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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 우리 사법의 우울한 풍경

리뷰 총점9.7 리뷰 3건 | 판매지수 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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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33위 | 사회 정치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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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하루 : 빈센트 반 고흐 반투명 유리머그 / 북파우치
10월 전사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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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432g | 140*213*30mm
ISBN13 9791187064626
ISBN10 11870646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비슷한 사건인데 판사마다 판결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판사의 성향이 판결을 좌우할 수 있다면 법은 정의로운가? 법조인 정인진 변호사가 대한민국 사법부 위기를 진단했다. 문제의 근원은 사법부가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시대의 과제인 사법 개혁은 왜 더디기만 한가?
시민 위에 군림하는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시민을 위한 정의로운 사법의 길을 찾는다!

내용이 비슷한 사건인데도 왜 판사마다 양형이 들쭉날쭉할까?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규칙 147조는 왜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가? 판사의 막말 파문은 왜 끊이지 않을까? 시민들은 법조인들을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공복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오랜 세월 판사와 변호사로 일하며 답답해하고 분노하면서 직접 겪은 법조계 내부의 문제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이 책은 왜 오늘날 사법이 불신받는지, 시민 위에 군림하는 법원을 시민을 위해 일하는 법원으로 바꾸기가 왜 이토록 어려운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저자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난 솔직한 고백을 통해 속속들이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민주주의를 법정의 원칙으로 세우는 사법 개혁이야말로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임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판사들의 내면에 박힌 법관제일주의라는 반시대적 오만을 민주주의 원칙으로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우리의 국민주권은 언제까지나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임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 ‘이상한 재판’의 나라

1장 변호사가 된 판사
판결이라는 글쓰기
나는 왜 판사를 그만뒀나
명상표 이야기
판사는 훈계할 수 있다?
변호사의 딜레마
보수냐 진보냐 묻는 이들에게
프로페셔널과 빌어먹기

2장 법을 채우는 상상력
법과 상상력
법관은 재판을 할 때 재판을 받는다
법 형식주의를 넘어서
사법 철학으로서 민주주의
법대 아래 타자들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정의
편견과 예단의 위험성
이런 판사에게 재판받고 싶다
판결은 소통이다
판사의 막말

3장 누구를 위한 법인가?
양형의 이유 _성폭력범죄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을 보는 시각 _주권 면제
낙태는 전면적 비범죄화가 옳다 _낙태권
차별금지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_차별금지법
‘숨 쉴 공간’과 메마른 세계관 _표현의 자유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 _직권남용죄
고무줄 배임죄 _배임 행위
전쟁과 평화 _만국공법
연예인은 공인일까? _명예훼손죄
공직자의 ‘온당치 못한 외관’ _공직 윤리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 _조세법

4장 사법 과잉과 사법 불신
‘너! 고소’와 ‘너! 기소’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_당앙의 길, 상앙의 길
사법 불신의 원인
진정한 사법 개혁을 위하여
사법 행정권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가
사법권 독립, 양날의 칼
전관예우, 어찌 볼 것인가
법관들에게 바란다

5장 우리 사법의 풍경
검찰 개혁은 왜 어려운가1
검찰 개혁은 왜 어려운가2
“검사님, 앉으세요.”
사법 개혁, 어디까지 왔나
대법원장의 거짓말
광화문 태극기 집회는 허용되어야 했나
우리에겐 왜 긴즈버그가 없냐고?
헌법재판관의 자질
당신의 피눈물을 무겁게 아는 _변호사 고르기
소송 의뢰에서 보수 지급까지 _변호사 사용법
웃기는 사람, 웃는 사람
틀린 말, 이상한 말, 막말
내가 아는 노무현
정귀호 선생을 그리며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법정의 주인은 법조인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이 단순한 원칙에서 사법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


나는 변호사가 되어서야 법이나 법원이란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법대(法臺)에 앉아서도 법의 한계를 알고 그 너머 세계가 있음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려와보니 세상은 훨씬 깊고 넓었다. …… 먼저 사법 과정과 사법 작용이 사건 당사자와 일반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판사는 오만으로 망하고 검사는 공명심으로 망하고 변호사는 탐욕으로 망한다는 언설이 현실로 펼쳐지는 모습을 보았고, 판사·검사·변호사의 욕망과 윤리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는지 보고 듣게 되었다. 쟁송 속에서만 보던 법과 정의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광의적 관점에서 그 위치와 기능을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서 법, 정의, 국가, 권리와 의무, 책임과 이익이 얽히고 작용하는 기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미셀 푸코가 말하는 ‘지배 도구로서 감옥’이나 마사 누스바움의 ‘정의를 위한 사랑’을 관념을 넘어 현장의 상황으로 이해하게 된 것도 변호사가 되고 나서다. - 머리말에서

