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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80g | 140*205*20mm
ISBN13 9788954430760
ISBN10 8954430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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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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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다. 내가 더 화가 나는 건 누나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는, 우리 옆에 없다. 앞으로 식당이 잘돼도 엄마는 볼 수 없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도, 대학에 가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엄마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엄마는 더 이상 우리 옆에 없다.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늘 엄마를 기억하며 살지는 않는다. 엄마를 억지로 생각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학교에 있다 보면, 텔레비전을 보고 있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엄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때때로 엄마 생각이 날 때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답답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심장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기분이다. 내 기억 속에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아쉬울 뿐이지만, 엄마는 그렇지 못하다.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았다. 미술대회에서 작은 상이라도 받으면 엄마는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이모에게,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몇 번이고 자랑을 했다. 미술대회에 나가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엄마를 웃게 할 수 있으니까.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상을 받을 때는 별로 좋지 않다가, 엄마가 행 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상을 받은 게 기뻤다. 하지만 이제 나는 언제 기쁠까.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 p. 115~116

집 쪽으로 걷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쳤다.
점심시간에 만난 수지가 생각났다. 수지 옆에는 현석 형이 있었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보자, 비로소 둘이 사귀는 게 실감이 났다. 수지는 내게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지금 불쌍한 건 원장님이 아니라, 바로 나다.
걸음을 멈춰 섰다. 아무래도 내가 수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 p.152

“엄마 때문도, 너 때문도 아니야. 내가 식당을 하겠단 거 말이야.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내가 해보고 싶었어.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내 맞은편에 누나가 앉아 있다. 1층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식구라는 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 왜 셋이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을까?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각자 따로 밥을 먹었다.
“누나, 앞으로 우리 자주 여기서 밥 먹자.
--- p.212

“선생님, 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 애매해요. 그림 그리는 게 좋긴 한데 자신이 없어요. 미대에 갈 수 있을지, 간다 하더라도 나중에 먹고살 수는 있을지 말이에요.”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이 피식, 하고 웃었다.
“인마, 원래 그래. 딱 부러지는 건 없다. 수학이라고 딱 정해지냐? 그 뭐냐. 파이. 3.14. 그 뒤로도 계속 줄줄이 따라오잖아. 인생은 원래 애매한 거다. 그러니까 결단력이 필요해. 3.14 뒤를 딱 잘라내는 것처럼 말이다.”
--- p. 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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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과 재규 남매는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서로를 통해 자신을 본다. 돌아가신 엄마와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고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일이 필요했다. 이로써 둘은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동시에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부모를 사랑할 때 비로소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걸 서로에게 가르쳐 준다.
(…) 작가 김혜정의 작품에 등장하는 청소년 주인공들은 한없이 평범하면서도 진중하고, 하나같이 순수하고 따뜻한 인물들이어서 그러한 함정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미래를 향한 갈등과 고민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일은 청소년기의 과업이자 특권이기에 청소년소설이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지극히 온당하면서도 적절하다. 더구나 많은 청소년소설이 삶의 허무와 우울, 고뇌에 잠겨 있는 분위기에서 이는 김혜정의 작품이 고유하게 빛나는 지점으로 자리한다.
김유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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