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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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60쪽 | 1222g | 180*230*35mm |
ISBN13 | 9791191455663 |
ISBN10 | 1191455661 |
발행일 | 2022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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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60쪽 | 1222g | 180*230*35mm |
ISBN13 | 9791191455663 |
ISBN10 | 1191455661 |
들어가는 글 블루는 포르투갈의 숙명이다 Portugal story 1_이야기의 시작, 포르투(Porto) 포르투갈의 출발, 포르투와 상 벤투 역 세우타,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작 * 아비스 왕조의 시작, 주앙 1세와 후안 1세의 전쟁 포르투 와인의 시작 포트 와인의 대명사 시밍턴 그룹 도루의 기차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la Nova de Gaia)의 로지 포르투는 포르투갈 제일의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 설탕과 포르투 Portugal story 2_천상의 마을 코르테가사와 발레가 거대한 꽃상여 성당의 발레가 로드리고의 배낭과 우리의 허울 Portugal story 3_도자기와 대구잡이의 도시 아베이루, 일랴부 그리고 코스타 노바 포르투갈의 베니스 아베이루 줄무늬 어촌마을 코스타 노바 일랴부, 소금에 이어 도자기로 부를 일구다 대구의 길(codfish road) Portugal story 4_코임브라, 학문의 도시에 울리는 ‘혁명의 파두’ 대학의 도시, 코임브라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코임브라대학 정복왕 아폰수 1세가 자신의 무덤으로 세운 산타 크루스 수도원 산타 크루스와 성인 산투 안토니우 산타 크루스 공원, 그라피티의 기차역 카르멜 수도원의 옛 성이 럭셔리 호텔로, 부사쿠 팰리스 호텔 Portugal story 5_왕비에게 마을을 선물로 주다, 오비두스 결혼 선물로 마을을 선물한 왕 진자는 어떻게 생겨났나 여류화가 주제파와 산타 마리아 성당 오비두스 마을의 박물관 Portugal story 6_낭만주의 별장마을 신트라와 호카 곶 아름다운 마을 신트라 포르투갈 아줄레주 문화의 시작, 신트라 왕궁 브라질 커피로 떼돈을 번 백만장자의 헤갈레이라 별장 신트라의 디즈니랜드, 페나 궁전 아줄레주 공방의 동네, 신트라 빌라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호카 곶 Portugal story 7_세투발이 있어 행복하다 오래된 골목의 향기, 세투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생선가게 별이 빛나는 상 펠리페 요새 포르투갈에서 제일 오래된 와이너리, 주제 마리아 다 폰세카 Portugal story 8_기도의 도시 에보라 시저가 좋아했던 ‘숭고한 줄리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삶 속에서 죽음을 기억하라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역사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 Portugal story 9_ 애달픈 별리(別離)의 도시 베자 빈곤하지만 아름답고, 그래서 매혹적인 베자 Portugal story 10_알가르브, 무어인의 땅에서 세계 정복의 전초기지로 과거의 번영을 뒤로 하고… 노예무역의 중심 항구도시, 라구스 엔히크 왕자의 희망과 절망, 사그레스 핑크 도시 실브스 Portugal story 11_리스본은 속삭인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기쁨의 해안, 테주 강 ‘검은 돛배’의 숙명 알파마는 파두에 젖어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에 부겐빌레아 꽃잎은 날리고 ‘엔티크’를 좋아하세요? 가톨릭 광신도 왕이 남긴 아줄레주 끝판왕 성당 과거의 영광은 스러져 갔네, 시아두 포르투갈 최초의 맥주 양조장, 트린다드 맥주집 황금 인플레이션과 상 호케 성당 상 페드루 드 알칸타라 전망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모히토를 파는 거리, 바이후 알투 브라질과 식민지의 추억, 켈루스 궁전 천상의 정원을 그대 품에! 나오는 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5가지 상징 |
포르투갈을 다섯가지 오브제로 정리하자면
파두, 정어리, 포트와인, 블루 아줄레주 그리고 아프리카(식민지와 흑인)라고
작가는 쓰고 있다.
