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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 양장 ] 배수아 컬렉션이동
리뷰 총점9.1 리뷰 8건 | 판매지수 1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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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6g | 120*188*20mm
ISBN13 9788954690560
ISBN10 8954690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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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그 찬란한 빛 속에 함께 하려고] 베를린 시골 오두막에서 읽고 쓰는 것만으로 가득한 생활을 담은 배수아 작가 신작 에세이. 그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읽고 씀으로 인해 더 자라난 자신이, 자아의 자유로움이 보이는 것 같다. 삶 자체가 책이 되는, 낯설지만 환상적인 그 순간들로 안내할 매혹적인 책. - 에세이 PD 이나영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연인
일곱번째 아이
낙엽을 헤치며 걷는 사람
WG, 그리고 개구리를 먹는 자
작별들
누가 우리에게 자연을 암시하는가
최초에 새를 가리킨 여인
내가 가진 넝마를 팔고
영혼의 서쪽 벽
9월의 황무지에서
고통
고요. 회색.
멀리
헝가리 화가의 그림
에필로그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세상의 다른 많은 일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아마 한 권의 책도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생을 맡기기로 한 그런 일들.
--- p.237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이 말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파동을 이룬다.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내면화하는 읽기’이다. 내용뿐 아니라 언어에서도. 언어뿐 아니라 비언어에서도. 한 소설의 어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소설 밖으로 걸어나간 다음 순간, 그녀는 다른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죽인다.
--- pp.21~22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영영 완성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강해진다. 나는 체념하고, 포기하고, 굴복하고, 인정하고, 마침내 울 것이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마지막 문장을 쓸 것이다. 아니, 눈물이 곧 마지막 문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는 잘 울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마지막 문장은 영영 나타나지 않는다.
--- p.94

상실을 겪거나 배반당하거나 어리석은 결정을 내려 수치스러울 때면 나는 책상으로 가서 읽거나 쓰면서 마음을 달랠 것이다. 삶을 바꾸고 싶을 때, 다른 삶을 간절히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언젠가, 한 시간쯤 뒤에 혹은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반드시 기분이 다시 좋아질 것이다. 나는 빛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섬을 갖는다. 하나의 오두막을, 하나의 정원을 갖는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평화를 느낀다. 물이 나를 들어올리듯이 그것이 나를 들어올리고 있음을 느낀다.
--- pp.110~111

오직 내면의 눈으로 보게 되는 비전. 물가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있다. 비록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들을 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래전 그들을 알았고, 그들의 몸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몸과 모종의 관계에 의해 연결된 상태였으며 나는 몸으로 그것을 느낀다. 나는 두려움 없이 홀로 그들의 뒤를 따른다. 누군가 노래를 부른다. 내 최초의 언어였을 그 노래는 누구의 입에서 나왔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노래를, 언젠가 나도 부르게 될까.
--- p.115

어린 시절, 세 살 네 살 다섯 살이 된 사람은 태어날 때 이 생을 위한 지참금처럼 지니고 온 이미지와 생각을 먹고 살게 된다. 그리하여 예순세 살 예순네 살 예순다섯 살이 된 어느 토요일 강가를 산책하던 한 사람은, 이 강이 북아메리카의 강이라고 단정 짓고 흔들리는 수면의 영롱한 색채를 인디언의 색채인 양 받아들인다. 그러자 그의 환각 속에서 강물을 흘러가는 카누 한 대가 보인다. 카누에는 머리에 오색의 깃털 장식을 두세 개 꽂은 최후의 모히칸족이 타고 있다. 그 광경을 마주한 사람은 시민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보낸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회상한다…
--- p.9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마침내는 아마도 일생이, 오직 하나의 문장이 반복되는 한 권의 책처럼
그렇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배수아식 읽기에 대하여


『작별들 순간들』은 ‘나’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 두 인물의 생활과 여행과 대화로 채워져 있다.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는 “글 속의 대화체를 위한 장치이며 ‘듣는 사람’으로 위장한 ‘말하는 사람’의 역할이고, 실질적으로는 ‘말을 암시하는 사람’이자 ‘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249쪽)이다. 일평생 단 하나의 헌책방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사람이며 방은 물론 욕실과 주방까지 책과 원고들, 편지와 쪽지, 스케치와 콜라주로 그득 채운 사람이다. 여름에는 글을 쓰다가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밤에는 작은 발코니 의자에 앉아 별을 올려다보는 사람이며, 무엇보다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다. 요컨대 상상의 인물이자 한 권의 책이자 문학 그 자체인 존재가 아닐지. 언젠가 배수아 작가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문학과 사람을 꼽으며 종종 둘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말했다. 그것이 실체화된 것이 이번 산문집 속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라 짐작하는 것이 과한 해석은 아니리라. 그들의 대화가 주로 책과 글, 유년의 기억과 행복에 대한 것이기도 하기에.

