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6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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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140*210*20mm |
ISBN13 | 9788950995553 |
ISBN10 | 8950995557 |
발행일 | 2021년 06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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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140*210*20mm |
ISBN13 | 9788950995553 |
ISBN10 | 8950995557 |
서문 chapter 1. 행복은 생각인가 chapter 2. 인간은 100% 동물이다 chapter 3.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chapter 4. 동전탐지기로 찾는 행복 chapter 5. 결국은 사람이다 chapter 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chapter 7. ‘사람쟁이’ 성격 chapter 8. 한국인의 행복 chapter 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참고문헌 |
행복의 기원을 진화심리학 측면에서 찾아보는 책이다.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기반을 둔 목적론적 행복론 대신에 행복은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정신적 도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How)라는 질문보다 왜(Why) 행복이 필요한지를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지만 여전히 100% 동물이다'라는 명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다윈의 진화론과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더해진다. 그러면서 밝힌 내용은 인간은 생존확률을 최대화되도록 설계된 존재인데, 행복은 그런 노력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도록 우리 뇌가 만든 정신적 도구라는 것이다. 고통이 부정적 위협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우리를 돕듯이, 행복은 긍정적 정서 경험을 통해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시도하게 만드는 긍정적 생존장치라는 설명이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먹고 자고 사랑할 때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행복(쾌감)을 느껴야만, 혹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인간은 먹고 자고 사랑하는 데 집중한다. 이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삶의 최종 이유도 목적도 아니다.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저자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결론짓는다.
행복은 로또 당첨과 같은 '한 방'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변한 상황에 곧 적응이 되고 행복지수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이것을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지속적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행복의 감정도 끊임없이 리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라는 말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하는 요소는 바로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고 이야기한다. 행복의 절반 정도는 타고난 기질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은 인간관계에 의해 결정되는데 외향적인 사람은 더 적극적으로 친사회적 행동을 하기 때문에 행복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가장 절대적인 행복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강요된 인간관계에서는 스트레스와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행복이란 주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이 책은 인간 존재의 특성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내용들과 차이가 있어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도 들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기 어려웠던 시절의 인사가 ‘밥 먹었느냐.’였다는 걸 생각하면, ‘행복하세요.’라는 요즘의 인사는 전보다 잘 살게는 되었으나 더 행복하지는 않은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는데 우리는 왜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많은 이들이 말한다.
행복해지려면 마음가짐을 바꿔야한다고. 하지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주문은 공허하기만 하다. 행복해지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먹는 걸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내가 이 맛에 살아!’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진화론의 관점에서는 ‘살기 위해 먹는다.’가 맞다. 먹는 행위는 생존에 도움이 되니까.
그러면 음식 대신 행복은 어떨까?
행복해지려고 사는 걸까, 살기 위해 행복해져야할까?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은 기존의 목적론적 행복론에 기반을 둔 이론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행복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진화론의 관점을 도입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관념적인 가치로만 여겨지던 ‘행복’을 과학적으로 해부한다.
진화론의 관점으로 보자면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따라서 인간 역시 동물이므로 행복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고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라는 감정이 생존에 어떤 도움을 주기에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는 걸까?
쾌와 불쾌의 감정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려주는 ‘생존 신호등’이다. 불쾌의 감정은 해로운 것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빨간 신호등’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몇 번은 운 좋게 살 수 있어도 결국에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쾌의 감정들은 ‘파란 신호등’이고 행복은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존에 유익한 활동이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계속 매진하라고 알리는 것이 쾌의 본질적 기능인 것이다. (Nesse & Ellsworth, 2009)
(p.77~78)
희열, 성취감, 뿌듯함, 자신감. 행복할 때 느끼는 이러한 정서들은 생존 확률이 높은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 즉 행복을 추구하는 행동은 생존 확률을 높여준다.
반대로 행복의 반대 개념인 불행, 고통은 어떨까? 우리는 언제 고통을 느낄까? 고통은 그저 불필요한 감각일까
고통을 경험하지 못하는 동물은 오래 살 수 없다. 다리에 박힌 못이 아프지 않으면 치료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다.
(p.87)
신체적 고통이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장치라면 사회적 고통은 어떨까
저자는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타이레놀이 정서적 고통을 줄여준다는 연구를 소개하며, 뇌의 인식으로는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이 같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즉, 신체적 손상이 생존을 위협하는 것처럼 사회적 고통을 유발하는 실연, 이혼, 실직 등의 불행한 상황은 주류 집단으로부터 소외됨을 뜻하므로 생존에 불리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행복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왜 더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 저자는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누어 정리한다.
첫째, 행복은 비타민과 비슷한 특성을 갖는다.
비타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적정량 이상은 무의미하다. 행복도 마찬가지.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소득의 증가와 행복의 변화는 관련이 없다.
둘째, 행복은 일시적인 감정이다.
복권에 당첨돼도, 새집을 사도, 좋은 학교에 입학해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셋째, 행복은 상대적이다.
큰 기쁨을 맛본 사람은 사소한 좋은 일이 시시하게 느껴진다. 마치 전교 1등을 해본 학생에게 반 1등은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까?
이 책에서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적 관계 맺기는 행복의 필요조건이라고 밝힌다. 외향적인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내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내향인들도 실은 사회적 관계를 좋아하며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만남이 아니라 상황의 불편함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도 행복해지려면 어색함을 떨치고 타인과 교류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모든 사회적 관계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첨언한다. 중요한건 만남의 양보다 질이며,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화론으로 보는 행복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있는 삶’이나 ‘최고의 선’과는 다르다.
행복은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사소한 행동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기존에 많이 접하던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주장들과 달라서 생소한 내용이 많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점 덕분에 ‘행복’이라는 진부한 주제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본문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남녀가 즐겁게 식사하는 사진.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실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라는 설명과 함께.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밥을 먹나보다.
코로나 탓에 모여서 밥 먹는 기쁨을 몇 년간 누리지 못하다 보니 같이 식사하는 한 장의 사진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