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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신화 세계관을 만난 SF 소설] 세계가 주목하는 SF 작가 이윤하가 한국의 설화·신화를 덧입힌 신작으로 돌아왔다.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주인공이 우주군에 입대하면서 겪는 성장 소설이자 우주 전투 소설로 흥미진진한 반전을 거듭한다.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은 이번 소설은 이미 디즈니+ 영상화도 확정되었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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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009
감사의 말 374 |
Yoon H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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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도착했을 때, 그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야 했다.
--- p.13 보통은 열다섯 살이 되어야만 우주군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천 개의 세계’ 국경에서 일어난 습격 때문에, 우주군은 더 어린 생도까지 모집하기 시작했다. 좀 더 일찌감치 고된 우주여행에 생도─내 희망으로는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서였다. 우주군은 특히 군 복무에 적합한 초자연적 특성을 지닌 지원자들을 환영했다. 고블린, 천인(天人), 나 같은 호랑이가 여기에 포함되었다. --- p.14 가모장님은 수놓은 방석에 등을 똑바로 하고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 가모장님의 길고 흰 머리 속에는 검은 가닥이 딱 하나 있었다. 가모장님의 눈은 노랬는데, 그 눈 덕분에 가모장님은 인간 모습을 할 때조차 지극히 호랑이다워 보였다. 나는 가모장님이 ‘천 개의 세계’ 구식 의복인 한복 외에 다른 옷을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저고리는 미묘한 금색 자수가 놓인 빛바랜 주황색이었고, 치마도 똑같이 빛바랜 검은색이었다. --- pp.25~26 ‘그럴 리 없어!’ 나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환 삼촌이 죽지 않은 것에는 안도했지만, 이건 더 나빴다. 삼촌은 내게 명예에 대해 가르쳐 준 사람이다. 절대로 반역을 저지르고 도망갔을 리가 없다. 환 삼촌에게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혔다면, 그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우주군에서 복무하고 싶다는 내 꿈이 환 삼촌의 체포 영장이 도착하면서 날아가 버린 것일까? --- p.27 가모장님은 무엇보다 명예를 강조했지만, 나는 속임수로 먹이를 꾀어낸 호랑이 전사들에 대한 전설을 들으며 자라났다. 나를 괴롭힌 전설은 사람들을 잡아먹기 위해 그들의 할머니로 변장한 사악한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은 ‘천 개의 세계’의 저명하며 엄격하고 용감한 호랑이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그 괴리에 대해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그걸 물으면 곤경에 빠질 거라 느꼈기 때문이다. --- p.31 가모장님은 자기 테이블에 놓아둔, 청동 자루가 달린 칼을 집었다. 나는 몸을 떨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칼에서는 희미한 피 냄새가 났다. 가모장님이 말했다. “너는 모든 일에서 부족에 봉사하겠다고 맹세해라. 서쪽의 백호를 걸고 맹세해.” “서쪽의 백호를 걸고, 저는 모든 일에서 부족에 봉사할 것을 맹세합니다.” 나는 우리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순순히 되뇌었다. 이것이 엄청나게 진지한 선서라는 사실, 만약 이 선서를 깨면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45 나는 한 개의 넓은 줄무늬와 두 개의 좁은 점무늬로 표시된 길을 따라갔다. 이끼와 테라리엄을 비롯한 녹색 화초가 가득했다. 내 위로 우뚝 솟은 실내 대나무 숲이 있었다. 대나무 숲은 복과 장수의 상징을 드러내는 종이 등불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복이 구석구석에 전부 흐르도록, 이곳을 만들 때 일류 풍수지리사가 참여했던 것이 틀림없다. 풍수지리사들과 군인들이 배치를 두고 다툰 적은 없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 pp.51~52 다시 내 슬레이트로 눈길을 돌렸다. 마지막 질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골똘히 생각했다. 당신은 왜 우주군에 들어오고 싶습니까? 한 문장으로 답변하시오. 질문이 너무나 직설적이라 오히려 덫처럼 느껴졌다. (…) 나는 터치 펜으로 턱을 두드리다가, 이내 최대한 또렷하고 분명하게 썼다. 저는 호랑이가 명예롭게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 pp.58~59 “이제 너희가 우주군 복무 선서를 할 때가 왔다.” 선장이 말을 이었다. “명심해라. 너희가 전에 어떤 맹세나 약속을 했든, 이 선서는 그것을 대체한다. 