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단지 추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상품을 구독자에게 배달하는 형태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도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하고 있다. 패션 상품 큐레이션 커머스인 ‘바이박스’는 클러치·액세서리·스카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소품들로 구성된 세트를 소비자의 취향을 우선 고려해 구성하고 있으며, 고달픈 직장 생활의 시름을 달래주는 ‘샐러리맨 박스’에서는 남녀를 구분해 휴대용 세제·핫팩·숙취해소제 등 생활 제품들을 성별에 따라 분류해 선별하고 있다. 서울의 유명 제과점들과 제휴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빵들을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해주는 ‘헤이브레드’도 소비자의 발품을 대신하고 시간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큐레이션 커머스로 성장했다. (218쪽)
과거 물건이 귀하던 시절에는 제품을 매장에 갖다 놓기만 하면 판매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필요뿐 아니라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찾아 쇼핑을 한다. 또한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기본 기능 외에 보다 높은 만족감이나 우월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찾게 되었다. 소비자의 감각이 더욱 세심하고 복잡해진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선호를 자극하고 만족시키려는 과정에서 품질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품질을 가늠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즉, 품질의 개념이 보다 감성 지향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227쪽)
소매유통 솔루션 기업인 호인터Hointer도 의류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위해 모바일 앱과 연동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매장에 들어선 고객이 모바일로 ‘옴니서비스Omni Service’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직원의 도움 없이도 간단한 쇼핑을 시작할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옷의 태그에 휴대폰을 대면 옷에 관한 정보, 사이즈, 다른 고객 리뷰, 관련 의류 정보, 세일 정보 등의 모든 정보가 휴대폰 안에 표시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착용하고 싶은 옷을 고르고 앱을 통해 입어보기 버튼을 누르면 “몇 번 탈의실로 가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뜨고 해당 의류가 즉시 탈의실로 보내진다. 사이즈 교환도 탈의실에서 간단하게 휴대폰을 통해 가능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은 옆에 있는 구멍에 넣으면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자동으로 사라진다. (258쪽)
네티즌 수사대 역시 소비자들의 증거중독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미드’, ‘영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CSI]나 [셜록] 같은 수사 드라마를 일상적으로 시청한 덕분에 셜록 홈즈 못지않은 추리력을 갖추게 된 것일까? 일반 소비자들의 수사력이 갈수록 치밀해지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로 악명을 떨치던 음지의 네티즌들이 아니다. 최근 네티즌 수사대는 몰카 제보에서부터 경찰과의 합동 수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게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도 특유의 수사력을 발휘해 거대 기업의 부당함을 당당히 공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담대함까지 보인다. (274쪽)
2014년 6월, 맥도날드 각 매장 앞에는 어린이날도 아닌데 때아닌 기다란 줄이 이어졌다. 햄버거를 싸게 팔아서도, 신메뉴가 등장해서도 아니었다. 어린이용 상품으로 구성된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의 증정품인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받기 위한 경쟁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한테까지 이어져 직장인이 밀집한 지역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행사가 조기마감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네티즌에 의해 실시간으로 전국 맥도날드 매장의 피규어 현황이 생중계되었고, 원하는 피규어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다른 지역 매장까지 찾아가는 ‘원정족’들이 넘쳐났다. 온라인 중고장터에서는 맥도날드 피규어가 바로 인기 품목으로 등장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인기에 맥도날드는 슈퍼마리오에 이어 ‘스펀지 밥,’ ‘드래곤 길들이기’ 피규어를 증정하는 행사를 몇 달간 추가로 지속했다. (292쪽)
연출된 일상을 업로드하는 셀피가 주요한 트렌드가 된 첫 번째 사회적 원인은 이미지 세대의 성장이다. 사실 셀피라는 단어는 낯설지 모르지만 ‘자기 사진 찍기’는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하고 보편화된 행위다. 1990년대 말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스티커 사진기에 익숙한 30대,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의 캠코더 렌즈에 익숙한 20대, 그리고 최신 렌즈에 익숙한 10대들까지, 이들은 카메라 앞에만 서면 베스트 포즈와 소위 얼짱 각도로 무장한 채 능숙하게 셀카를 찍어왔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물결이 일기 전인 2000년대 중반에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라는 공간에서 자기 사진을 전시하며 이미지로 소통하고 관계 짓기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통해 한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셀피를 터득했다. 다만 초기에는 셀피를 찍는 이유가 예쁘게 나온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 셀피를 찍고 전시하는 진짜 이유는 내가 오늘도 건재하다는 인증이자 SNS 공간 속 친구들에게 말을 건네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인 셈이다. (318-319쪽)
패스트 패션 분야는 치고 빠지기에 가장 좋은 시장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값비싼 명품은 오랫동안 소중히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르지만 저렴한 패스트 패션은 한 계절 사용한 후 버리거나 장롱 속에 마냥 방치해두어도 부담이 적다. 제품 회전율도 빨라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트렌디한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대놓고 치고 빠지는 고객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제품 충성도가 높은 화장품 시장에서 갈팡질팡 선택에 주저하는 소비자는 공격적으로 유혹해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제품의 한정판 ‘체험 키트’를 마련하고 ‘체험단’을 모집해 고객과의 썸 타기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339쪽)
일상의 여유와 느긋함을 다루는 감성 매거진들 속에는 여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망이 담겨 있다. 감성 잡지의 대표 주자인 킨포크는 한국어판이 정식 출간되기 전부터 원서의 반응이 뜨거워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던 잡지다.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한 남자의 블로그에서 시작되어 작가·화가·농부·사진작가 등 40여 명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의 이름이다. 이들은 텃밭에서 재배한 식재료로 ‘스트레스 없는 요리’를 만들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고 조리법을 공유하며 느긋한 삶을 추구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엮은 잡지 [킨포크]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이제 잡지 이름을 넘어 느긋한 삶의 기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361-362쪽)
시니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는 5060세대를 위한 브랜드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를 위한 옷’이라고 규정짓는 듯한 이미지가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인데 나한테도 잘 어울린다는 심리가 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과거 일본의 화장픔 브랜드 시세이도가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이 변한다”라는 나이를 강조한 광고 문구를 내건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는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50세를 위한 제품’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열 살 젊어지는 제품’과 같이 간접적으로 타깃을 겨냥해야 한다. 건강 지향성이나 고령 친화성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90쪽)
골목길은 한 개인의 창업을 넘어서 협동 창업 공간으로서 새롭게 구성되기도 한다. 특히 서울 도심의 뒷골목은 아직도 원형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아서, 최소의 자금으로 효율적인 창업이 가능한 공간들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연남동의 ‘어쩌다 가게’다. 이곳에서는 ‘5년간 월세 동결’이라는 조건으로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공유경제의 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나만 잘살자’가 아니라 ‘함께 오래 잘살자’라는 구호를 모토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그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지속 가능한 무대 위에서 안정적으로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한 것이다. (399-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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