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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낙인

질병, 낙인

: 무균사회와 한센인의 강제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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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08g | 140*210*30mm
ISBN13 9791191438437
ISBN10 1191438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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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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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 한센병 환자의 급증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는 모두 1917년 부랑 한센병 환자에 대한 강제격리가 시작된 이후 만들어진 근대적 산물이었다. 그러나 식민지기에는 그 누구도 강제격리와 부랑 한센병 환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 이들이 집과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급증하는 부랑 한센병 환자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들을 모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추방하거나 소록도와 같은 섬에다 격리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2장 식민지 조선과 한센병」중에서

문제적 대상으로 여겼던 한센병 환자는 한번 소록도갱생원에 수용되면 대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수용과 동시에 조선사회는 더는 그들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혹한 강제노동 등으로 한해에 수백 명이 사망해도 신문에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았고, 소록도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나와 가까운 곳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진 것과 다름없었다.
---「4장 소록도, 절멸의 수용소」중에서

한센병균은 말초신경을 공격하기에 감각이 무뎌진 환자들의 손발은 상처를 입기 쉽다. 게다가 한번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아 궤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약하고 취약한 한센병 환자들에게 소록도 당국은 예산 부족을 만회하면서 세계 제일의 수용소를 만들기 위한 노동을 강요했던 것이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손발에 쉽게 상처를 입었고,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식량뿐 아니라 의약품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중략) 이제 소록도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닌 감옥이자 노동교화소이자 수용소가 됐다.
---「4장 소록도, 절멸의 수용소」중에서

한센병의 경우 국가와 전문가들은 체내 한센병균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유로 이미 세균검사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아 완치 판정을 받은 이들을 ‘음성나환자’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관리와 통제를 지속했다. 문제는 잔존하는 체내 한센병균이 질병으로 발전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성 판정이 나오려면 몇 개월간 주기적으로 세균검사를 해 일정 기간 체내에 균이 발견되지 않아야 하는, 매우 철저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한센병만 유독 추가적으로 통제했다.
---「10장 음성나환자촌」중에서

국가의 한센병 정책은 한센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의 강제격리 요구와 거기에 필요한 막대한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센병 정책은 명목상으로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통제하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센병과 균의 (잠재적) 매개체인 한센인을 사회에서 몰아내려는 사회적 욕망의 결과였다. 이러한 강제격리를 둘러싼 역사적 의미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국가의 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에서 한센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12장 지금 한센인은 어디에 있는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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