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4년 0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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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364g | 145*210*20mm |
ISBN13 | 9788936434106 |
ISBN10 | 8936434101 |
발행일 | 2014년 0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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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364g | 145*210*20mm |
ISBN13 | 9788936434106 |
ISBN10 | 8936434101 |
이만큼 가까이 작가 인터뷰: 서유미 심사평 수상소감 |
고양시와 파주시를 오가는 보라색 따복버스 20번은 작은 도로를 훑고 다녀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탄다. 아홉 시까지 출근하는 사람들과 달리 사람의 손으로 물건을 하나하나 만들어 납품해야 하는 작은 공장 노동자들 출근 시간이 빠를 수밖에 없다. 일하러 외국까지 온 마당에 조금 일찍 출근하는 게 무슨 대수이랴. 버스에 오르면 중국말은 중국말끼리 러시아말은 러시아말끼리 베트남 말은 베트남 말끼리 어쩌다가는 나라와 나라를 서로 교차하며 다국어로 된 말들로 떠들썩하다. 오늘은 어느 공장에 가게 되었는지 어제 일한 공장은 어떤 곳이었는지 정보를 나누며 하하 호호 즐거워한다. 차가 너무 작은 것은 불편하다. 도로가 좁고 과속 방지턱에 버스가 널뛰기를 하면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옆 사람 몸을 밀치기도 한다. 그 버스가 출판도시를 경유해서 한동안 출근버스로 애용했다.
고양시에서 파주시로 출근한 나와 달리 파주에서 고양으로 등교한 학생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 망할 버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 버스를 빼놓고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 그마저도 시간이 들쭉날쭉한 그 버스가 신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다른 노선들은 귀신같이 어긋나 우리를 피해갔다. 우리 여섯명은 곧 쓰러져 죽을 것 같지 않으면 매일 그 버스에 탔다. 누구 한사람 타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졌다.” 내가 탔던 따복버스는 소설 속 인물들이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있던 버스가 아니지만 너무나 닮았고 공교롭게도 번호가 2번이다. 게다가 6명 중 한 명은 출판도시에서 일하며 출판계 속사정을 이야기한다. 내 근거지인 일산과 파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하는 일도 익숙한 인물이 있어 내게 흡입력이 컸다.
작은 버스를 함께 타고 고등학교를 다닌 여섯 명과 ‘나’의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섯 명은 ‘나’와 송이, 수미, 민웅, 찬겸, 주완이고, 첫사랑은 주연의 연년생 오빠 주완이다. 송이는 패셔니스타, 수미는 외가에 얹혀 사는 처지, 민웅은 파주의 왕자, 찬겸은 새끼돼지, 주완은 다른 세계에서 파주로 온 친구다. 주완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나’에게 영화에 눈 뜨게 한다. ‘히치콕 주간’ ‘우디 앨런 주간’ ‘지브리 주간’ ‘주성치 주간’ 등을 정해 감독별, 배우별로 영화를 보는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나’는 주완에게서 가슴 설레는 경험을 한다.
그 거리감이 괜히 좋았다. 나머지 애들은 주완이의 친구가 아니다. 나만 주완이의 친구다. 친구보다 더 친밀한 어떤 것이다. 이만큼 가까워, 우리는. 여자친구보다도 더 친밀한 어떤 것이 어느날엔가는 될 수 있을지도 몰라.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다보면 분리가 불가능한 사이가 될 거라고, 나는 주완이의 곁에 캐주얼하게 앉아 음험하고도 창대한 계획을 세웠다. (98쪽)
‘나’는 주완이와 분리 불가능한 사이가 된다. “링크라 해야 할지 도킹이라 해야 할지, 우린 멋진 기계 같았다. 정교하고 귀한 부품들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무방이 상태의 기계”가 되어 연결되고 흐르는 경험도 한다. 그러나 주완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죽게 된다. 첫사랑의 죽음으로 ‘나’는 혼란스럽고 아픈 청춘 시절을 보낸다. 친구들 또한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며 십대를 건너 이십대를 거쳐 삼십대에 들어선다. 송이는 미국으로 건너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찬겸이는 치과의사가 되며, 수미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민웅이는 조경 일을 한다. 주연이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아는 사람들을 굴비처럼 엮어 돈을 대줄 회사에 파는 일도 한다. ‘나’는 영화미술을 하며 주연이의 굴비가 되어 영화감독도 되고 남자친구와 새 삶을 꾸릴까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모여서 함께 망가지고 고장나고 그러다 한사람씩 사라질 것을 예감했으나 이른 포기의 달콤함 같은 것이 깃들어 있어서 그리 무거워지진 않았다. 열개의 인디언 인형처럼 하나씩, 운이 좋으면 길게 머물 거고 아니라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담담하게 치킨을 먹고 생일파티를 하고 경조사를 챙겼다. 살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살아졌다. (192쪽)
느즈막히 사랑에 빠진 정세랑 작가님의 세번째 책이다. 소설을 잘 안읽는 내 독서 습관이 조금씩 바뀌는데 일조 하신 분이기도 하다.
<이만큼 가까이>는 제 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이지만, 귀여운 표지와 제목 폰트와 제목으로 인해 가장 덜 궁금한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책 읽는 순서는 내가 결정할수가 없었던 것이, 도서관에서 정세랑작가님 책은 모두 대여중이라 바로 빌려볼수가 없었는데, <보건교사 안은영> 다음으로 돌아온 책이 이 책이라 먼저 읽게 되었다.
뭔가 산뜻하고 귀여운 연애 이야기일거 같은 느낌의 표지와는 달리,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문체로, 같은 동네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시골에서 자라났지 때문에, 세상의 외딴 곳에 떨어져서 살아가는 듯한 그 느낌이, 비록 환경은 다를지라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욱 더 깊이 빠져들어서 읽었다.
등장인물들의 각자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듯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주인공의 직업과 연관되어 연출된, 카메라로 촬영한 컷들을 이야기 사이사이에 넣음으로써,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구분 지어 놓은것이 가장 인상깊었고, 그래서 시간 전환이 잦음에도 그다지 따라가기 어렵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어서 마지막 장을 넘길때 너무 아쉬웠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읽은 작가의 수상소감 역시 기가막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써낼수 있지 싶었다. 그 중에 인상에 남는 한 구절...
"며칠전에는 석조 기념관 뒤에 붙어 선 작고 빨간 음료수 자판기를 보았습니다. 어째서인지 그 풍경이 잊히지 않습니다. 저와 제 동료들이 하는 작업들이 결국 그렇게 거대한 것과 등을 맞대고 서서 이질적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갈증을 해소해주고, 밤에는 작고 하얀 창으로 빛나며, 기포와 향미를 더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안쪽 어두운 선반에 누운 서늘한 캔처럼 차례를 기다려왔던 것 같습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미끄러질 저를 받아주세요."
이만큼 가까이 272page, 작가의 수상소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