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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대

연애의 시대

: 근대적 여성성과 사랑의 탄생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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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69g | 145*210*20mm
ISBN13 9788997969326
ISBN10 8997969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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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리 원해도 괜찮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는 어떤 욕망도 다 용납된다. 왜? 사랑은 순수하고 아름다우니까. 더 나아가 이런 사랑을 받아야 비로소 여성의 삶은 완성된다고 간주한다. 아무리 성공해도, 그 어떤 성취를 이룬다 해도 이런 지순한 사랑을 받지 못하면 여성의 존재감은 추락하고 만다. 결국 이 ‘후천개벽’의 시대에도 여성은 남성을 통한 인정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여성의 자유와 해방은 대체 언제나 가능하단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대체 이런 ‘여성’ 혹은 ‘여성성’은 어디로부터 유래한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계보학적 탐색이다. 20세기 초 서구의 도래와 함께 이 땅엔 전혀 다른 삶의 양식이 이식되었다. 연애도 그중 하나다. 청춘이 되면 자연스레 짝짓기를 하고 성혼을 하던 시대가 가고, 있는 대로 힘을 주고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하여 짝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른바 ‘자유연애’의 시대가. 이 자유는 참으로 부자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국심과 신앙, 순결과 비극성 등의 표상이 그 위에 덧씌워졌기 때문이다. 자본이 모든 기호를 다 먹어치운 이 21세기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무한증식과 불멸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의 이미지와 오버랩되어 버렸다. 계보학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우리가 자명하다고 믿는 것들이 결코 진리가 아니라는 것, 어느 날 문득 외계로부터 뚝 떨어져 진리로 군림하게 되었다는 것, 하여 결코 삶의 실상이 아니라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계보학은 망상을 깨부수는 망치다. 이 책도 그런 망치의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책머리에」 중에서)

▶본문 중에서
“성이 범람할수록, 또 멜로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사랑의 찬가가 울려퍼지면 퍼질수록 욕망은 더한층 왜소해지고, 삶은 수동화되어 간다. 사랑과 성에 대해 많이 말해지면 질수록 사랑하는 능력, 오르가슴을 느끼는 능력은 점점 더 하강하는 이 지독한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성에 대한 인식론적 구도가 여전히 근대계몽기의 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즉 정결과 타락, 사랑과 민족, 아내와 매음녀, 멜로와 포르노그래피 등을 가로지르는 이분법의 구도에 긴박되어 있는 한, 성과 사랑이 아무리 흘러넘친다 한들 그것은 삶의 능동적 벡터에 ‘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본문 1장 「여성은 어떻게 국민이 되었나」)

“애욕은 순수하지 못하고, 순정은 성욕이 없다. 이런 황당한 논법이 어디 있나. 그럼 육욕을 느끼면 이미 순수한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 욕정을 느끼지 않고 도대체 사랑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이 이분법에는 이런 식의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도식이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연애열’이 자라난 토양이 신과 민족이기 때문이다. 연애는 거룩해야 한다. 신과 민족에 대한 숭배를 대체한 것이므로. 숭고하고 순결하기 위해선 욕정이 틈입해서는 안 된다. 고로, 순정과 애욕 사이에는 조금도 타협의 여지가 없다. 사랑하면 할수록 더한층 탈성화되어야 한다. 거꾸로 탈성화되면 될수록 그 사랑은 순수해진다. 이것이 연애를 지고의 가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근본강령’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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