2019년 OECD 37개국 중 사법부 신뢰도 최하위 국가
한해 평균 약 50만 건의 고소·고발이 빗발치는 나라
사법 불신, 사법 과잉의 사회에서 올바른 사법의 역할은 무엇인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고, 법원에서 선고하는 범죄자에 대한 형벌이 판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응답이 86%에 이르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 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20년 12월 23일)

1월 10일 대검찰청이 공개한 형사사건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된 고소·고발은 5만 54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 기준으로 2009년 12월 5만 1천561건을 기록한 뒤 1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며, 5만 건을 넘어선 것도 그 후로 처음이다. - 연합뉴스(2021년 1월 10일)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는 우리 사법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사법의 올바른 역할을 촉구하는 정인진 변호사의 첫 책이다. 판사 경력 24년, 변호사 경력 17년의 베테랑 법조인인 저자는 오랜 시간 법정을 드나들며 숱한 재판의 현장을 목도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밥과 벌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놓고 목숨이라도 건 듯 싸웠지만, 재판의 결과는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판사들은 때로는 오만하고 때로는 냉담했고 이상한 사법 철학을 앞세워 사건을 판단하거나 맹목적으로 판례를 추종했다. 도대체 왜 판결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미치지 못하고 자꾸 엇나갈까? 판사의 사법 철학은 왜 이리 들쭉날쭉할까? 판결의 편차를 줄이고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사법 서비스를 위해 사법 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어 겪은 이상한 재판과 엉터리 판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장은 법관의 사법 철학을 주제로 삼아 민주주의 원칙이 살아 있는 이상적인 법정의 모습을 그린다. 3장에서는 낙태죄, 표현의 자유, 양도소득세법,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같은 논쟁적인 법적 이슈를 다루고, 4장에서는 사법 독립과 사법 개혁의 본의에 주목하며 ‘사법 농단 사건’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5장에서는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검찰 개혁, 법관 탄핵사건을 비롯해 중요한 법률과 법률가를 둘러싼 문제를 살펴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직접 보고 겪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 사법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그 문제의 원인을 법의 논리와 사법 체계의 구조에서부터 법률가의 내면세계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살펴보며 실질적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데 있다.

“사법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정인진 변호사는 ‘이상한 재판’을 멈추려면 먼저 법관의 사법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사법 철학의 핵심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이다. 특히 사법권은 국민이 필요에 의해 위임한 것일 뿐 판사 개인의 능력으로 얻은 훈장이 아니라는 당연한 진리를 내면화해야 한다. 법정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면 판사가 “여자가 돼 가지고……” 하며 막말하는 일도, 구형도 최후진술도 듣지 않고 판결 선고 기일을 지정하는 일도, 설명 없이 재판 기일을 계속 미루는 일도, 증인은 한 명만 신청할 수 있다거나 증인 신문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일도 절대로 없을 것이다.

법관이 쥐고 있는 권력, 즉 사법권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의 졸업 성적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법원의 조직이나 법령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사법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 원칙이 탁상의 이론이 아니라 법관 개개인의 신념으로 자리 잡고 더 나아가서 내면화되고 체화되어야 제대로 된 재판이 이루어진다고 나는 믿는다. _ 사법 철학으로서 민주주의(100쪽)

적법절차, 구술심리주의, 공판중심주의는 결국 당사자가 억울하지 않게 배려하려는 법적 장치다. 당사자가 바라는 바는 결론 바르게 내주고, 지든 이기든 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말 좀 제대로 들어주고, 법관이 보기에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간에 내가 내고 싶은 증거는 모두 받아서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법정의 민주주의다. _ 사법 철학으로서 민주주의(101~102쪽)