이 다섯가지 요소는 그냥 상징성이 아니고, 포르투갈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중 작가가 처음부터 강조한 것은 블루 아줄레주였다.
도시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스토리의 의미를 부여하는 블루 아줄레주는
역시 ‘포르투갈은 블루’라는 수식어를 갖게 해준다.
몇 년 전 포르투갈을 여행갔을 때 가이드 말이
포르투갈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하고 부러워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독재정권, 공포정치 등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포르투갈은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과 선도적인 민주화운동이 놀랍기만 한 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런 배경에서 탄생한 명작이다.
당신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물음은 요즘 나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나는 ‘나’로서 온전히 설명되지 못하고 나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드러난다. 다면평가 인사를 앞두고 나의 인간관계가 어떠한가? 점검해보는데 포르투갈이 600년전 모습과 현재 모습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다항로를 개척해 지구의 절반을 가진 적도 있지만 국가의 발전에는 연결되지 못한 포르투갈. 유럽의 사탕수수가 포르투갈에 의해 브라질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예들에 의해 재배되었다. 바나나꽃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명장식과 새를 주제로 한 브라질 라인의 접시가 탄생하게 된 것은 브라질을 식민지로 가지고 있던 혼혈이 최대 강점이 된 이종교배의 문화이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포르투 리베르다지 광장근처의 서점 “리바히아 렐루”와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대학 ‘코임브라’과 ‘주아니나 도서관’은 책 냄새를 좋아하는 내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 도서관에서 박쥐를 내쫒지 않고 동거하는 이유는 박쥐가 책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이란다.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이곳을 다녀간 뒤 자신의 서재에 박쥐를 키우는 것은 고민했다고 했을 정도로 유명한 곳. 박쥐의 배설물로 탁자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밤 천을 덮어 놓는다니.. 그나저나 책에는 박쥐 똥이 안 묻나?...가서 확인해봐야 알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일을 건축 내구재의 하나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도자기를 아줄레주 예술로 승화시킨 포르투갈만의 도자문화와
유명가수에서 와이너리 운영자로 삶을 바꾼 클리프 리처드
많은 청중을 상대하지 않고 소수의 관중과 일체감을 느끼는 교감의 무대 ‘파두’
싸구려 파두면 어쩌랴. 듣는 사람이 고품격이면 그가 듣는 파두도 고품격이 된다.
식물학자 동거녀로 남장을 하고 남미를 돌며 ‘부겐빌레아’꽃을 유럽에 보급시킨 잔 바레(남장 이름)의 낭만적이고 위대한 여정기.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에는 설탕이, 지식인의 사색과 고뇌에는 담배가 있는데
낭만주의의 발흥에 이바지한 설탕과 담배를 글로벌하게 만든 것은 포르투갈이였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의 낭만을 포르투갈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은퇴 후 정착지로 포르투갈을 뽑았다.
저렴한 와인을 포함하는 착안 물가와 쾌적한 온도의 날씨,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은퇴 후 해외에서 일년살기의 최적지로 뽑으면서
그저 빨리 소문이 나거나 유명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그만큼 포르투갈의 매력을 아니까!!
어서 빨리 은퇴를 해야겠다.
신문사 기자와 편집장을 역임한 저자 조용준을 처음 만난 것은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메이지유신의 원동력을 도자문화에서 찾고 있다. 그러니 선진 도자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조선 침략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사를 도자 문화 관점에서 바라보던 저자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고 신선했다. 저자와의 두 번째 만남은 『유럽 도자기 여행(북유럽 편)』 을 통해서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도자문화를 중심으로 북유럽의 역사를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책들과는 다른 관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줄레주를 몰라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이다. 역시 이번 여행도 도자문화와 함께한다.