가족에 대한 충성도, 너희 고향 행성에 대한 충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주군의 일원으로서, 너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가족이나 고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천 개의 세계’ 전체에 대한 것이다.” --- p.107 “누가 제일 나이가 많지?” 우리는 나이를 비교해 보았다. 남규가 제일 위였고, 그다음이 나, 그다음 유나, 마지막이 지였다. 위계질서는 누가 가장 오래 복무했는지에 의거해야 한다. 그러면 남규와 유나가 상급자다. 그러나 우리는 서열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대신 나이에 따라야 한다. 나이를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 p.122 나는 용병들이 ‘천 개의 세계’ 공용어인 한글을 모를 줄은 몰랐다. 환 삼촌은 언어가 유창하기 때문에 로쿠로를 선택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이유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인지, 지, 유나와 내가 말하는 것을 염탐할 수 있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했지만. --- p.257 나는 방 옆쪽을 따라 살금살금 움직여, 음식 냄새를 따라갔다. 성난 개를 피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기자, 나는 그 전투 식량이 잡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절 때 나오는, 쇠고기와 채소와 당면을 볶은 요리. 전투 식량 버전의 잡채는 힘줄 많은 고기와 회색으로 변한 채소들 때문에 맛이 없을 것 같았다. --- p.322 |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열세 살 ‘세빈’은 호랑이로 변신하며 훈련을 한다. 세빈의 꿈은 ‘환’ 삼촌처럼 우주군 선장이 되는 것. 어느 날 세빈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도착한다. 좋은 소식은 세빈이 우주군 생도로 선발되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환 삼촌이 반역죄로 기소되었다는 것이다. 세빈은 일단 꿈에 그리던 우주군에 입대하기 위해 떠나고, 삼촌을 둘러싼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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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열광한 한국 신화와 SF의 독특한 만남
세계적인 작가 이윤하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대작 “저의 전(前) 에이전트 제니퍼 잭슨은 릭 라이어던이 새로운 기획을 시작한다며 한국 신화와 스페이스 오페라를 결합한 이야기를 써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디즈니 히페리온 출판사의 편집자 스테프 루리는 아직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다고 얘기했고요. 그렇게 저는 릭 라이어던의 기획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윤하 작가 인터뷰 중에서 2018년, 전 세계 1억 8천만 부 판매된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릭 라이어던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가들에게 각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SF/판타지 소설을 써 보게 하는 기획을 떠올린다. 인도, 쿠바,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신화에 기반한 시리즈가 기획되는 가운데 한국 신화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윤하 작가의 ‘천 개의 세계’ 시리즈. 한국계 최초로 휴고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른 이윤하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작가인 릭 라이어던의 기획에 참여하여 한국 신화와 SF가 어우러진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천 개의 세계’ 시리즈 작품인 『호랑이가 눈뜰 때』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해외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신화와 SF가 환상적으로 결합되었다’는 독자 리뷰처럼, SF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한국 신화 이야기가 독자들을 매료한 것이다. 『파친코』 『작은 땅의 야수들』 『사라진 소녀들의 숲』 등 전 세계가 열광하는 K-스토리의 매력은 이제 SF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모험 “설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이 섞여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는 소설.” ―심완선(SF 평론가) 『호랑이가 눈뜰 때』는 열세 살 호랑이 인간 세빈이 선망하던 우주군에 생도로 입대하며 겪는 모험을 그렸다. 