법정에서 필요한 ‘상상력’
판사에게 필요한 것은 법령이 전부가 아니다. 판사는 바른 결론을 내기 위해 법정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서 상상력이란 법률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소설 쓰기가 아니라 인식의 지평을 여는 ‘공감능력’이다. 판사가 자리를 바꾸어 법대 아래에서 사건을 보는 것, 사건의 진실은 당사자가 가장 많이 알고 판사는 가장 적게 안다는 이치를 깨닫는 것,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마냥 살아 움직이는 현실을 판례에 끼워 맞춰 재단하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하게는 법대 아래의 사람들을 타자(他者)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당사자라고 가정하여 그 자리에 서보기, 이것이 법관이 지녀야 할 상상력의 요령이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눈물겨운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환치하고, 그러고 나서 비로소 어떤 행위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 현실은 동태(動態)다. 때로 답답하고 갈 데 없다. 그런데도 이미 완고해진 질서는 고개를 외로 꼬고 서서 모든 불협화음을 가로막는다. 그 벽을 뛰어넘으려는 의식 작용, 그것이 상상력이다. 법이라는 제도와 기록이라는 서물(書物)을 넘어 살아 들끓는 현실을 바로 보려면 상상력 말고 기댈 곳이 없다. _ 법관은 재판을 할 때 재판을 받는다(84·85쪽)

사건의 진실을 적어도 당사자는 안다. 물론 상호간에 불완전한 기억이나 이해관계의 대립 등으로 인해 다소의 오해는 있겠지만, 기본적 사실은 쌍방 당사자가 다 알고 있다. 의사와 비교해보면 이렇다. 환자는 그저 증세만 알 뿐 병명을 알아내는 것은 의사다. 법률 분쟁에서는 법관이 사실을 가장 적게 안다. 그다음으로 변호사가 조금 더 알고, 당사자는 전부 안다. …… 이렇게 단순한 이치를 법관이 모르고, 그러면서도 다 아는 양 재고 있을 때, 그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법관이 겸손할 수는 없는 일일까. _ 편견과 예단의 위험성(124쪽)

적극적 사법의 필요성
‘사법 적극주의’란 법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적 목표나 사회 정의 실현 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법 형성 또는 법 창조를 중시하는 사법 철학이다. 저자는 사법이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법관이 적극성을 띠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적 약자나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문제에서는 기존 법령을 형식적으로 추종하는 데서 벗어나 헌법의 근본 가치를 되새기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헌법의 통치 구조 속에서 법원은 본래 대의정치와 다수결의 원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런 기능을 수행할 때는 사법 적극주의의 입장에 서는 것이 옳다. 예를 들어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보장, 표현의 자유 보장, 형사 사법 절차의 개선, 인격권 보호, 가족 제도, 남녀 평등,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 보호, 각종 차별과 혐오의 금지 등 문제에서 특히 그렇다. _ 사법 불신의 원인(217~218쪽)

누구를 위한 법인가?
이 책의 3장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인 낙태죄, 차별금지법,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죄, 조세법을 비롯한 주요 법률문제를 다룬다. 〈낙태는 전면적 비범죄화가 옳다〉에서는 미국의 낙태죄 판결의 역사를 돌아보며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 공백 상태에 놓인 낙태권 논의를 깊이 들여다본다. 〈‘숨 쉴 공간’과 메마른 세계관〉에서는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에 등장한 ‘숨 쉴 공간’이라는 표현의 뜻을 분석하며, 표현의 자유의 의미와 포용성 있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한다.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에서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비과세 규정의 변화무쌍한 변천 과정을 비판적으로 짚으며, 시민의 안정된 삶을 위한 ‘법적 안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숨 쉴 공간이란 말 그대로 숨 쉬어 살아남을 공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모든 말이 완벽하게 사실에 맞아 들어가야 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불호령이 내리고 육모방망이가 춤추는 사회엔 숨 쉴 공간이 없다. …… 변호사로서 판결을 읽으며 답답해지는 순간은 판관의 판단이 정확성의 요청을 넘어 무릇 인간사에서 늘상 있게 마련인 사소한 오류를 일체 용납하지 않으면서 맥락을 무시하고 메마른 세계관으로 사건을 재단하는 것을 목격할 때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것도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에게 이런 공간을 허락하는 것을 뜻한다. 왜 성폭행을 당한 바로 그날 신고하지 않았느냐, 왜 그 사건 후에도 가해자를 전과 같이 대했느냐 따위의 비난으로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옳을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_ ‘숨 쉴 공간’과 메마른 세계관( 170쪽)

