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6년 10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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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596g | 147*217*30mm |
ISBN13 | 9791160560008 |
ISBN10 | 1160560005 |
출간일 | 2016년 10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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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596g | 147*217*30mm |
ISBN13 | 9791160560008 |
ISBN10 | 1160560005 |
베스트셀러『음식의 언어』국내편 출간혼밥 시대에 읽는 가장 맛있는 인문학먹방ㆍ쿡방 트렌드 속에서 그 본질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지적 허기를 품격 있게 채워주었던 2015년 화제의 교양서 『음식의 언어』. 스탠퍼드대 대표 교양 강의를 엮은 책으로, 계량언어학의 석학 댄 주래프스키가 동서고금을 넘나들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며 펼쳐 보인 세계 음식 메뉴의 모험은 우리에게 인류 역사, 인간 심리, 혁신과 창조에 관한 다양한 통찰을 안겨주었다. 더불어 『음식의 언어』가 담지 못한 ‘우리 음식’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이 책 『우리 음식의 언어』는 그 아쉬움을 해소하면서 『음식의 언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과 사회의 풍경을 그려낸다. 저자 한성우 교수는 20년 넘게 한반도는 물론 중국·러시아·일본을 넘나들며 진짜 우리말을 찾고 연구해온 중견 국어학자다. 그는 『음식의 언어』를 읽고 언어학자로서 동업자의 노고에 감탄하면서도 우리 음식을 먹고 우리말을 쓰는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는 동력을 얻었다고 밝힌다. 『음식의 언어』가 앙트레부터 디저트까지 서양 음식의 코스를 따라 메뉴를 살폈다면, 이 책은 밥에서부터 국과 반찬을 거쳐 술과 음료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밥상 차림을 따랐다. 밥상에 오른 음식의 이름에 담긴 우리의 역사, 한중일 3국의 역학, 동서양의 차이와 조우, 삼시세끼를 둘러싼 말들의 다양한 용법이 보여주는 오늘날 사회와 세상의 가장 솔직한 풍경이 펼쳐진다. 더 친근하고, 더 내밀하고, 더 맛깔나는 우리 밥상의 인문학이다. |
머리말프롤로그 | 먹고사는 이야기1 쌀과 밥의 언어학일편단심 밥! | 햅쌀에 담긴 비밀 | 반으로 줄어든 밥심 |가마솥에 누룽지 | 죽이 한자어? | 삼시 세끼와 며느리밥풀꽃2 ‘집밥’과 ‘혼밥’ 사이밥의 등급 | 집밥의 탄생 | 식구 없는 혼밥 | 짬밥의 출세기 |비빔밥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 | 덧밥의 도전 | 이상하고도 씁쓸한 뻥튀기 |밥상의 주인3 숙맥의 신분 상승쌀이 아닌 것들의 설움 | 보릿고개를 넘기며 |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가루가 진짜 가루? | ‘가루’라 불리는 음식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옥 같은 수수 | 고급 먹거리?4 빵의 기나긴 여정빵의 언어학 | 잰걸음의 음식과 더딘 걸음의 이름 | 식빵, 건빵, 술빵 | 찐빵과 호빵의 차이 | 빵집의 돌림자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밥상 위의 동도서기와 서세동점5 가늘고 길게 사는 법면과 국수의 다양한 용법 | 뜯고 뽑고 자르고 | 중면과 쫄면의 기묘한 탄생 | 차가운 국수와 막 만든 국수 | 짜장면, 그 이름의 수난 | 중국 음식 우동, 일본 음식 짬뽕 | 어우러짐, 국수의 참맛 | 라면, 라?, 라멘6 국물이 끝내줘요국, 찌개, 탕의 경계 | 말할 건더기도 없다 | 국과 밥의‘따로 또 같이’ | 속풀이 해장국 |‘진한 국’과‘진짜 국’의 차이 | ‘썰렁한 탕’과‘흥분의 도가니탕’ | 부대찌개라는 잡탕7 푸른 밥상푸성귀, 남새, 푸새, 그리고 나물 | 채소와 과일 사이 | 시금치는 뽀빠이의 선물? |침채, 채소를 담그라 | 김장을 위한 짓거리 | 섞어 먹거나 싸 먹거나8 진짜 반찬중생과 짐승, 그리고 가축 | 알뜰한 당신 | 닭도리탕의 설움과 치느님의 영광 |어린 것, 더 어린 것 | 부속의 참맛 | 고기를 먹는 방법9 살아 있는, 그리고 싱싱한!