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내가 초감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제7의 감각이라 부를 만한 영원하고 잠재의식적인 시간감각을 지닌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 조상들은 자명종이 없던 시대에도 이런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 p.27
낮에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가장 강력한 시간 신호 장치인 빛을 특히 잘 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 하루 최소 15분씩만이라도 규칙적으로 햇빛을 쬐어주면 생체리듬이 안정되고 강화되며 아울러 생체시계가 정확히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48
인간의 시간 유형이 서로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는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다. 뮌헨의 시간생물학자 틸 뢰네베르크는 “심한 올빼미들은 심한 종달새들이 기상할 때쯤, 즉 새벽 4시쯤에야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고 말한다. 뢰네베르크는 가능하면 자신의 생체리듬에 맞춰 사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심한 올빼미와 심한 종달새가 결혼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농담을 한다. --- p.96
잠을 많이 자기로 유명했던 독일인 두 사람은 이를 직관적으로 알았다. 그들이 일주일에 4일만 일했던 건 아니지만, 계속하여 충분한 잠을 자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곧잘 수면을 주제로 글을 썼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하루 중 여러 번 잠시 눈 붙이는 데 선수였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매일 밤 굉장히 많이 잤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거의 언제나 잠을 푹 잔 상태로 살았다. 천재성과 창조력의 진정한 비밀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 p.128
수면 중에 혈관계와 면역계, 피부, 간, 근육, 많은 다른 장기들이 새로운 세포를 생성한다. 노화한 세포는 제거되고, 감염과 염증에 대한 싸움이 진행된다. 그리하여 단잠은 사람을 건강하고 기분 좋고 젊게 만든다. 그러니 운동선수들이 성장호르몬을 도핑하다 발각되기도 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사람의 모든 과정을 자극하는데, 도핑의 경우가 아니고는 깊은 잠을 잘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 pp.133-134
미국의 최근 연구 또한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나이 들어가며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얀 보른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약이나 기술은 앞으로 히트상품이 될 것 이라고 말한다. 결국 충분한 숙면을 취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적극적인 안티에이징”이기 때문에. --- p.138
실험결과, 우리가 왜 그렇게 시차증에 무기력한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쥐들 두뇌 속의 중추시계는 6일 정도 지나자 차츰차츰 새로운 시간에 적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폐나 근육의 시계들은 훨씬 힘겨워했고, 이 과정에서 공통의 박자를 잃어버렸다. 무엇보다 간의 시간감각은 엉망이 되어, 다른 장기들보다 적응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이래 시간생물학자들은 “유럽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하면 두뇌는 5일 후에 도착을 하고 간은 2주 후에나 도착을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런 말은 우습게 들리지만, 진지한 인식이 담겨 있다. 메나커와 타이 역시 자신들이 쥐에게서 관찰한 현상이 건강에 그리 좋을 리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차증에 자주 노출되거나 교대근무가 잦을수록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 p.169
심리질환 외에 오랜 세월 교대근무를 한 사람들에게 눈에 띄게 빈발하는 과민성 증가 및 순발력과 학습력, 집중력 저하 같은 현상은 최근 쥐 실험에서 확인하였듯 신경세포 파괴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야간근무자들이 밤에 근무를 해야 하는 시간에는 계속 깜박깜박 잠이 들고, 낮 동안에는 잠을 이룰 수 없는 현상과 관련해서는 “교대근무 수면장애shift-work sleep disorder”라는 고유한 병명이 탄생하였다. --- p.175
매미가 17년에 한 번씩 한꺼번에 성체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적을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한꺼번에, 전부 다 성충이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종류의 바이오 ‘플래시 몹Flashmob(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이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정한 날짜ㆍ시간ㆍ장소를 정한 뒤에 모인 다음, 약속된 행동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흩어지는 모 임이나 행위를 일컫는다)’은 새, 곰, 담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적에게 부 담이 된다. 다른 한편 매미가 17년 혹은 13년에 한 번씩 성충이 되어 울어젖히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17과 13이라는 수는 둘 다 1과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소수다. 수만 년 전 육식 맵시벌이 이 매미들의 적이었을 것이며, 그리하여 매미들이 특이한 리듬을 활용해 적들을 피하려 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맵시벌들이 이들과 똑같은 라이프사이클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 p.218
그러나 클라이트먼이 생애 가장 중요한 발견에 이른 것은 1954년이었다. 당시 자신의 제자 유진 아세린스키와 함께 세계 최초로 “패러독스 수면”(혹은 ‘역설적 수면’: 몸 전체는 깊이 잠들어 있는데 뇌파만이 빠른 동요를 나타내므로 역설적이라 하여 붙여진 말)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모든 인간이 수면 중에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일반적인 잠으로부터 완전히 다른 단계로 옮겨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이런 “제3의 상태”를 rapid eye-movement sleep, 즉 빠른 안구운동을 동반하는 수면, 줄여서 “렘REM수면”이라고 불렀다. --- p.221
당시 학자들은 유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알지 못했으며, 유전분자인 DNA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칼이나 눈 색깔, 키나 귓불의 크기 같은 특징들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달된다는 점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자녀들이 (정확히 콩처럼) 엄마 아빠 유전자를 반반씩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자녀들의 유전적 특성은 최소한 이론상으로는 대부분 부모의 혼합이다. --- p.244
세이손-코르시는 많은 시계 유전자들이 하루 동안 세포 활동의 리듬을 조절하기 위해 후성유전학적 스위치 체계를 활용한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학자 중 하나였다. 각 세포의 아주 많은 유전자들이 하루를 거치며 리듬감 있는 활동주기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했다. 생화학적으로 이런 리듬을 담당하는 것은 후성유전학적 스위치들이다. 그리고 해당 후성유전학적 효소가 특화되어서 일하기 때문에, 세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유전자만 관여한다. 가령 간은 음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될 때만 소화효소를 생산한다. 인간은 낮에, 쥐는 밤에 말이다. --- p.252
그곳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충분한 잠을, 달게 푹 자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이 사실 또한 간파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사회, 수면부족이 없고 잠 의식과 깨어있는 의식 사이의 기분 좋은 반수면 상태에 지속적으로 빠지는 사회야말로 행복한 세상이라는 것 말이다.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