차별금지법안에는 교회에서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이 법안은 고용 관계, 교육, 재화와 용역의 공급 관계, 행정 서비스 등 네 영역에서 차별 행위를 규제하려는 것이다. 성 소수자를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함은 개인적 성향의 문제이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 금지에 반대함은 법적·사회적 영역의 문제다. 양자는 서로 다르다. _ 차별금지법은 통과되어야 한다(165쪽)

사법 농단 사건과 사법 개혁
2017년 처음 세상을 알려진 ‘사법 농단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법부 수뇌부가 상고법원의 설치라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력의 골칫거리인 재판을 관리해주는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고법원을 세우면 대법원은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건만 맡게 되니, 대법원의 고질적 문제인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고 재판의 질을 높일 수 있으리라 머리를 썼다. 나름의 ‘사법 개혁’을 위해 재판권 독립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사법사의 유례없는 일을 벌인 셈이다.
저자는 사법 농단 사건의 이런 ‘아이러니’에 주목하며, 사법 개혁이란 본래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는다. 개혁의 수혜자가 조직이 아니라 시민이 되어야 함을 이해한다면, 사법 농단 사건은 결코 사법적 단죄로 끝나서는 안 되며, 사법부 전체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는 계기로 삼아, 열린 마음으로 오늘날 시민들이 법과 법원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법 농단 사건의 파문 이후 기대감 속에 새로 구성된 현 대법원은 그저 ‘농단하지 않기’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판사 수를 늘리는 것도, 사법 행정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민주적 통제를 이루는 것도 제대로 추진할 의사가 없는 현 대법원을 비판하며, 외부의 비판을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치부하고 귀를 닫는다면 진정한 사법 개혁의 길은 요원하다고 역설한다.

사법 농단 사건은 넓게 보아 시대적 과제라는 적폐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다뤄지고 있는데, 이 사건이 사법권 독립과 관련해 사법사에서 가지는 중대한 의미는 바로 그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묻혀버릴 가능성이 있다. …… 진정으로 염려스러운 점은 집권 세력의 정책 목표 중 하나라는 사법 개혁이 하나의 정치적 구호로만 기능하거나, 사법 농단 사건의 재판으로 환치되어 그 결과를 기다리다가 결국 무죄 판결 속에서 실종되어버리는 것이다. _ 진정한 사법 개혁을 위하여( 223쪽)

오늘날 법관의 지평을 넓히려면 우선 유례없이 강화된 재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검사, 변호사, 법무사, 법무관, 법학 교수 등 법률 사무와 법학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법 운영에 관하여 사법부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나아가 사법부의 문턱을 드나드는 당사자나 일반 국민으로부터 오늘날 그들이 법과 법원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법관은 독립하여야 하나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_ 사법권 독립, 양날의 칼(238~239쪽)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홓 | 2021.06.0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았다. 저자의 치열했던 법관시절과 판사로서의 고뇌는 서문만 읽어보아도 가슴이 턱 막힐 정도로 절절한데, 이런 직업윤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중 나는 왜 판사를 그만뒀나는 글에서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해녀의 유가족이 소송을 한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실려있는데&nb;
리뷰제목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았다. 저자의 치열했던 법관시절과 판사로서의 고뇌는 서문만 읽어보아도 가슴이 턱 막힐 정도로 절절한데, 이런 직업윤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중 나는 왜 판사를 그만뒀나는 글에서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해녀의 유가족이 소송을 한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실려있는데 이에 대해 저자가 쓴 시는 자꾸만 읽게 된다. 사람 사는 일의 아이러니와 눈물겨움을 이리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저자는 법관들이 역지사지라는 위대한 상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법관의 사법철학은 민주주의로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생을 판사와 변호사로 살아온 저자의 고민과 경륜을 통해 결국 도달한 해답인 듯하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정귀호 대법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글들도 참 좋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다 정말 재미있다. 문장은 논리적이고 치밀한데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직업인으로서의 나 자신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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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k*****7 | 2021.06.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지은이 정인진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7기로 수료했다. 1980년 판사로 임관하여 일하다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2004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의 목차는 '1장 변호사가 된 판사, 2장 법을 채우는 상상력, 3장 누구를 위한 법인가?, 4장 사법 과잉과 사법 불신, 5장 우리 사법의 풍경'으로 ;
리뷰제목

지은이 정인진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7기로 수료했다. 1980년 판사로 임관하여 일하다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2004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의 목차는 '1장 변호사가 된 판사, 2장 법을 채우는 상상력, 3장 누구를 위한 법인가?, 4장 사법 과잉과 사법 불신, 5장 우리 사법의 풍경'으로 되어 있다.

