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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현천강玄川江
TAKE 1. 촬영 TAKE 2. 제보 TAKE 3. 폭우 TAKE 4. 사고 2부 · 무꾸리 TAKE 5. 방송 TAKE 6. 죽음 TAKE 7. 흉가 3부 · 물귀신 TAKE 8. 틈입 TAKE 9. 난장 TAKE 10. 결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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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문을 열어 주면 수귀가 들어올 거야.”
그 말에 다들 어이쿠 싶었지. 그런 이야기 있잖아. 귀신은 인간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들어온다고. 그러고 보니 이상하더라고. 마을회관 문은 잠겨 있지도 않았거든. 마음만 먹으면 열고 들어올 수 있는데 문만 두드린 채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사람의 짓은 아니지. 그날 밤은 다들 뜬눈으로 샜어. 왜 안 그랬겠어? 나만 해도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더라니까! --- p.14 “검은 강에 출몰하는 수귀의 정체는? 제목부터 죽이잖아, 안 그래?” 박재민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설레발을 쳤다. 전수라는 그때 이미 못마땅해했고. 아무튼 제법 큰 예산이 드는 이 촬영을 위해 오래 준비를 해 왔고 그런 만큼 멋진 장면이 나와야 한다고, 제작진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시현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수귀가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 p.26 해가 내리쬐는 강가였다. 강물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바로 그 옆을 여자가 달리고 있었다. 흰색 한복을 입었고, 맨발이었다. 땋아서 묶은 머리카락 뒤쪽에 흰색 댕기를 매고 있었다. 30대 중반쯤 됐을까? 여자는 발바닥이 찢기고 발톱이 들고 일어나는데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듯 보였다. 절박한 표정으로 달리던 여자는 결국 넘어졌다. 짧은 신음과 함께 여자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댕기가 풀어졌다. 다음 순간이었다. 낫이 여자의 목을 베고 지나간 건. --- p.45 “닥쳐라!” 애기신녀는 그야말로 우렁차게 외친 후 현관문에 부적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자기 왼손 약지를 물어뜯었다. 민시현은 애기신녀의 손가락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걸 봤다. 늙은 무당은 피 맺힌 손가락을 부적에 대고 그대로 뭔가를 적어 나갔다. 피로 쓴 알아볼 수 없는 글자는 발광하듯 번들거렸다. 부적 쓰기를 끝낸 애기신녀가 다시 소리쳤다. “요망한 것, 썩 물러가라!” --- p.93 윤동욱은 차를 세워 둔 뒤 강줄기를 따라 제법 오래 걸었다. 볼수록 요사스러운 강이었다. 삼라만상의 자연과 생물은 저마다의 빛을 띤다. 찬란히 빛나는 사람이나 산이 있는가 하면 그 빛이 조금 덜한 이도, 그리고 그런 곳도 있었다. 어두운 빛을 내뿜는 곳일수록 흉지였다. 살인자 중에도 어둡고 습한 기운을 지닌 자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현천강은 흉지 중 흉지였다. --- p.155 |
K-호러 장인, 전건우의 정통 호러 신작
K-호러 장인, 공포소설의 대가. 소설가 전건우의 정통 호러 소설이 앤드에서 출간되었다. 2008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호러와 추리/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전건우가 오랜만에 정통 호러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호러를 쓸 것이다. 호러야말로 내가 진정 사랑하는 장르니까. _작가의 말 중에서 호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작가, 전건우. 작품을 쓰는 동안 자신이 느꼈던 즐거움이 잘 변환되어 오싹한 두려움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어두운 물』은 올 여름 더위를 잊기에 완벽한 작품이다. “검은 강에 출몰하는 수귀의 정체는? 제목부터 죽이잖아, 안 그래?” 『어두운 물』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비밀과 거짓말] 팀으로 걸려 온 익명의 제보 전화로부터 시작한다. 제보의 내용은 파주 소재 현천강(玄川江)에 수귀(水鬼)가 산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수귀에게 당해 물에 빠져 죽은 피해자라는 것.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제보 전화에 꽂힌 메인 피디는 ‘수귀’를 다음 방송의 아이템으로 정하고, 무당과 풍수지리 전문가, 팀원 들을 이끌고 현천강으로 향한다. 그렇게 시작한 촬영은 첫날 아침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잠깐. 저건 누구야?” 무전기에서 박재민 피디 목소리가 울렸다. 민시현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강둑을 걷는 애기신녀 뒤쪽으로 누군가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제작진 중 한 명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산발을 한…… 여자였다. 잔뜩 헝클어져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도 이상한데 더 눈길을 끄는 건 달리는 모양새였다. 여자는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채 휘휘 저으며 겅중겅중 달리고 있었다. 마치 애기신녀를 덮치려고 하는 것처럼.-본문 중에서 익사 사고 현장에서 목격하게 된 끔찍한 실체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밀과 거짓말] 팀의 막내 작가인 민시현은 마을에 내려가 인터뷰를 따고 촬영팀이 있는 현천강으로 돌아오는 도중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누군가 살해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추가로 인터뷰를 하러 간 곳에서,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들은 살인범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가진 조칠복과 만나게 된다. 돌멩이 매달아서 강에 버려.-본문 중에서 민시현이 조칠복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간 현천강 현장은 한낮인데도 주위가 어두컴컴했다. 애기신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윤동욱의 말에 애기신녀를 보러 간 곳에서, 앞으로 폭우가 내릴 것이고 불어난 강물에서 수귀가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때, 민시현이 가지고 있던 무전기에서 메인 작가인 전수라의 시체가 현천강에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진짜 ‘악귀’는 누구인가 촬영이 진행되면서 현천강과 현천마을에 얽힌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가 점점 드러난다. 작품은 익사 사고와 수귀라는 자칫 뻔할 것 같은 소재에 전건우만의 서스펜스를 더해 탄탄하게 쌓아 올리며 생생한 공포를 전한다. 그리하여 절정에 이르렀을 때, 독자들이 느끼게 될 소름 돋는 진실은 과연 누가 진짜 악귀인가 하는 서늘한 결말에 다다르게 한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물론, 긴장감과 몰입감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어두운 물』은 K-오컬트 열풍 속에서 정통 호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 줄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어두운 물』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용감하고 무모하던 20대 시절의 나는 계곡에 빠진 친구를 구한 적이 있었다. 친구가 계곡물에 휩쓸려 가는 걸 보고 무작정 물에 뛰어들었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고 둘 다 뭍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말하지만 당시 상황은 꽤 급박했다. 물살은 거칠었고, 물은 차가웠으며, 나는 겨우 개헤엄 정도 칠 줄 아는 수영 초보였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 몇 명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 모른다. (중략) 그때 내가 느낀 건 악의였다.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이 어떤 악의를 품고 우리를 끝내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얼마간은 물에 빠지는 악몽을 자주 꿨다. 그 꿈속의 물은 시커먼 색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물이 선사하는 공포를 소설로 써 보고 싶었다. 예전에 『소용돌이』라는 작품을 쓰긴 했지만 그건 저수지가 배경이었다. 고인 물도 음습하고 무섭지만 모든 걸 휩쓸 듯이 흐르는 강물이 더 섬뜩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런 공포와 섬뜩함을 담은 작품이 바로 『어두운 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