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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베다

달빛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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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462쪽 | 574g | 140*210*30mm
ISBN13 9788954606455
ISBN10 8954606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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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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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임홍빈
1940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구부 전문위원을 거쳐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민족군사실 책임편찬위원과 국방군사연구소 지역연구부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1992년부터 중국의 군사역사, 전쟁사 연구와 중국 고전 및 현대문학 작품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중국역대명화가선』『수호별전』『소설 공자』『서유기』『현실+꿈+유머: 린위탕 일대기』『의천도룡기』『백록원』(공역) 등이 있으며, 한국 고전군사문헌을 현대어로 국역한『문종진법·병장설』『무경칠서』『백전기법』『조선시대군사관계법: 경국대전·대명률직해』『역대병요』등이 있다. 저서로는『현대중국어교본』『독학중국어회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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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써늘하고도 축축하게 습기가 도는 밤바람이 또 한바탕 불어 닥쳤다. 바람결에 휩쓸려 안뜰 양편에 줄줄이 늘어세운 유명 인사의 종이 꼭두각시들이 우수수, 우수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를 냈다. 환청일까, 풀로 붙인 종잇장 부스럭거리는 소리 가운데 피식 비웃는 소리가 곁들여진 듯싶었다. 나는 당장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등줄기에 찌르르하니 소름이 끼쳤다. 역시 종이로 만든 붉은빛 등롱마저 갑작스레 종이에 촛불이 옮겨 붙었는지 등롱 격자 안에서 화르르 타오르더니 삽시간에 불덩어리로 바뀌어 주변을 환히 비치다가는 이내 꺼져버리고, 집 안은 곧바로 캄캄절벽이 되고 말았다. 불빛이 가장 밝게 타오르던 그 순간에, 나는 분명히 보았다.
--- 「설날 족자 걸기」에서

피파훙은 안뜰 한구석 투명한 빛깔로 번쩍거리는 황금 사슴 딱지 자전거를 가리키면서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혁명이 없었다면 저런 황금 사슴 딱지가 생겨날 수 있었겠어?” 그리고 또 내 어머니가 입은 바지를 가리켰다. “혁명이 없었다면 당신이 그렇게 좋은 모슬린 천 바지를 입어보기나 했겠느냐고!” 그런 다음 이번에는 내게 물었다. “피첸, 어디 말 좀 해봐라. 혁명이 좋은 거냐, 나쁜 거냐?”
“좋지요, 아주 좋고말고요!” 내가 대답했다. “혁명은 시끌벅적 흥청망청, 혁명은 부랑자, 건달,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없었다면 아빠가 어떻게 추이주 아줌마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릴 수 있겠어요?” --- 「설날 족자 걸기」에서

뭇사람의 눈초리가 모두 자기 한 몸에 못 박히듯 쏠려 있다. 그는 여전히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는 입을 딱 벌리고 자기 주먹을 있는 힘껏 입속에 쑤셔 넣었다. 그의 가슴속은 분노의 불덩어리로 가득 차, 주먹이라도 입속에 쑤셔 넣어야만 거의 미쳐 날뛸 지경에 다다른 격렬한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메기 아가리」에서

남자든 여자든 길바닥에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나, 어느 누구도 그를 본 척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무시당한 그의 가슴속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면서, 그는 미친 듯이 소나무껍질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나무껍질이 입술을 훑어 터지게 만들었고 이빨을 시리게 했다. 그는 미웠다. 엄지에 채워진 차꼬 수갑이 미웠고, 사람을 통구이로 만드는 뜨거운 태양이 미웠으며, (…) 하다못해 온 세상 모든 것이 다 밉기만 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나무껍질을 이빨로 물어뜯는 것뿐이었다.
--- 「엄지수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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