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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그리운 율리아나 벚꽃 아래서 환영 아득한 곳 그녀는 마법 분홍신 애염명왕 고향 들꽃다발 경포를 지나며 비가 어떤 기도 하늘 바다로 가며 2부 나는 애써 찔레라도 피우고파 별후 진혼 친구 무덤가에서 버들꽃 징 남풍 불면 찔레라도 라 트라비아타 폭풍의 언덕 3부 그대 설움 달래 줄 아무도 없을 때 등산기 여숙 하차 거릿귀신 바다에 던진 모자 하와이에 와서 니나 과원에서 달 근황 자객 버드나무 나르시스 시골의 달 달맞이꽃 영구 앞에서 라일락 종언 4부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 나의 청춘 마리안느 오십 년 후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 시름 색실 운산동 광인 내외 개안 용계 은행나무 청산 세월 보기 기분 좋은 날 취운정 마담에게 공작수 커튼콜 내 아내 연애시 5부 나는 아무 시름없이 산중대작 딱따구리 칩거 학 여울을 베고 누워 개구리 소리 집 보는 날 멧돼지야 나오너라 초대 새 소리 걷고 싶은 길 울향 호숫가 오솔길 상모재 삼경 월석 물 한 옹큼 선禪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 개 양순이 봄소식 나는 아무 시름없이 신선도 고사관수도 카톡이나 해설-인간 본연에 뿌리 내린 시_尹錫山(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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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흔들린다.
바람이 부나보다. 슬픔일까. 벽에 비쳐 일렁이는 물무늬같이 여리게 가슴에 와 일렁이는 것은. 꽃방울에 드나드는 벌같이 감상感傷이 내 짚은 이마에, 감은 눈두덩에 와서 지분거린다. 따수운 봄날 그런대로 화사한 꽃그늘에서 까닭 없이 잠기는 이 우수憂愁의 버릇은 잠결에도 흐느끼는 아기의 추스름같이 철 지난 설음의 가녀린 여운餘韻일까, 저만치 흔들리는 꽃을 볼 뿐인데. --- 「벚꽃 아래서」 중에서 누구는 가버린 사랑을 이슬에 씻기운 한 송이 장미로 보듬는데 그대 내 가슴에 사철 꽃도 잎도 안 피는 메마른 가시넝쿨로 남아 바람이 일 적마다 서걱 서걱 살을 저민다. 나는 애써 찔레라도 피우고파 찔레라도 피워 가지고파 눈물로 물 준다만 추억이여. 한 송이 가시 없는 풀꽃으로나 왜 피어 남지 않고. --- 「찔레라도」 중에서 VO VOU 목 쉰 뱃고동 쪽빛 물결을 미끄러져 가면 하얀 돛을 단 배가 지나고 귤빛 등을 단 등대 지나고 반도도 대륙도 아물거리다간 석양의 수평 속에 잠기어 가고 사랑도 영웅도 잠기어 가고…… VO VOU 작별을 하자. 뭍에서 맘이 상해 바다로 가는 사내, 낡은 모자 하나 빙그르르 바다 멀리 던져 버리다. --- 「바다에 던진 모자」 중에서 나 어릴 적 내 증조부가 당신 증조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내게들려준 것을 나중 내가 내 증손자에게 들려주어 그가 다시 제 증손자에게 들려준다면 모두 십삼 대 삼백구십 년은 거뜬히 이어질 거란 계산과 위로 내 증조부의 증조부의 어진 분부와 아래로 내 증손자의 증손자의 또랑또랑한 대답 소리를 그려 보노라니 한 사백 년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썩 기분이 좋다. 자주 이걸 계산해 보며 지내려 한다. --- 「기분 좋은 날」 중에서 우리 집 음식 쓰레기 어김없이 먹어 주는 기특한 멧돼지 일 년 내 따러 먹고 쏟아 부은 매실주 건덕지를 흔적 없이 먹어치우고는 사흘째 종무소식. 쓰레기는 쌓이는데, 너무 오래 자고 있는 거 아닌가? --- 「멧돼지야 나오너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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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태초에 적막이 있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태아가 양수 속에서 모체의 심장박동만을 들으며 자라가는 동안 그가 느끼는 것은 평화와 고요, 또는 따스한 적막이리라. 생명은 따스한 적막 가운데서 와서 이승을 살다가 때가 되면 저승의 적막으로 간다. 사람은 적막을 싫어도 하지만 그리워도 한다. 그래서 어떨 땐 적막을 기피하고 어떨 땐 적막을 찾기도 한다. 기피하든 선택하든 마지막 이르는 곳은 적막뿐이다. 여기 쏟아놓은 잡다한 시편들을 주제별로 나누어보니 대충 열두어 가지가 된다. 그리움, 외로움, 이별, 고뇌, 방황, 회한, 절망, 체념, 영원, 달관까지. 그리움에서 달관까지의 파노라마는 결국 적막에서 적막으로 가는 사이에 거치는 정서적 간이역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1부에서는 그리움, 외로움을 다룬 시를 찾아서 묶었고, 2부에서는 이별과 회한을, 3부에서는 절망과 방황과 격정을, 4부에서는 체념과 영원을, 5부에서는 한거와 달관을 다룬 시편들로 차례를 삼았다. 이러한 시도는 내가 나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독자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이 적막에서 와서 적막으로 가는 여정은 마치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다에까지 가는 동안 수많은 만남과 우여곡절을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로소 바다로 간 물은 다시 하늘로 가고 다시 비가 되어 내려서 땅속으로 스며서 다시 옹달샘으로 솟지 않는가. 일찍이 집을 떠나 길에 나선 아이가 떠돌다가 떠돌다가 마침내 돌아온 곳 여정의 마지막은 처음 떠나온 곳이었네. 이 시집을 엮으면서 생각나는 옛사람의 시가 있었다. 聲名非我期 명성은 내 기대하는 바 아니오, 寂寞固所欲 적막이 진실로 바라는 바라 江深?魚肥 강 깊어 쏘가리 살 쪄 있으니 此間生涯足 이 가운데 생애가 흡족하구료 -芝村 金邦杰 이번에도, 매번 그랬듯이 작품 몇 군데를 고쳐서 실었다. 그만큼 내가 둔재이기도 하려니와 작품에 대한 애착 때문이니 어쩌랴. 이 버릇은 눈을 감을 때라야 끝이 날 것이니 용서를 빈다. 2020년 입춘절에 김원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