세 계절에 걸쳐 쓰인 산문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베를린 서가의 주인’에게 배수아 작가는 ‘읽기에 대하여’ 쓰고 있다 말한다. 그것은 ‘읽은 책’에 대해 쓰는 것과는 다르다고. “왜냐하면 나에게 독서란 한 권의 책과 나란히 일어나는 동시성의 또다른 사건이지 책을 기억 속에 저장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읽기에 대한 글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250쪽)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W. G. 제발트를 비롯해 이니셜로만 표기된 여러 작가와 그들의 작품이 다수 언급되지만 배수아식 읽기란 그 내용을 기억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감상을 정리하는 것과는 다르단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가 그녀의 책을 읽는 방식은 물리적으로 읽거나 읽지 않는 모든 상태를 포함한다. 이미 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꾸만 같은 페이지를 되풀이해서 읽게 될까봐 무의식적으로 모든 문장에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하지만 읽은 것으로부터 빠르게 빠져나오는 방식으로 사로잡히면서. 어떤 문장은 읽기를 통해 불현듯 무한대로 확장되었고, 마치 거대한 날개에 실린 듯, 나는 읽는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심지어 망각하는 읽기를 계속한다. 어휘들의 래디컬한 배치. 혁명과 형이상학. 문장과 어휘 단위의 해체. 사랑의 해체. (…) 한 권의 책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나는 그 책에 담긴 모든 것을 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위하여. (30~31쪽)

자신의 몸으로 한 권의 책을 통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확장시키는지, 어떤 자유가 그곳에 있는지, 배수아 작가의 강렬하고 인상적인 문장들을 따라 읽다보면 문학에 대한 애정과 고양된 마음들이 찬란한 빛으로 그의 땅을 감싼 것이 느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기 자신으로부터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 작별하는 자”(188쪽)가 되는 여정이 여기 펼쳐진다.

“우리가 일생을 맡기기로 한 그런 일들”
배수아식 쓰기에 대하여


산문 전반에 배음으로 드리워진 이국의 정취는 작가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 꾸려가는 시골생활의 구체적인 묘사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펌프로 물을 긷고 장작불을 피우고 소박하게 빵을 구워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한다. 계절에 맞게 핀 꽃과 열매로 시럽이나 잼을 만들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낙엽송 숲과 밀밭을 거닐며 도시의 그것과는 다른 고독에 자연스레 침잠한다.

우리는 서로 읽거나 쓰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가장 적절한 장소이다. 잠시 동안 빛이 넘실대는 정원을 내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우리는 밤의 정원에 있다. 밤새도록 나이팅게일이 운다. 잠 속에서도 꿈속에서도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잠시 동안 나이팅게일의 소리를 듣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우리는 수많은 세월을 늙어버린 다음일 것이다. 그것이 환희라면. (37~38쪽)

그들은 너도밤나무 숲을 통과해 걸어서 두 시간 거리의 이웃마을로 바흐 연주를 들으러 간다. 정원 낭독회를 열기도 한다. 친구들, 작가들과 교류하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투야나무 울타리 쳐진 정원 오두막에서의 고요함을 소중히 하며 그곳을 어느 곳보다 더 ‘집’ 같은 장소라 여긴다. 비밀스러운 기쁨의 순간들로 충만한 장소. 작가가 은둔에 가까운 생활방식을 취한 곳에서 밝히는 ‘작가로서 내가 원하는 글쓰기’에 대한 긴 고백은 그러므로 더욱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나는 아름답거나 감동적이거나 스며들거나 지적이거나 훌륭하거나 압도적인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좋은 글이나 기억에 남는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매혹적이거나 독특하거나 소름 끼치거나 아찔한 글도 아니라고, 문장 단위로 이루어지는 글을 쓰고 싶지 않으며, 개념과 철학으로 쓰기를 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체와 통일과 조화의 글도 원하지 않는다고, 나는 연속성과 이야기의 문법을 피해 가기를 원하며, 구조와 플롯의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나는 그 무엇도, 심지어 내용이나 아름다움조차도 완성하거나 구축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모든 것은 파편이었다, 단지 속삭임, 몸에서 울려나오는 숨과 같은 속삭임, 물처럼 들어올리는 속삭임, 글이 호흡하는 속삭임, 글을 해체하는 속삭임, 몸 없이 환하고 불완전한 사물과 같은, 하지만 속삭이는 사물인, 혹은 모순되고 파편적인 몸을 가진 소리… (134쪽)