 

1. 판결이라는 글쓰기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면 판결은 법관이 지닌 유일한 단어다. 법관은 사법권이라는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판결이라는 기호 체계만을 부여받은 셈이다. 즉 법관의 글쓰기는 기이하게도 그 행위를 권력의 행사 방식으로 삼는 특징이 있다.

시사만화에서는 종종 법관을 머리에 문양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법대 뒤에 앉아 방망이를 내리치는 사람으로 그린다. 그러나 법관에게는 그런 모자도 방망이도 없다. 법정에 앉아있기도 하나, 그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뿐이다. 법관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 판결을 쓰는 사람이다. 법관은 '판결 써야 하는데' 왜 회의를 이렇게 오래 하느냐고 동료들에게 투덜대고, '판결 쓸' 시간도 없는데 무슨 여행이냐고 가족들을 나무라고, '판결 쓰다가' 다 보내버린 세월이 억울하다며 친구에게 하소연한다. '판결은 잘 쓰지만' 인간성이 글러 먹었다고 욕을 먹는 법관이 있는가 하면, 사람은 좋은데 '판결이 좀 시원치 않은' 법관도 있다. 법관에게 판결은 그의 직업적 모습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법관의 일과는 법정에 나가는 것을 빼면 대부분 기록을 보고, 판결문을 작성하고, 작성된 판결문을 검토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법관은 주중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일을 하고, 매일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거나 퇴근하더라도 집에서 일을 하는데, 그 일의 내용이 판결문 작성이거나 기록 검토다. 법관 재직 중에 나는 소속 법원의 판사들 전원에게 보자기를 나누어주는 법원장을 본 일이 있다. 기록을 싸가지고 가서 집에서도 일을 하라는 뜻으로 준 보자기였다. 그래서 법관 생활은 '보따리 장사'다.

법관들은 과중하다 못해 살인적인 업무에 시달린다. 이 과중한 업무량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원인이다. 법관의 경력 중에서도 가장 고생스러운 때는 고등법원의 배석판사 노릇을 할 때인데, 대부분의 고등법원 판사들은 고등법원 재직 기간 중 한 번이나 두 번쯤 몸에 심각한 고장이 난다. 그래서 서울고등법원의 별명은 서울고생법원 또는 서울고등학교다.(25~27쪽)

 

2. 판사의 막말

판사가 법정에서 막말을 했다고 야단들이다. 대법원이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136쪽) 

언론에 보도된 막말은 다양하다.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은 노인에게 했을 듯 싶다. 실제로 노인들이 당사자로 법정에 나와 하는 말이 요령부득인 때가 많기는 한데, 그래도 판사는 일단 참아야 한다. "터진 입이라고......", "여자가 돼 가지고......", "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들이 오지?", "부인한테 마약 먹여 결혼한 것 아니에요?", "이의 좋아하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은 말이 나왔을 때의 법정 상황도 대강 짐작이 간다.(137쪽)

막말이 담당 판사의 품성과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판사의 막말은 품성 여하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막말뿐이 아니라 막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를 도외시하면 문제의 해법이 없다. 막말은 단순한 말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건과 당사자에 대한 판사의 잠재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며 피곤, 짜증, 초조함, 분노의 표출이다.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격무가 낳은 결과이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요령부득의 변론을 할 수밖에 없는 소송 현실의 문제이며, 법정에서 필요한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무지나 훈련 부족이 빚는 현상이기도 하다.(138쪽)

한편 상당수 판사의 의식 속에는 내가 사건을 다 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도 밉살스럽고 이악스러운 당사자가 '뻔한' 이야기, 사실과는 거리가 먼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그것을 오래 듣고 싶지 않기도 하다. 판사는 감정 노동에 익숙하지 않고 시간에 쫓긴다는 것, 그런데 당사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는 것, 여기에 법정의 딜레마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심은 곶간에서 나는 법, 근본적 해결책은 판사의 수를 늘리는 데 있다. 이 당연한 해답에 대하여는 이상스럽게도 여러 반론이 제기되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거니와 상황은 시급하다.