아줄레주 : 포르투갈의 대표적 공예품인 장식 타일
<포르투갈은 블루다>를 통해서 어쩌면 저자의 색다른 관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줄레주'라는 독특한 도자타일 문화는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게 자리 잡았다. 포르투갈의 많은 기차 역사들을 멋지게 꾸미고 있는 '아줄레주'의 블루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저자는 포르투갈 여행에 앞서서 알아두면 좋을 것으로 아줄레주 외에 두 개를 더 알려준다. 하나는 포르투갈인의 종교이고 다른 하나는 '파두'라는 포르투갈의 노래이다. 인구의 88%(2012년)가 가톨릭교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소개해 주는 곳도 수도원이나 수녀원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민족의 '한恨' 과 비슷한 정서가 포르투갈에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사우다지를 담은 노래가 '파두'라고 한다. 너무나 가난해서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포르투갈 남자들과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을 기다리는 여자들. 그들이 품었던 사우다지가 노래로 승화한 것이 파두인 것이다. 파두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 찾은 노래들은 비 오는 날 감성주의보 속에서 들으면 정말 어울릴 것 같은 곡들이 많았다. 듣는 순간 먹먹함이 밀려오는 묵직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파두에서 우리의 한恨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동안은 파두의 매력에 빠져 지내게 될 것 같다.
포르투갈 여행의 기본 세 가지를 숙지하고, 이제 책이 소개하고 있는 너무나 멋진 곳들을 만나본다. 정말 많은 사진들이 포르투갈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정말 환상적일 것 같은 곳들을 자세하게 많이 소개해 준다. 특히 여행 가이드북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을 소개해 주고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포르투갈에 우리 문화의 한 축인 '한恨'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 문화의 바탕인 '정情'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에서 보여주는 모든 곳들이 낯설지가 않다. 한때는 스페인과 함께 세상을 양분했던 포르투갈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블루 타일을 품은 곳을 중심으로 포르투갈의 주요 도시와 아름다운 시골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색의 타일들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따라서 와인도 만나고 정어리도 만난다. 물론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만난 이들은 포르투갈 역사의 시작을 연 귀족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수련수녀의 사랑 이야기보다 흥미롭지 않다. 포르투갈의 와인은 어떤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을까? 도서관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될 것 같은 유서 깊은 주아니나 도서관의 고급스러움을 만났고, 얼핏 보면 장난감 블록 같은 재미난 페나 궁전도 만났다.
아름다운 때론 흥미롭고 재미난 장소들을 둘러보면서 포르투갈의 역사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겉모습을 둘러보는 여행도 좋겠지만 포르투갈의 역사와 정서까지 둘러보는 여행이 더 의미 있는 여행일 것이다. 이 책은 여행의 재미와 인문학적 의미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재미나게 포르투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정말 멋진 여행을, 품격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가슴 촉촉이 적시는 파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도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눈이 시원할 정도로 깊고 세련된 파란색을 두고 강렬하다는 표현을 하진 않는다. 보통 불타오를듯한 선홍색이나 짙은 묵빛의 검은색을 강렬하다고 칭한다. 그러나 매우 인상적인 유물에서 블루가 이렇게 자극적이라 느낀 적이 있다. 바로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복원한 ‘이슈타르의 문’이다. 몇 해 전 E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3부작 ‘위대한 바빌론’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바빌론 왕궁은 진한 블루 벽돌과 황금색 사자 장식의 물결로 치장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때부터 내게 블루는 영욕의 애잔함으로 다가섰다. 