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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12g | 132*225*17mm
ISBN13 9788937463822
ISBN10 893746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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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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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회색 줄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 p.7

“죽는 게 제일 나아. 아니, 나뿐만이 아냐. 적어도 사회 진보에 마이너스 역할을 하는 녀석들은 전부 죽는 게 나아”
--- p.14

보름달 저녁. 반짝이다 무너지고, 넘실대다 무너지고, 용솟음치고 몸부림치는 파도 속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붙잡은 손을 견디다 못한 내가 일부러 뿌리쳤을 때, 여자는 순식간에 파도에 삼켜지며 드높이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은 아니었다.
--- p.16

아침에 학교로 가기 전 내 책상 위에 트럼프를 늘어놓고 그날 하루의 운명을 점쳤다. 하트는 대길(大吉)이었다. 다이아몬드는 반길(半吉), 클로버는 반흉(半凶), 스페이드는 대흉(大凶)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은 거의 날마다 스페이드만 나왔다.
--- p.46

큰형은 내가 문학에 열광하는 걸 염려해, 고향에서 긴 편지를 보내왔다. 화학에는 방정식이 있고 기하학에는 정리(定理)가 있어서 그걸 해석하는 완전한 열쇠가 주어지지만 문학에는 그게 없다. 허용된 연령, 환경에 도달하지 않으면 문학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딱딱한 어조로 쓰여 있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나는 내가 그 허용된 인간이라고 믿었다.
--- p.55

만약 이 한 줄 때문에 내 소설이 실패하고 말았다 해도, 나는 마음 약하게 그걸 지워 없앨 생각은 없다. 과시하는 김에 한마디만 더. 그 한 줄을 지우는 일은 오늘까지의 내 생활을 지우는 일이다.
--- p.126

“일어나! 사건이야!” 그들은 사건을 날조하길 즐긴다. “요짱의 대(大)포즈.” 그들의 대화에는 ‘대’라는 수식어가 번번히 사용된다. 지루한 이 세상에 뭔가 기대할 만한 대상을 원하기 때문이리라.
--- p.129

한밤중 화장실에 가다가, 복도에서 같은 숙소에 묵은 젊은 여자와 마주쳤다. 그뿐이다. 그러나 이게 대사건이다. 고스게로서는 잠깐 스쳐 지났을 뿐일지라도, 그 여자에게 자신의 예사롭지 않은 인상을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딱히 어떻게 하겠다는 심산도 없지만, 그 스쳐 지나는 순간에 그는 목숨을 내던져 포즈를 취한다. 인생에 진지하게 뭔가 기대를 갖는다. 그 여자와의 모든 경위를 한순간 이리저리 상상하고서, 가슴이 터질 듯한 느낌이다. 그들은 이처럼 숨막히는 순간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경험한다. 그래서 그들은 방심하지 않는다.
--- p.132

노인은 아니었다. 스물다섯을 넘겼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노인이었다.
--- p.197

“흉내를 내요, 그 사람. 그 사람에게 의견 따위 있을 리가 없죠. 죄다 여자한테 영향을 받았어요. 문학소녀 때는 문학. 도시 사람 때는 맵시. 뻔해요.”
“설마. 그런 체호프 같은.”
이렇게 말하고 웃었지만 역시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 여기에 세이센이 있다면, 그의 가녀린 어깨를 꼭 안아 주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 p.258

사물의 이름이란 그게 어울리는 이름이라면 굳이 묻지 않더라도 절로 알게 되는 법이다. 나는 내 피부로 들었다. 멍하니 물상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그 물상의 언어가 내 피부를 간지럽힌다. 예를 들면, 엉겅퀴. 나쁜 이름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여러 번 들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름도 있다. 예를 들면, 사람.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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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만년』에는 이후 다자이 문학의 가능성을 알리는 요소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 오쿠노 다케오 (문학 평론가)

그는 마흔이 되어서도 여전히 불량소년이라, 불량청년도 불량노년도 될 수 없는 남자였다.
- 사카구치 안고 (소설가)

작품의 배경은 상당히 우울하지만, 『만년』은 결코 어둡고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뇌하는 청춘이 녹아 있는 까닭이다.
- 유숙자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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