배수아 작가는 자신이 읽고 쓰는 자로서 잘 아는 어느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종종 ‘몽환적’이라는 불충분한 말로 표현되는 그의 문장들이 실은 불충분한 말로밖에 다 말해지지 못하는 그 세계를 가장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별들 순간들』을 함께 읽을 우리. “고요. 회색. 숲에서, 우리는 비밀의 책을 가질 것이다. 우리, 깊이 매혹당했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208쪽)

회원리뷰 (8건) 리뷰 총점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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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나는 감각하지 못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꼼* | 2023.04.15 | 추천16 | 댓글0 리뷰제목
모시조개로 끓여낸 맑고 담백한 조개탕의 국물을 가만히 음미하는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마치 일상처럼 한 스푼 떠먹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특별하지 않은 주말의 어느 한가한 시간에 배수아의 산문집 <작별들 순간들>을 읽는 것과 같아서 호들갑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그러면서도 결코 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의 시간 속으로 스며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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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조개로 끓여낸 맑고 담백한 조개탕의 국물을 가만히 음미하는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마치 일상처럼 한 스푼 떠먹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특별하지 않은 주말의 어느 한가한 시간에 배수아의 산문집 <작별들 순간들>을 읽는 것과 같아서 호들갑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그러면서도 결코 흔하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의 시간 속으로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평범함이 오히려 귀한 가치로 대접받는 현대인의 고양된 삶에서 '독서'란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처럼 곰팡내 나는 습관처럼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과도하게 고양된 일상의 에너지를 몇 단계 낮출 수 있는 방법 또한 '독서'나 '산책'과 같은 구시대적 유물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보면 현대인의 삶은 뭔가 어긋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오래전 어느 날 당신으로부터 온 편지...... 그 순간 문득 작별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특정 시기에만 국한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삶의 시간 내내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비밀의 의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생은 그것을 위해 바쳐진 제물이었다. 우리가 평화롭게 정원의 흙 위로 몸을 기울인 동안, 당신의 몸 위로 빛과 그늘이 어지럽게 얼룩지는 그 순간에도. 작별은 바로 지금, 우리의 내부-숲안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궁극의 사건이었다. 배추흰나비의 애벌레가 몸을 구부리면서 당신의 목덜미 위를 느리게 기어간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집어올린다. 평화와 고요. 오직 빛과 호흡만이 있는 순간. 지금 당신이 불타고 있다는 증거인가? 글쓰기는 작별이 저절로 발화되는 현장이다. 그 아래 아직 당신의 발자국이 움푹 팬 채로 남아 있는 죽은 딱총나무가 내 눈앞에서 불타기 시작한다."  (p.82~p.83)

 

지난 15년간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글을 써오고 있는 작가는 자신이 정원이라고 부르는 베를린 인근 시골의 오두막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책에서 작가는 독일 시골 정원에서의 생활을 묘사한다. 작가의 일상일 수도 있는 산책, 여행, 책과 작가들, 글쓰기, 정원 등을 소재로 한 이 책은 한 줄 한 줄을 모두 곱씹어 음미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으로 꾸며졌지만 이야기의 분명한 주제나 결론으로 독자를 이끌지는 않는다. 다만 감각적인 묘사와 눈에 보이는 듯한 상황 설정으로 인해 작가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드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단지 시야에서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 아아, 따뜻한 바닷가에서 『파도』를 읽는 여름은 두 번 다시 가능한 것인가. 만약 그런 여름이 다시 온다면, 우리는 마침내 평화가 왔다고 착각할 것이다. 단 한 번도 있지 않았던 평화, 단 한 번도 끝나지 않았던 전쟁,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던 기다림,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암울함은 사실은 지속되는 한 권의 책과 같다고 말했다. 신은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p.187)

 