얼핏 보면 평범한 스페이스 오페라 같지만, 『호랑이가 눈뜰 때』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하고도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공용어가 한국어이고 공식 의복이 한복인 세계, 풍수지리에 따라 설계된 우주 기지, 우주선에 나타나 축귀 의식을 하는 무당 등 스페이스 오페라와 한국 문화가 혼합된 독보적인 세계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빈이 ‘사람들을 잡아먹기 위해 그들의 할머니로 변장한 사악한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들으며 자랐다는 대목이나, 우주군 전투 식량으로 ‘잡채’가 나오는 장면에서 특히 한국 독자들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더 알려지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 속에서 등장하는 박진감 넘치는 모험과 액션 또한 『호랑이가 눈뜰 때』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우주군 전함 ‘해태호’에 승선한 세빈은 우주선이 공격당하는 뜻밖의 위기를 마주한다. 우주선을 파괴하려는 음흉한 적들에 맞서 세빈은 동료 생도들과 함께 힘을 모은다.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로 변신해 용감하게 전투를 벌이는 세빈의 거침없는 액션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모험과 긴장감 있는 액션을 따라가다 보면 디즈니+가 이 소설을 영상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편견과 통념을 뒤집는 서사 이분법에 저항하는 상상력 “논바이너리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이윤하 작가 인터뷰 중에서 『호랑이가 눈뜰 때』의 주인공 세빈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논바이너리’(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이다. 이윤하 작가는 인터뷰에서 ‘나의 논바이너리 친구들은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쓴 소설에서도 논바이너리가 조연으로만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라고 밝혔다. 『호랑이가 눈뜰 때』에는 주인공 세빈을 비롯해 논바이너리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전혀 특이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천 개의 세계’는 다양한 정체성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것이 당연하고 평범한 세계다. 『호랑이가 눈뜰 때』에서 이윤하 작가는 편견과 통념을 뒤집으며 이분법에 저항하는 상상력을 보여 준다. 이러한 상상력의 배경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트랜스 남성으로서 겪은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 백인 친구의 부모로부터 ‘한국계 미국인이니까 어울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소설에서 차별 때문에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구미호로 형상화되었다. 또한 ‘그이’(they)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서사 전면에 등장하는 논바이너리 캐릭터들은 젠더의 이분법을 무너뜨린다. 문화와 성별의 경계를 뛰어넘는, 마치 우주처럼 무궁무진한 『호랑이가 눈뜰 때』의 상상력은 읽은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펼쳐 보일 것이다. “저는 어린 시절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내며, 부모님으로부터 영리한 호랑이와 구미호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만난 옛날이야기가, 우주의 별들 속에서 펼쳐지는 미래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게 되어 영광입니다. 즐겁게 읽으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호랑이가 눈뜰 때』 출간을 맞아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중에서 ▶ 캐릭터 소개 “호랑이가 명예롭게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 세빈 우주군 생도로 선발된 열세 살 호랑이. 환 삼촌처럼 명예로운 우주군 선장이 되기를 꿈꾼다. “너는 반역자일 뿐이야, 세빈.” ― 민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전설 속의 구미호. 특별 조사관의 조수로 일하며 은밀한 임무를 수행한다. “세빈! 너는 나와 함께해야 한다.” ― 환 세빈의 삼촌이자 우주군 전함 ‘창백한 번개호’의 전(前) 선장. 반역죄로 기소되어 도망을 다니는 중이다. “내 역할은 귀신들을 망자의 세계로 안내하는 거야.” ― 세나 영혼을 달래거나 잡귀를 내쫓는 무당. 요술을 부리는 삽사리 ‘실드’와 함께 다닌다. ▶ 추천사 매혹적인 한국 신화, 우주 전투의 화려한 액션과 명예를 향한 투쟁이 어우러지는 세계관이 전율을 일으킨다. SF와 한국 문화를 엮어 엄청난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_커커스 리뷰 한국 신화와 SF가 유쾌하게 어우러진 이 작품은 전작의 매력적인 세계를 확장해 짜릿한 모험을 보여 준다. _북리스트 흥미진진한 반전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으로 가득한 빠른 전개 속에서 ‘용기’와 ‘우정’이라는 주제가 드러난다. 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
설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이 섞여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는 소설. - 심완선 (SF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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