다음은 재교육이다. 대다수의 판사는 고분고분한 당사자와 변호사에 익숙해져 있을 뿐, 실상 법정에서 필요한 소통 방법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학습한 일이 없다. 판사 자신이 재판하는 모습을 녹화하여 듣고 보는 것이 방책의 첫 걸음일 것이다. 나아가 법정에서 소통이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 제대로 된 학술적 연구가 있어야 하고, 그에 기초한 교육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139~140쪽)

 

3. 검찰 개혁은 왜 어려운가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은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과제다. 그중 피부로 느껴질 만한 변화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정도 아니었나 싶다.

검찰 개혁에 한정해서 보면, 개혁 좌절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치권력 자체에 있다. 검찰에 대한 편향적 인사나 검찰권행사를 정권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개혁을 어렵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법조라는 직역의 체질이 개혁과 친하지 않다는 사정이 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세 직역을 통틀어 법조 삼륜이라고 이른다. 그 구성원들은 학생 시절 우등생과 모범생의 체험을 거쳐 인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사법시험을 통과한다. 그중 판사나 검사가 된 이들은 다시 도제식 훈련을 받고 조직의 논리와 코드를 몸으로 익힌다. 그러고는 동기생들 간의 경쟁에 부딪히고 인정 욕구에 시달리면서 조직에 헌신하는 사람으로 형성되어 간다.

조직은 이들을 보호한다. 늘 비난받는 '제 식구 감싸기'가 그 보호의 예다. 변호사가 된 이른바 전관(前官)까지 아울러 학력과 경력으로 끈끈한 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 규모는 작아도 강한 세력은 외부 세계가 건드리기 어려운 결속력과 응집력을 지니고 있다.

법조인들은 대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한다. 또 대부분의 판사와 검사들은 태생적으로 부지런하고 일에 지쳐 있다.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을 일단 논외로 친다면, 여러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체로 공정하고 양심적이며 업무 처리도 법에 기속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내가 이렇게 뼈 빠지게 그리고 양심적으로 일하는데 무슨 개혁이 필요하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마 자신이 정치권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판사들이나 검사들은 정치권에서 들고 나오는 개혁에 부정적일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법조인들에게 개혁을 주문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법조 직역이 지닌 전문성이다. 비전문가가 뭐라고 하다가는 자칫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반박과 반발에 부딪힌다. 물론 이런 전문성은 내부적으로 독선을 낳을 위험이 있고, 법조인들의 자의식을 키운다. 법학자 김두식은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이 세 직역을 '신성(神聖)가족'이라고 불렀다. 이들을 손보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271~273쪽)

 

이 책은 왜 오늘날 사법이 불신받는지, 시민 위에 군림하는 법원을 시민을 위해 일하는 법원으로 바꾸기가 왜 이토록 어려운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저자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난 솔직한 고백을 통해 속속들이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민주주의를 법정의 원칙으로 세우는 사법 개혁이야말로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임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판사들의 내면에 박힌 법관제일주의라는 반시대적 오만을 민주주의 원칙으로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우리의 국민주권은 언제까지나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임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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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법 개혁의 길을 모색하다 -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서* | 2021.05.28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는 1980년 판사로 임관하여 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법원을 떠나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인진 변호사가 우리 사법부의 문제적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고, 우리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2019년부터 <경향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게 된 것을 계기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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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는 1980년 판사로 임관하여 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법원을 떠나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인진 변호사가 우리 사법부의 문제적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고, 우리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2019년부터 <경향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게 된 것을 계기로, 계속 공부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법적 이슈에 대한 성찰과 시각을 벼릴 수 있었다, 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잘 벼려진 저자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벼림의 출발은 다음과 같은 자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나는 실패한 법관이었다. 법정에서 실패하고, 판사실에서 실패하고, 집에서 실패했다. 이 글은 그래서 썼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실패의 기록이고 패배의 서사다. (머리말에서)

   다음처럼 말한다.

  인간의 고통과 그 고통을 덜어내는 일은 내 삶의 핵심 주제다. 고통을 바라보고 또 겪는 일은 슬프지만 슬픔은 정직하다는 것,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모르는 말은 하지 않았다는 것,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법이 꼭 정의와 연대의 도구가 되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으로 책을 내는 부끄러움을 덮는다. (머리말에서)

 

  그러니까 이 책,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는 사법 개혁에 대한 저자의 열망과 입장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는 다음처럼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 변호사가 된 판사

  2장 - 법을 채우는 상상력

  3장 - 누구를 위한 법인가?