물고기의 돌림자 | 진짜 이름이 뭐니? | 물텀벙의 신분 상승 | 물고기의 스토리텔링 |살아 있는 것과 신선한 것의 차이 | ‘썩다’와‘삭다’의 차이 | 관목어와 자린고비10 금단의 열매관능과 정념의 열매 | 능금과 사과 |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법 | 너도 나도 개나 돌 |귀화하는 과일들의 이름 전쟁 | 키위의 여정 | 바나나는 길어?11 때때로, 사이에, 나중에 즐기는 맛주전부리와 군것질 | 밥을 닮은 그것, 떡 | 빈자의 떡, 신사의 떡 | 과자와 점심 | 달고나와 솜사탕의 추억 | 엿 먹어라! | 딱딱하고도 부드러운 얼음과자 | 불량한 배부름의 유혹12 마시고 즐거워하라액체 빵과 액체 밥 | 말이여, 막걸리여? | 쐬주의 탄생 | 정종과 사케 |폭탄주와 칵테일의 차이 | 차 한잔의 가치 | 사이다와 콜라의 특별한 용도 | 마이 마입소!13 갖은 양념의 말들맛의 말, 말의 맛 | 갖은 양념 | 말 많은 집의 장맛 | 작은 고추의 탐욕 |웅녀의 특별식 | 열려라 참깨! | ‘미원’과‘다시다’의 싸움14 붜키와 퀴진부엌의 탄생 | 음식의 탄생 | 밥상의 하이테크 | 금수저의 오류 | 붜키의 추억에필로그 | 오늘도 먹고 마신다 |
ㆍ단어 하나에서 시작해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오가며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고수, 만난 적 있으세요? 저는 만났습니다. 바로 이 책 <우리 음식의 언어>(어크로스, 2016)에서요.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면 무조건 읽고 싶은 제게 이 책은 와, 뭐랄까, 언어 수집가가 몇십 년간 모아놓은 노트를 한 권으로 압축한 사전 같았어요. 상세한 레시피 같은 건 없고요, 맛깔 나는 음식 묘사도 없습니다. 이 책의 방점은 ‘음식’이 아니라 ‘국어학자가 차려낸’에 있거든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넘나들며 언어를 조사하고 연구해온 국어학자가 음식이라는 주제를 만나면 순식간에 음식 언어의 지도가 촤르르 펼쳐진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느꼈어요.
ㆍ‘밥’의 뜻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밥’이라는 목적어와 어울리는 동사를 거쳐, ‘밥’을 뜻하는 지역의 방언들을 지나, 1890년대의 주막집 밥상으로, 지난 100년의 밥그릇 크기의 변화로, 죽과 미음으로, 삼시 세끼와 며느리밥풀꽃으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퍼져나갑니다.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표현 ‘징까루’에서 시작된 밀가루 이야기는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거쳐, 동요 ‘밀과 보리가 자란다’와 만나기도 하고요. 하나의 음식 언어가 세상 어디까지 닿게 될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밤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목숨을 지켰다는 <아라비안나이트> 속세헤라자드 처럼, 한성우 작가님을 통과한 음식 언어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이어집니다.
ㆍ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며 읽다가는 머리가 아파질 수도 있어요. 너무 방대한 자료가 압축되어 있으니까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독자라면 어느 장을 펼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실 테고요. 한때 민속학과 방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저는 언어학적 설명들이 자주 나오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여지를 남겨두는 점도 좋았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요.
(57-58쪽) “볶음밥 역시 ‘볶은 밥’인데 같은 기제에 따라 ‘볶음밥’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인다. ‘비빔밥’의 ‘비빔’은 점차 ‘비빔국수’, ‘비빔냉면’ 등으로 세력을 확장해나간다. 이왕 ‘비빔’으로 굳어졌으니 ‘비빈’이 아닌 ‘비빔’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 굳이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렇게 굳어지고 그렇게 쓰이는 것이 말이다. 국어학자들이나 매달릴 어원 논쟁이나, 욕심 많은 지자체들이나 우길 원조 논쟁은 이제 그만하고 맛있게 비벼 먹으면 될 일이다.”
