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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그윽한 사람의 향기
낙화암 전설 시 짓는 무관 어린 문장가 길고 긴 전쟁 녹지 않는 봄눈 아무 일도 없었네 마지막이 된 피란길 왜병은 물러갔지만 새로운 이름 또 다른 원수 애희, 꽃처럼 지다 떠오른 붉은 치마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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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희는 세상을 너무 몰랐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신임 사또에게도 애희는 왜장의 딸이었다. 결코 글벗의 아리땁던 여식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억할 줄 알았던 것은 애희의 기대였을 뿐이었다. 애희는 재주가 뛰어난 어린 기생이어야 했다. 예쁜 데다 양반의 여식이라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자신을 기생의 조건으로만 보았던 사또가 아버지의 글벗이었다니 끔찍했다. 그런 사람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라 착각한 스스로가 한심했다. 바보 같은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사또를 생각하니 머리끝이 쭈뼛 섰다.
애희에게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기생 명부에 적힌 이름은 도화였다. “도화…….” 애희는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영원히 정들지 않을 이름이었다. 아니, 정을 들일 수 없는 이름이었다. 이름을 읊었던 혀끝이 까끌까끌했다. 가시 같기도 하고 모래알 같기도 했다. 이름이 이런 느낌이라니 혓바늘보다 쓰라렸다. 모질게 살아 낸 날들이 몹시 후회스러웠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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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썩은 세상에 결코 굴복할 수 없었던 소녀 애희의 삶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고 멋진 시를 지으며 행복하고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애희는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원치 않는 왜장의 수양딸이 된다. 그러나 애희는 왜적들이 하라는 대로 순종하지 않았다. 오랜 전쟁이 끝났어도 애희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을의 관리가 된 아버지의 옛 글벗은 애희를 기생으로 만들었고, 관리들은 전쟁에 지친 백성들의 삶을 돌아보기는커녕 유흥에만 빠져 있었다. 애희는 썩은 세상에 적응해서 쉽게 살아가는 대신 그들과 맞서는 삶을 선택했다. 애희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덧 독자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굳건하고 용감하게 맞서 싸웠던 이들을 생각하며 같이 안타까워하고 응원하게 된다. 붉은 치마섬 홍상도,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다 울산 지역에서 다양한 작품을 쓰는 장세련 작가는 울산이 늘 공업도시로만 기억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그에게 ‘물에 빠진 기생의 붉은 치마’와 ‘홍상도’의 이야기는 새로운 영감을 던져주었다. 작가는 ‘애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기존 관념을 벗어나 당차게 자신의 신념을 펼치는 새로운 기생의 모습을 창조해냈다. 『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는 왜란이 일어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탐관오리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세상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할 관리가 제 욕심만 채우는 걸 알게 됐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생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당찬 애희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