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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부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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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이 찾아들었다. 발터는 인상을 찌푸리다 못해 끝내 느릿느릿 눈을 감았다. 앞다리를 베인 맹수 같다. 블랑쉬는 그의 단단한 어깨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규칙적으로, 들이켜고, 내뱉고, 숨이 오가는 냉정.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말해 보기로 결심했다. “폐하, 목을 각오하고 여쭙겠습니다. 왜 폐하의 누이를 살리겠노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물론 게외보르트가 살해 누명을 써 여의치 않은 전쟁을 치를 위험이 있다 설명하신다면 저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나 방금 전 폐하께서는 뤼 뤼페닝이 그녀를 죽인다 해도 게외보르트에 혐의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폐하, 저는 생 로욜에 있을 적 폐하의 기밀 서신을 받은 자입니다. 548년 당시에도 폐하께서는 그녀를 구제하라 명하셨습니다. 폐하, 당시 그녀는 언제 누구의 씨를 품을지 모르는 위험분자였습니다. 또한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물론 의원은 불임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전이 아닌 이상, 인명에 대해 정확히 논할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입매가 살짝 떨렸다. “폐하, 일순간이라도 저를 무례한 짐승으로 여기셨다면 목을 치십시오.” 발터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불같이 일어나 상대의 목을 베지도, 노성을 내지르지도 않았다. 달라진 것은 시선뿐이었다. 그는 눈을 떴다. 그것은 수평선처럼 얇게 뜨였다가, 조각배처럼 두터워졌다가, 이내 돛을 달았다. 폭풍 속에 매서운 배다. 그 고요는 어쩐지 숨죽인 회상인 듯 보였다. 왕실의, 무자비하고도 거친 과거. 첫울음을 터뜨릴 때부터 난장 맞을 어른이 되어야 했을 저 날카로운 냉정함에, 블랑쉬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왕에 대한 자신의 경외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 검은 홀의 주인. 오스트레반트 도르커 팔메. 이 영광된 단어는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한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아주 약간의…… 미련이…….” 그녀는 단지 자신이 잠시 정신을 팔았을 뿐, 왕이 말을 흐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듣지 못했을 따름이다. 왕은 그로서 완벽하다. 말을 얼버무릴 리가 없다. 살아남은 자. 검은 홀의 주인. 오스트레반트 도르커 팔메. 발터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블랑쉬는 지금 스스로가 경외를 넘어선 외경을 보이고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이목구비에서 변화를 찾지 못한 듯했다. 어느새 모든 것이 가라앉은 바다. 어두운 밤에 채도 낮은 배가 떠 있었다. 그는 천천히 토로했다. “죽여도 된다, 죽인다 생각하고도 돌아서면 주저하게 되더군. 짐은 이미 짐의 모든 동기를 묻었건만 이제 와 이것이 무슨 울상인지 모르겠다. 누구를 한심하다 욕할 처지가 아니다.” “살리실 것입니까?” 발터는 고개를 저었다. 대화의 시작에서 정리되지 않았던 사고가 지금에야 모지람 없이 한 갈래로 모아진 듯했다. “짐은 게외보르트가 아닌 외르타를 살리고 싶지 않다.” “…….” “제 딸의 주검 하나에 죽음을 자초하는 멍청한 낯을, 짐은 모른다. 짐의 누이 또한 그런 아이를 모른다. 그녀가 원한 외르타는 저것이 아니다. 짐의 누이는 살아남을 방도가 있음에도 기어이 우리 모국에 마땅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만큼 게외보르트에 천착한 사람도 다시없을 것이다.” “…….” “그 같은 사람이 저런 인간을 원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미 모든 것이 변했다. 짐의 뜻대로 될 것이다.” “말씀 옳습니다.” 발터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그 굴곡진 손바닥을 빤히, 어떤 못마땅한 얼룩을 찾기라도 하듯 집요하게 응시했다. 손은 그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시선을 반 덮을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다, 순식간에 툭 떨어지는, 살인자의 손이었다. 그만……. 끝내자. 그는 천천히 기억을 움켜쥐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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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의 발자취
30! 세계관 설정을 온전히 이룬 뒤, 윤진아 작가는 불과 30일 만에 30만 자에 다다르는 방대한 분량의 1부를 탈고했다. 1!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1부가 개인지로 발행되었을 때, 단 1일 만에 초판 1쇄가 전량 소진되었다. 세련된 상상력과 한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작가 윤진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어 이 작품,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집필하였다고 했다. 현실에서야 사람이 행동하는 데에 굳이 이유가 없어도 된다지만, 작중에서만큼은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해 뒤따르는 이유가 없어선 안 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그래서일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가 깃들어 있다. 그러니 자연히 개연성이 살아나고 글 전반에 설득력이 실려서 비로소 모든 인물들에게서 저마다의 생동감이 피어난다. 바로 그 생생함에서 한 번의 숨조차 놓치고 싶지 않은 몰입도가 살아난다. 그저 글자의 배열에 지나지 않음에도 그 속에 완벽한 세계가 있고 극명한 현실감 끝에서 활기가 꿈틀대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작품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연재 당시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읽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그것을 방증한다. 윤진아 작가가 이른바 ‘나담앓이’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필치, 그리고 처녀작임을 믿을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세밀하고 농도 짙은 세계관. 한 치 양보 없이 고고한 두 특징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느 한 곳 아쉬움 없이 온전한 탄탄함이 있기에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를 완독한 이후에도 독자들은 시선 닿는 곳곳에, 뇌리에, 가슴에 깊이 새겨질 여운을 오래도록 곱씹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