그래서인지 [포르투갈은 블루다]라는 책 제목에서 흥미를 느꼈다. 파란 바빌론 왕궁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바빌론을 떠올렸다면 책을 펼쳐 본 순간 나도 모르게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라 중얼거렸다. 매끈한 질감에 화사하게 흰색이 도드라진 아트지 560 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에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한 탓이다. 아줄레주로 장식된 성당,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안개 낀 호카곶 등 한 페이지가 멀다 할 정도로 인상적인 사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니, 어쩌면 아름다운 지중해의 나라 포르투갈 자체가 19세기 인상파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 오르세 미술관 일지 모른다. 스코틀랜드 사람과 결혼한 대학 후배가 10년 전 즈음에 자기가 여행한 곳 중 포르투갈이 제일 멋지고 정감이 간다면서 은퇴하면 부부가 포르투갈에서 살 거라고 했다. 당시에는 공감이 가긴커녕, 하필 왜 포르투갈이지? 했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나라가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은 블루다'는 저자가 10여 년간 포르투갈을 둘러보고 탐구한 결과가 담겨 있다. 그래서 여행기 같기도 하고 역사를 다룬 역사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다. 주요 도시의 문화유산을 다뤘으니 전문 서적까진 아니지만 포르투갈을 처음 경험할 여행객들이 참고할 만한 문화 서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요 지역별로 묶어 풀어낸 11개 스토리를 저자 특유의 시선과 호흡에 맞춰 읽어 내려가면 이 책이 궁극적으로 포르투갈의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인문서적이라 이해하게 된다. 도시와 지역에 따라 역사나 지리, 문화 등 강조하는 바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저자는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5 개의 오브제로 파두, 정어리, 아줄레주, 포트와인, 아프리카를 꼽는다. 이 5 개 오브제를 하나로 엮는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도 영욕과 회한, 그리고 이질과 융합이다. 아마도 저자가 이로부터 포르투갈을 블루라고 칭했을 거라 추측된다.
오늘날 포르투갈은 국가 부채가 많고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15~16 세기의 200 년 동안은 대항해 시대를 주도했던 해상 왕국의 영광을 누린 유럽 최고 부국이자 강국이었다. 착한 물가, 선량한 눈망울, 밤의 여흥과 맛있는 음식이라는 포르투갈 이미지 뒷면에는 제국의 흥망과 영욕의 세월에서 비롯된 한이 가득 차 있다. 라틴어로 숙명을 뜻하는 파툼에서 파생된 파두는 주로 선원들이 부른 노래에서 유래했는데 노동요가 대개 그러하듯 파두 역시 왠지 처연하다. 파두를 간드러지게 불러 파두의 어머니라 일컬어진 마리아 세바라는 파두처럼 비운의 삶을 살다 갔다. 그녀의 뒤를 이어 ‘검은 돛배’를 노래한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와 21세기 뉴 히로인 마리자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매년 6월 리스본에서 정어리 축제가 벌어진다. 리스본 남쪽에서 48km 떨어진 세투발은 20세기 초 포르투갈 어업의 중심지였다. 당시 어획된 정어리의 상당수가 세투발로 모였다고 한다. 정어리는 대구와 함께 포르투갈인들이 즐기는 생선이다. 정어리 축제는 풍어를 기원하는 축제인 동시에 산투 안토니오를 기리는 행사이다. 아무도 안토니오 수도사의 설교에 귀 기울이지 않아 바닷가에서 낙담해있던 그의 푸념을 들어준 게 셀 수 없이 몰려든 정어리 떼였고 그로부터 유명해져 사후 1년 만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전설이 있다. 등 푸른 생선과 서민들의 흥, 역시 블루다.
블루 하면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짙은 코발트 아줄레주를 빼놓을 수 없다. 켈트어로 달을 뜻하는 신트라는 포르투갈에서 유명한 휴양지이자 별장의 도시이다. 리스본에서 서북쪽 24km에 위치한다. 16세기 마누엘 1세가 그라나다 알함브라궁에 감명 받아 신트라 왕궁에 스페인에서 수입된 타일을 장식했다. 아줄레주는 이로부터 기원했다. 16세기 중반 이후에서야 포르투갈에서 자체 제작하였고 17세기 말에 이르러 코발트블루의 아줄레주를 만들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포르투갈 제일의 아줄레주 야외 전시장은 포르투이다. 알마스 예배당 아줄레주에서 묘하게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 떠오른다. 눈이 시린 블루색이 피오레 성당의 감회색과 다른데도 말이다. 오랜 유적은 모양과 색깔이 달라도 엇비슷한 감흥을 주는가 보다.
