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섯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평범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청년’이라는 말은 겉말이고, 실은 저마다의 고민과 경험으로 자신의 20대를 지금 이 시간에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청소년 여러분의 삶이 이들 중 한 명과 혹은 두 명과 혹은 다섯 명 모두와 일부라도 같다면 이들의 이야기가 힘이 되어줄 거라 확신합니다. --- p.12
이 책은 ‘미래의 특별한 나’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강요받는 청소년들에게 지금 잘 살아내고 있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서 시작되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믿기 망설여지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기회가 충분치 않은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모든 순간의 경험은 그 자체로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요. --- p.14
물론 다시 10대로 돌아간다 해도 열심히 공부하며 시험을 준비할지 몰라요. 다만, 그때로 돌아가면 의도적으로 허무의 날들을 마련해 카페에서, 공원에서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이런 시간이 나를 발견하는 의미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줄 거라 생각해요 --- p.38
꿈을 직업이나 유명세로 규정 지어버리면, 꿈을 이루었을 때 마치 산 정상에 올라 더 이상 오를 데가 없고 내려갈 길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꿈을 좌우명과 연결 지었어요. 제 삶의 방향이 곧 꿈인 거죠. --- p.44~45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보다 지금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를 먼저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뭐든 해봐야 아는데 뭘 해보게 하기는커녕 “자, 일단 그래서 넌 뭐가 되고 싶은데?”라고 묻는 건 무책임한 거잖아요. 해보고 싶은 걸 해보고, 망해도 보고, 작은 성공도 해보면서 ‘아, 그나마 이걸 하면 난 좀 더 행복하겠구나.’ 하고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진로라는 건 결국 내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거고, 단순히 직업보다는 어떤 모양새로 내 삶을 꾸리겠다는 결심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의 행복과 불행을 알면 도움이 돼요. --- p.50
꿈은 미래에 잘 살기 위해서 꾸는 게 아니라,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 꾸는 것이다. 꿈으로 인해 현재를 살아가는 활기와 원동력을 얻는다면 꿈은 그 역할을 가장 잘해내고 있는 것이리라. 혹시 꿈이 현재를 괴롭히고 불안하게 하고, 있고 없음 또는 이룰 가능성에 따라 자존감을 공격하고 있다면 그 꿈은 한참 잘못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p.51
‘내가 뭘 좋아하지?’ ‘내가 뭘 잘하지?’
스스로를 관찰해보는데 오, 세상에나! 딱히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다는 걸 눈치 채고야 말았다. 공부를 잘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공부 역시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정말정말) 무수히 많다. --- p.127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선택, 다수가 당연하게 여기는 방향과 다른 선택을 해도 인생이 무너진다거나, 유별나진다거나, 대단한 사람이 된다거나, 뒤처진 사람이 된다거나, 불행해지지 않는다. 물론 모험에 찬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 나는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 p.160
꽤나 짜릿했고 설레었다. 공직자가 되기 위한 험난한 길을 한 걸음 내디딘 그 가치는 또 얼마나 큰가! 시험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결정한 길을 걷는 과정에서 맨몸으로 부딪혀 얻은 깨달음과 경험도 소중했다. 백지수표를 줘도 못 사는 게 경험이니 말이다. 나는 지인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어땠냐고? 나는 이 직업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 p.211
부모님처럼 땅에 대한 사랑과 농업에 대한 자부심, 환경과 인류애, 그런 것에 대해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아직도 배우며 채워가는 중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농업, 농촌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게 미실란이면 가장 좋고, 그 어디라도 내가 쓰일 수 있는 곳에서 내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 p.228
글을 쓰는 자신의 재능 혹은 좋아하는 일을 돈으로 변환해낼 가능성을 타진하다 보면 이내 지치고 ‘글 써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등의 세상 얘기를 신봉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글을 쓸 수 있는 창구에 생각을 전하고 세상에 동참하는 차원으로 계속해서 글을 써왔고 그로 인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여전히 불안정함과 동행하고 불안정함과 타협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으려 한다.
---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