  4장 - 사법 과잉과 사법 불신

  5장 - 우리 사법의 풍경

 

    **

  1장에는 7개의 글이 있다. 맨 먼저 <판결이라는 글쓰기>에서 저자는 법관의 판결문 쓰기를 천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사만화에서는 종종 법관을 머리에 문양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법대 뒤에 앉아 방망이를 내리치는 사람으로 그린다. 그러나 법관에게는 그런 모자도 없고 방망이도 없다. 법정에 앉아 있기도 하나, 그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뿐이다. 법관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 앉아 판결을 쓰는 사람이다. 법관은 '판결 써야 하는데' 왜 회의를 이렇게 오래 하느냐고 동료에게 투덜대고, '판결 쓸' 시간도 없는데 무슨 여행이냐고 가족들을 나무라고, '판결 쓰다가' 보내버린 세월이 억울하다며 친구에게 하소연한다. (중략) 법관에게 판결은 그의 직업적 모습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5-26쪽)

   <판결이라는 글쓰기>에서는 법관의 주된 업무가 판결 쓰기라고 하며, 판결이 어떤 것인가, 곧 판결의 성격과 영향력을 밝히고 있다.

  이어지는 글은 <나는 왜 판사를 그만뒀나>인데, 여기에서 저자는 자신이 판사 시절 실제로 다른 두 번의 재판을 예로 들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느낀 미안함을 두 편의 시를 통해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까, 저자는 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자신에 대한 분노, 좌절감, 무력감 등에 빠진 적이 많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장은 법률 용어가 제법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판사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판사는 3D업종처럼 느껴졌다고 하겠다. 판사의 직업적 어려움은 2장에서도 이어진다.

  판사들의 사정은 어떤가. 그들은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판사야말로 고통스럽다. 책상을 사건 기록으로 가득 차 있고 법정은 사건으로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의 내면은 초조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139쪽) 

 

  2장에는 10개의 글이 있다. 그 중 <법대 아래 타자들>,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정의>, <편견과 예단의 위험성>, <이런 판사에게 재판받고 싶다>, <판결은 소통이다> 등의 글에 특히 관심이 갔다.

  <법대 아래 타자들>에서 저자는, 법관이 법대 아래 선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역지사지라는 이름의 위대한 상상력을 잃으면, 그 순간 전문직 종사자는 본래의 책무를 저버리고 사회적 사명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전문직이 적어도 그 앞에 선 사람들에게 권력자라는 데 동의한다면, 모든 권력자에 대한 경구는 여기에서도 유효하다. 권력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피지배자의 입장에 서볼 줄 아는 것,(110쪽) 이라며 높은 법대에 앉은 이들이여, 간절히 비노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선언을 진실로, 진실로 가슴에 새겨보라고 충고한다.

  <편견과 예단의 위험성>에서는 법관의 편견과 선입관과 예단이 재판에 작용하리라는 생각이 자신을 우울하게 한다며, 법정은 약자든 강자든 원론적으로는 동등한 지위와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고, 이런 곳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으려면 법관이 공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대등성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편견과 선입관과 예단을 버리고) 어느 쪽 목소리든 우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판사에게 재판받고 싶다>에서는 판사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걸 줄이기 위해 주장과 입증에 좀 더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모습,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 사법권도 여느 권력처럼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탁상의 이론이 아닌 신념으로 새기는 자세, 법원의 편의와 판사의 권위를 위해 법원과 판사가 복무한다는 자명한 원리의 실천, 이런 것을 보여주는 판사, 정의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인간이 겪는 고통에 대한 연민으로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판사(130쪽)에게 재판을 받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판결은 소통이다>라는 글에서 판결은 승복할 만한 이유를 담아야 한다. 승복할 수 없는 절차를 거쳐 승복할 수 없는 판결을 받은 당사자에게, 달은 보지 않고 왜 손가락만 보느냐고 나무랄 수는 없다. (중략) 결론이 어떻게 나는가와 상관없이 판결이 반드시 소통의 결과여야 하고 그 자체로 다시 소통을 의도해햐 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절실하다(132쪽)며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2장을 마무리짓는다.