포르투의 도루 강 유역은 경사진 포도밭으로 유명한 포트와인의 산지이다. 비탈진 경사에 촘촘하게 들어선 포도밭은 마치 남해 다랭이 논을 보는 듯하다. 품질이 열악해도 와인은 바다 사내들에게 귀한 술이다. 오랜 항해에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와인이 발효되는 중에 주정을 넣어 발효를 멈추게 하면서 알코올 농도를 높인 와인이 포트 와인이다. 영국이 백년전쟁으로 인해 와인 수입선을 포르투갈로 돌렸는데 항해 거리가 길어져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정을 넣은 데서 탄생했다. 단맛이 보강되고 도수가 높은 포트와인에게서 가족들의 애절한 기다림과 폭풍우에 죽어간 주검의 블루가 느껴진다. 포르투갈은 라거 맥주를 탄생하는데도 크게 일조했다. 라거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맛이 진하고 향이 강한 에일 맥주만 존재했다. 술통에서 누룩이 발효되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막걸리처럼 상면 발효되는 맥주가 에일 스타일이다. 남미 대륙의 효모가 배에 묻어와 독일 바이에른 수도원 맥주에 섞여 하면 발효된 맥주가 라거 스타일이다. 단조롭지만 시원하다. 리스본 산타 루지아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며 슈퍼복과 사그레스를 마시는 맛이 아마 일품일 것이다. 술을 마실 때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메자 드 프라드스에서 밤늦은 파두 공연도 제격이겠지만 클래식 또한 어울린다. 나는 라거, 에일, 레드와인, 포트와인을 클래식의 독주, 이중주, 교향곡, 협주곡이라 비유하고 싶다. 솔로로 시원하게 연주하는 독주가 라거요, 깊은 향과 맛이 어우러진 에일은 이중주다. 다채로운 아로마와 여러 풍미가 뒤섞인 레드와인이야말로 교향곡이라면 거기에 주정으로 단맛과 알코올이 보강된 포트와인은 솔로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의 멋드러진 협주에 비유할 만하다.
페니키아 인이 3천 년 전 리스본에 장착하면서 포르투갈 역사가 시작된다. 로마 시대를 거쳐 이슬람 무어인이 지배했다. 1147년 아폰수 1세가 포르투를 탈환하여 영토를 넓혀나가 1415년 아프리카 세우타를 점령하며 대항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로마 교황청이 포르투갈이 서아프리카 지배권을 인정하고 모로코와 인도 제도 사이의 독점 무역을 허락하여 200년간 세계를 경영했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무역을 독점하여 1552년 리스본 인구의 10% 이상이 흑인이었을 정도로 대항해 시대와 아프리카, 흑인은 뗄래야 뗄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백인들에게 붙잡혀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간 흑인들의 정서에 블루 빼고 무엇이 있을까?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는 필연적으로 쇠퇴와 불행을 예고했다. 엔히크 왕자 이후 바다와 항해를 지배할 수 있었어도 100만 명의 적은 인구로 식민지 네트워크를 영속적으로 경영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해상 중계무역을 국왕이 독점한 데서 나온 비효율도 무시할 수 없다. 넓은 식민지를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민간의 창의성이 필요한데 왕이 독점할 이윤을 위해 누가 힘을 쓰겠는가? 이슬람 세력에 가로막혔던 비단길이 재개되어 물동량이 줄어든 점도 포르투갈 몰락에 힘을 보탰다. 마침내 1580년 스페인 펠리페 2세에 의해 합병당하고 17 세기에 브라질 등 일부만 빼고 네덜란드에 식민지를 뺏기며 역사의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포르투갈의 영예와 치욕에 블루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자가 풀어낸 다양한 포르투갈의 인문지식을 따라 읽어도 되지만 독자마다 관심 가는 지역과 도시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의 5 개 오브제는 순서에 얽매이지 않아도 11개 스토리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단지 이를 잘 꿰어 한 줄기 블루 목걸이로 묶어 내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의 몫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