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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94g | 120*190*12mm
ISBN13 9791197981043
ISBN10 119798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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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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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모든 책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책들은 복수를 한다.
--- p.24

영업직으로서 (진심으로) 팔 수 있는 무엇인가, 주 40시간 이상 접하면서 질리지 않을 무엇인가, 몇 년을 보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무엇인가가 책이었을 뿐이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이걸 사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왕이면 우리 회사에서 사시죠” 하고 막무가내로 권할 수 있는 물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책뿐이다.
--- p.39

매일같이 책을 읽는데 읽지 못하는 책이 늘어난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싶을 것이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역시 ‘일주일 사이클’로는 읽기 어려운 책이 있다. ‘일주일 사이클’ 안에 읽을 수 없는 책뿐만 아니라, ‘일주일 사이클’로 읽어서는 안 되는 책 역시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 그러다 보니 매번 책을 읽으면서도 허기에 시달리는 것이다.
--- p.61

번역가가 되어 일로서 책을 읽어야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허무와 냉소에 젖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었다. 책은 언제나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고 차와 쿠키를 내어 주고 꽃과 정원과 하늘을 보여 주었다. 책은 끝이 없는 선물이자 변치 않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책에 한 번 더 의지하며 혹독하고 목마른 계절들을 나 보려고 한다.
--- p.76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에 내가 출판 일을 하고 있다. 아주 긴 책의 역사에서 보면 지금이 전통적인 종이 코덱스, 실험적인 아티스트 북, 수천 권을 담고도 가벼운 전자책, 문자로 쓴 책, 이미지로만 연결한 책, 덜렁 종이만 묶은 책, 영상과 결합한 책 등 다양성이 폭발한 짧은 시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즐기리라, 독자로서. 그러나 편집자로서는 ‘내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형태는 내용을 따라가면 그만이고, 내겐 그것이 책이다.
--- p.112

마음에 헐거운 경첩이 달린 것도 아닌데 여닫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사람들이 유사-서평가를 향해 얼마나 마음이 열려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 유사-서평가는 먼저 읽었다는 이유로 언제나 가장 먼저 외로워지는 사람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 유머를 구사하면서 타인을 웃기는 동시에, 기어코 자기 얼굴에는 미소를 드러내지 않는 코미디언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 p.120

북디자인이란 외과의사처럼 책의 요소를 꿰뚫고, 심리치료사처럼 대화하면서 손님의 상태와 입맛을 알아내어, 요리사처럼 손님에 맞는 조리법을 구성하고 재료를 엄선하며, 탐정처럼 손님의 행동과 흔적을 관찰하여 사소한 실수까지 찾아낸 다음, 집사처럼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중 하나만 즐겨도 충분하다.
--- p.156

나는 나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구성한 종이책의 내용뿐 아니라 표지와 냄새, 그걸 읽던 이불 속의 온도까지 기억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종이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종이책을 만든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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