ㆍ이 책을 읽고 나니 한성우 선생님이 너무 궁금해져서 다른 저서는 없나 검색해봤어요. 2016년에 출간된 이 책 <우리 음식의 언어> 말고도 2권의 책이 더 있더라고요. 2018년에는 '유행가에서 길어 올린 우리말의 인문학'이라는 부제로 <노래의 언어>를, 2019년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요즘 북한 말, 북한 삶 안내서'라는 <문화어수업>을 쓰셨대요. 세상에. 음식에서도, 유행가에서도, 북한 말에서도 이야기를 길어 올릴 수 있다니. 역시, 국어학계의 세헤라자드가 맞았어요... 2020년에는 또 어떤 주제로 언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엮고 계실지 무척 궁금한데요, 만물박사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밤새 듣고픈 손녀의 마음으로 저는 이제 <노래의 언어>를 들으러 갑니다! :)
+ 아참, 이 책의 단점은 읽다 보면 배가 고프다는 것... 음식 언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맛깔난 묘사 없이도 자꾸 배고파요... 음식 사진도 다 흑백이지만 아는 맛이 무서우니까... 그러니까 배고플 땐 읽지 마세요...^^;;
외국 저자의 책을 읽으며 가끔 이 비슷한 작업을 우리나라에서도 하면 재미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댄 주래프스키의 『음식의 언어』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책은 재미 있었지만, 낯선 음식에 대해선 도무지 와 닿지 않아서, 익숙해진 음식에 대해서도 그 말의 어감까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http://blog.yes24.com/document/8503915). 그래서 우리 음식에 대해서 쓴 책, 그것도 ‘말’에 대해서 쓴 책은 어떨까 생각했었다. 방언 전문가인 한성우 교수도 그런 생각을 했었나 보다. 방언을 연구하다 보니 각지의 음식에 관한 말들을 모으게 되었었나 본데, 주래프스키의 책을 읽고는 ‘우리 음식’에 대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머리말에 스스로 밝히고 있다).
먹는 일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일이므로 가장 원초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또한 그만큼 빈부의 차가 적게 나올 수도 있는 일이며(가능성을 말한다), 그래서 그것을 나타내는 말들은 익숙하고, 또 변형이 많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자주 쓰다보니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조어(造語)의 원칙을 어기며 만들어지는 말도 많다. 아마도 우리 음식의 말들을 모으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음식을 나타내는 말의 기원을 순우리말에서 찾다가도, 혹은 한자말에서 왔을 수도 있고, 또 혹은 일본어에서 왔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이 변형되는 과정에서 그 기원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이다. 한자말의 경우에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 한자말을 우리 식대로 읽어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중국어의 발음(그건 또 얼마나 많은가)에 기대어 쓰기도 했다. 그래도 대체로 앞뒤가 맞아떨어지면 괜찮은데 아무래도 이상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 음식을 나타내는 말들이 정겹기는 이를 데 없다. 주래프스키의 책이 더 유명하다고 해도 이 책의 정다움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한성우 교수는 그렇게 어렵사리 말의 기원을 찾고, 뜻을 찾고, 또 요새 말의 쓰임새를 소개하면서 말이 얼마나 쉽게 변하지 않는지, 때로는 또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한자말이라고, 일본말이라고 그냥 배척하지 말자고 한다. 우리말로 들어와 굳건히 자리를 잡고, 뜻이 통하는 말을 굳이 저버리는 것은 결국은 우리말을 좁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우리말 조어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만든 이들의 아이디어를 칭찬한다. 원래 보통 그런 식으로 우리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냥 원칙일 따름이다. 만약 원칙을 따랐다면, ‘먹거리’ 같은 말은 통용되지도 않았을 터다.
만 하루를 이 책을 읽으며, 온갖 먹거리를 다 경험했다. 밥에서, 밀가루며 보리, 빵, 온갖 면 음식들, 찌개며, 탕들, 온갖 푸성귀에 여러 반찬들, 열매들, 그리고 군것질 거리들과 술과 음료들, 그리고 양념. 말들만 따라가면서도 때로는 입맛을 다시게 되고, 또 어떤 경우에 절로 배불러 오는 것을 느꼈다. 말이 나타내는 것이 그토록 많고, 실제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풍부한 우리말의 성찬을 다 기억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일부라도 기억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