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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 양장 ] 소설Y이동
이윤하 저 / 송경아 | 창비 | 2023년 05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05건 | 판매지수 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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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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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12g | 128*188*30mm
ISBN13 9788936439071
ISBN10 8936439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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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한국의 전통 신화 세계관을 만난 SF 소설] 세계가 주목하는 SF 작가 이윤하가 한국의 설화·신화를 덧입힌 신작으로 돌아왔다.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주인공이 우주군에 입대하면서 겪는 성장 소설이자 우주 전투 소설로 흥미진진한 반전을 거듭한다.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은 이번 소설은 이미 디즈니+ 영상화도 확정되었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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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도착했을 때, 그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야 했다.
--- p.13

보통은 열다섯 살이 되어야만 우주군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천 개의 세계’ 국경에서 일어난 습격 때문에, 우주군은 더 어린 생도까지 모집하기 시작했다. 좀 더 일찌감치 고된 우주여행에 생도─내 희망으로는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서였다. 우주군은 특히 군 복무에 적합한 초자연적 특성을 지닌 지원자들을 환영했다. 고블린, 천인(天人), 나 같은 호랑이가 여기에 포함되었다.
--- p.14

가모장님은 수놓은 방석에 등을 똑바로 하고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 가모장님의 길고 흰 머리 속에는 검은 가닥이 딱 하나 있었다. 가모장님의 눈은 노랬는데, 그 눈 덕분에 가모장님은 인간 모습을 할 때조차 지극히 호랑이다워 보였다. 나는 가모장님이 ‘천 개의 세계’ 구식 의복인 한복 외에 다른 옷을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저고리는 미묘한 금색 자수가 놓인 빛바랜 주황색이었고, 치마도 똑같이 빛바랜 검은색이었다.
--- pp.25~26

‘그럴 리 없어!’
나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환 삼촌이 죽지 않은 것에는 안도했지만, 이건 더 나빴다. 삼촌은 내게 명예에 대해 가르쳐 준 사람이다. 절대로 반역을 저지르고 도망갔을 리가 없다. 환 삼촌에게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혔다면, 그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우주군에서 복무하고 싶다는 내 꿈이 환 삼촌의 체포 영장이 도착하면서 날아가 버린 것일까?
--- p.27

가모장님은 무엇보다 명예를 강조했지만, 나는 속임수로 먹이를 꾀어낸 호랑이 전사들에 대한 전설을 들으며 자라났다. 나를 괴롭힌 전설은 사람들을 잡아먹기 위해 그들의 할머니로 변장한 사악한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은 ‘천 개의 세계’의 저명하며 엄격하고 용감한 호랑이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그 괴리에 대해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그걸 물으면 곤경에 빠질 거라 느꼈기 때문이다.
--- p.31

가모장님은 자기 테이블에 놓아둔, 청동 자루가 달린 칼을 집었다. 나는 몸을 떨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칼에서는 희미한 피 냄새가 났다. 가모장님이 말했다.
“너는 모든 일에서 부족에 봉사하겠다고 맹세해라. 서쪽의 백호를 걸고 맹세해.”
“서쪽의 백호를 걸고, 저는 모든 일에서 부족에 봉사할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우리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순순히 되뇌었다. 이것이 엄청나게 진지한 선서라는 사실, 만약 이 선서를 깨면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45

나는 한 개의 넓은 줄무늬와 두 개의 좁은 점무늬로 표시된 길을 따라갔다. 이끼와 테라리엄을 비롯한 녹색 화초가 가득했다. 내 위로 우뚝 솟은 실내 대나무 숲이 있었다. 대나무 숲은 복과 장수의 상징을 드러내는 종이 등불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복이 구석구석에 전부 흐르도록, 이곳을 만들 때 일류 풍수지리사가 참여했던 것이 틀림없다. 풍수지리사들과 군인들이 배치를 두고 다툰 적은 없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 pp.51~52

다시 내 슬레이트로 눈길을 돌렸다. 마지막 질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골똘히 생각했다.
당신은 왜 우주군에 들어오고 싶습니까? 한 문장으로 답변하시오.
질문이 너무나 직설적이라 오히려 덫처럼 느껴졌다.
(…) 나는 터치 펜으로 턱을 두드리다가, 이내 최대한 또렷하고 분명하게 썼다.
저는 호랑이가 명예롭게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 pp.58~59

“이제 너희가 우주군 복무 선서를 할 때가 왔다.”
선장이 말을 이었다.
“명심해라. 너희가 전에 어떤 맹세나 약속을 했든, 이 선서는 그것을 대체한다. 가족에 대한 충성도, 너희 고향 행성에 대한 충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주군의 일원으로서, 너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가족이나 고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천 개의 세계’ 전체에 대한 것이다.”
--- p.107

“누가 제일 나이가 많지?”
우리는 나이를 비교해 보았다. 남규가 제일 위였고, 그다음이 나, 그다음 유나, 마지막이 지였다. 위계질서는 누가 가장 오래 복무했는지에 의거해야 한다. 그러면 남규와 유나가 상급자다. 그러나 우리는 서열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대신 나이에 따라야 한다. 나이를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 p.122

나는 용병들이 ‘천 개의 세계’ 공용어인 한글을 모를 줄은 몰랐다. 환 삼촌은 언어가 유창하기 때문에 로쿠로를 선택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이유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인지, 지, 유나와 내가 말하는 것을 염탐할 수 있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했지만.
--- p.257

나는 방 옆쪽을 따라 살금살금 움직여, 음식 냄새를 따라갔다. 성난 개를 피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기자, 나는 그 전투 식량이 잡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절 때 나오는, 쇠고기와 채소와 당면을 볶은 요리. 전투 식량 버전의 잡채는 힘줄 많은 고기와 회색으로 변한 채소들 때문에 맛이 없을 것 같았다.
--- p.32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열세 살 ‘세빈’은 호랑이로 변신하며 훈련을 한다. 세빈의 꿈은 ‘환’ 삼촌처럼 우주군 선장이 되는 것. 어느 날 세빈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도착한다. 좋은 소식은 세빈이 우주군 생도로 선발되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환 삼촌이 반역죄로 기소되었다는 것이다. 세빈은 일단 꿈에 그리던 우주군에 입대하기 위해 떠나고, 삼촌을 둘러싼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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