정신과 투철한 문학적인 자세는 신뢰가 갈 만하다. 백 작가의 인생은 기교가 아닌 진솔 그 자체임을 실감나게 해준다. 초기 백시종 소설은 분단으로 인한 민중들의 삶의 현장을 파고들어 그 끈질긴 생명력을 부활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데올로기라는 술어조차도 알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 알 필요도, 알려줘도 알 도리가 없는 계층이 겪었던 한국전쟁의 비인간화 현상을 백시종은 해변을 무대로 적나라하게 파헤쳤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개펄의 해산물처럼 죽지 않는 원초적인 생명력을 낙관적으로 전망해 냈다. 백시종 문학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소재 작품은 한국해양문학에서 단연 그를 이 분야의 전위작가로 평가받도록 했는데, 그 한 예가 여기 실린 〈망망대해〉이다. 만선에 가까운 실적에도 욕심 때문에 더 망망대해로 나아가던 선령船齡이 20년을 넘긴 ‘풍어호豊魚號’가 기관고장으로 표류, 선주이자 선장인 김구식이 “망망대해에 떨어져 박히는 광경”을 그린 게 이 소설이다. 일본 배에 구조당해 무사히 귀환할 수도 있었는데도 선장이 선원들 아무도 모르게 사고사를 하게 된 경위를 작가는 미묘한 내분으로 묘파해 나간다. 망망대해란 여기서는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애의 상징이고,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선원들은 육지 사람이라도 능히 그렇게 서로 아웅다웅 다투다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는 세상 이치를 빗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임헌영 (중앙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