 

  3장 '누구를 위한 법인가?'에는 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11편의 글이 실려 있다. 여기에서 다룬 11가지 주제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양형의 이유(성폭력범죄), 위안부 손해배상 판경를 보는 시각(주권 면제), 낙태는 전면적 비범죄화가 옳다(낙태권), 차별금지법은 통과되어야 한다(차별금지법), '숨 쉴 공간'과 메마른 세계관(표현의 자유),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직권남용죄), 고무줄 배임죄(배임 행위), 전쟁과 평화(만국공법), 연예인은 공인일까?(명예훼손죄), 공직자의 '온당치 못한 외관'(공직 윤리),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조세법)

  3장은 구체적인 법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글이어서 다른 장보다 흥미로웠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법원에서 실제로 내려진 판결의 예를 거론하며 그 판결의 문제와 의의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외국, 주로 미국의 연방법과 연방대법관의 판결 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판결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3장에는 인상적인 내용이 참 많았지만, 일일이 다 적을 수도 없고, 2부분만 옮겨본다.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블랙먼(대법관)은 왜 보수주의자들의 기대와 다른 판결을 내렸을까? 이 온화하고 겸손한 노신사는 로 판결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 우리의 과제는 이 문제를 감정이나 편햠됨 없이 헌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대법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한 헌법의 정신과 원칙이었다. (154쪽)

  저자는 말한다. 임명권자의 입장에서는 '배신 때리기'였겠지만 사법의 역사를 읽을 때 이런 이야기는 흥미롭기 짝이 없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임명권자의 뜻을 거스른 법조인이 떠올랐다. 누가 옳고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사법부가 수호해야 할 것은 권력자의 정치 철학이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헌법의 정신과 원칙이어야 한다는 데는 절대적으로 공감이 됐다. 

  부동산 세제의 무상함 뒤에는 변화무쌍한 부동산 대책이 있다. 2020년의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이제는 양도소득세 문제를 넘어 삼성,청담,대치,잠실 등 4개 동의 경우 아예 토지 거래허가를 받아야 주택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정책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그 목표가 정책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현 정부가 그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주무장관의 말로도 네 번째고, 이것에 따라 늘 세법이 바뀐다. 하지만 세금은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200쪽)

 

  4장의 제목은 '사법 과잉과 사법 불신'이다. 여기에는 8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너! 고고'와 '너! 기소'>에서 고소 과잉의 현실을 언급하며 2018년 기준 우리 사회의 고소 건수가 55만건으로 일본의 무려 50배가 넘는다며 우려한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는 가히 <소송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소송 사회의 문제점은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다르게 이해하면, 흑백논리요 편가르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등등 편가르기는 우리 사회의 화합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 대한 우려는 저자만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법 불신의 원인>을 통해서는 사법부에도 '사법 자제론'과 '사법 적극주의' 사이에서의 고충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진정한 사법 개혁을 위하여>에서는, 과거의 우리 사법사를 돌아보며 '사법 개혁의 내용은 대개 사법부 주도 세력의 인적 물갈이가 되고 말았으며, 물갈이 후 집권 세력은 판사들이 국정 운영이나 정권 유지에 발목이나 잡지 않기를 바라는 한편, 사법부는 자체적으로 개혁을 한다면서 늘 이야기되던 주제를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가 뜨뜻미지근하거나 흐지부지한 결말을 보'(225쪽)였음을 지적하고 나서, 사법 개혁의 수혜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국민이고 또 국민이어야 한다(226쪽)는 구절 앞에서 고개를 몇번이고 끄덕거렸다.

  4장에서 저자의 주장에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던 글은 <전관예우, 어찌 볼 것인가>라는 글이었다. 저자는 전관예우가 없다는 입장(있다고 해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보이는데, 그렇게 판단하는 기저에는 저자 자신이 변호사 개업을 한 후에 맡은 사건에서 예우를 받지 못한 경험이 깔려 있릏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판단과 달리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분명 전관 에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실제로 판사들도 과반수 이상이 전관 예우가 존재한다고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글에 나와 있다).

 

  5장의 제목은 '우리 사법의 풍경'이다. 여기에는 14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검찰 개혁이 어려운 이유, 사법 개력의 상황과 현주소에 대한 글, <대법원장의 거짓말>, <헌법재판관의 자질> 같은 법조인의 자질을 다룬 글, 그리고 <내가 아는 노무현>, <정귀호 선생을 그리며>처럼 인물을 추억하는 글도 실려 있다.

 

  ***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는 우리 시대의 과제인 사법 개혁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법부의 문제점과 여전히 암울한 전망을 보며 화가 났다. 왜 사법 개혁이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잘 몰랐거나 막연하게 알고 있던 법지식도 조금은 더 잘(혹은 많이)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후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법과 법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되내며, 리뷰를 마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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