“누군가 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읽기에 대한 글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는 작가는 "나에게 독서란 한 권의 책과 나란히 일어나는 동시성의 또 다른 사건"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작가가 읽는 책과 나란히 일어나는 작가의 또 다른 사건에 대한 기록, 이를테면 작가가 읽는 책에 덧붙여진 동시성의 일상을 아름답게 풀어낸 글이라고 하겠다. '나'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 두 인물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는 독특한 산문 형식은 어쩌면 '배수아'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그만의 발상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오직 이 정원을 따라서 쓰인 글이다. 어느 날 내가 우연히 도착하게 된, 투야나무 울타리 뒤편의 보이지 않는 정원.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정원의 시간과 동시에 일어난다. 정원의 삶과 나란히 간다. 이 글 속의 그 무엇도 정원보다 앞서거나 나중에 말해지지 않았다. 그것은 파라다이스라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말했다. 파라다이스의 어원은 고대 이란어로 '울타리로 둘러쳐진 땅'을 의미하므로."  (p.251 '에필로그' 중에서)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뱀과 물>, <에세이스트의 책상> 등 배수아 작가의 몇몇 작품들을 읽어오면서 나는 시나브로 그녀만의 작품 세계에 젖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책들에 덧붙여진 동시성의 나의 일상은 남아 있지 않다. 머릿속 기억이나 일기를 비롯한 어떤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망각이란 경험의 부재와 같은 것인가. 아쉽거나 서글프다는 생각이 새로운 각오나 다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까닭에 나의 삶은 이렇듯 변하지 않고 흐른다. 나는 나의 삶을 제대로 감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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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도서] 작별들 순간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A*******s | 2023.05.09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배수아 작가님의 작별들 순간들입니다. 이 리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으며 구매시 참고로만 부탁드리며 약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사실 에세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어쨌건.. 주의문구를 달아보았습니다. 배수아 작가님은 예전부터 유명한 분이었기 때문에 이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으나,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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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배수아 작가님의 작별들 순간들입니다. 이 리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으며 구매시 참고로만 부탁드리며 약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사실 에세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어쨌건.. 주의문구를 달아보았습니다.

배수아 작가님은 예전부터 유명한 분이었기 때문에 이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으나,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접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워낙 식견이 짧은 탓에 작가님이 선보이는 고급어휘가 점철된 에세이를 읽을 때에는 내가 이 문장들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맞나,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해가 안될까 할 때도 있었으나 어찌됐든 책장은 잘 넘어갔습니다. 읽다보면 나도 또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서늘하고도 건조한 아침을 맞는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들어 허무에 물들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와도 잘 맞고, 어찌 됐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다시금 정립할 수 있게 작가님의 생활로부터 얻는 것들이 있어 읽기에 좋았습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파워문화리뷰 [작별들 순간들] 정원 딸린 오두막에서 읽고 쓰는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3.10.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별들 순간들>은 배수아 작가가 15년 전부터 머물고 있는 베를린 인근의 한 정원 딸린 오두막에서의 생활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 오두막은 동네 주민들도 잘 모를 만큼 외진 곳에 있어서 독서와 집필에 몰두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저자는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라고 부르는 인물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요리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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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은 배수아 작가가 15년 전부터 머물고 있는 베를린 인근의 한 정원 딸린 오두막에서의 생활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 오두막은 동네 주민들도 잘 모를 만큼 외진 곳에 있어서 독서와 집필에 몰두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저자는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라고 부르는 인물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요리를 하고, 아주 가끔 외출을 하거나 손님을 초대한다.

 

배수아 작가의 글 하면 소설이든 에세이든 어렵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 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한 소설가가 그중에서도 깊은 정이 든 공간에서 소중한 사람과 보낸 한 시절을 귀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는 듯해 오히려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장소는 다르지만 작가님도 나처럼 집에서 책 읽고 집 근처 호수를 산책하는 조용하고 안정된 생활을 좋아하신다니 반가웠다(그러실 것 같았지만).

 

바흐 연주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도보로 연주회장에 가다가 뜻하지 않은 체험을 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집에서 연주회장까지 10km 밖에 안 된다는 말만 믿고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는데 점점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눈에 보이는 것은 군사 시설처럼 보이는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뿐일 때, 얼마나 공포스럽고 불안했을까. 그러다 마침내 익숙한 황금빛 밀밭이 보였을 때는 안도감 정도가 아니라 황홀감까지 느껴지지 않았을까(길을 잃어본 적이 많아서 더 깊이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베를린 서가의 주인과 스위스 실스마리아에 다녀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실스마리아라고 하니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떠올랐고, 그곳의 풍경과 작가님의 오두막이 있는 곳의 풍경이 꽤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에도 두 사람이 작은 집에서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산책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극적인 사건이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는 느낌이 이 책과도 비슷하다.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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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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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아직 4월이지만 올해 이 책을 이길만한 건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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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b******7 | 2023.04.20
구매 평점5점
아껴서 읽고싶은, 그런 글들이 담긴 책을 읽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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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k****a | 2023.02.11
구매 평점5점
주간 문학동네 연재 때부터 매혹되었던 글들이라 믿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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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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