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10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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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쪽수확인중 | 412g | 188*257*15mm |
ISBN13 | 9791160944020 |
ISBN10 | 1160944024 |
KC인증 | ![]() 인증번호 : |
[단독] 호랭떡집 공책, 사계절그림책 2권↑ 두더지 텀블러 (각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18년 10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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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쪽수확인중 | 412g | 188*257*15mm |
ISBN13 | 9791160944020 |
ISBN10 | 1160944024 |
KC인증 | ![]() 인증번호 : |
누군가가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눈 내린 겨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쁜 듯 걸어가는 사람들의 뒤에 남겨진 발자국들은 누가 남긴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을 아주 많이, 빨리 하는 사람이었지요. 영혼은 어딘가 멀리 두고 온 지 오래였습니다.
어느날, 출장길의 호텔방에서 한밤중에 잠이 깬 남자는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도통 어디인지 알수 없었습니다.
이곳에 무슨 일로, 어떻게 온 건지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맙소사! 자기 이름마저도.
오전 내내 자기한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은 남자는 사무치게 외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속에 이미 어떤 사람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남자는 현명하고 나이 든 여의사를 찾아갔습니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여의사는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지만 남자가 자신만의 장소를 찾아 편안히 앉아서 영혼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남자는 도시 변두리에 작은 집을 구해, 매일매일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이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립니다.
몇 주가, 몇 달이 지나고 그의 머리가 길게 자라고 수염이 허리에 닿게 될 때까지...
흐릿하면서 어둡고 섬세한 흑백의 삽화들은 남자의 기억 저편에 남겨진 발자취를 따라 남자를 찾아 헤매는 그의 영혼의 지치고 쓸쓸한 마음을 한 가득 담은 것 같기도 하다.
남자가 묵묵히 기다리는 동안 여기 저기를 헤매던 그의 잃어버린 영혼이 드디어 남자를 찾아오게 된다.
어느 오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앞에 그가 잃어버린 영혼이 서 있었습니다.
영혼은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져 있었습니다.
"드디어"
영혼은 숨을 헐떡였습니다.
흑백의 흐릿했던 그림들은 남자와 영혼이 만나는 순간 아름답게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사람에게 마음이 깃드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 편이 먹먹해지는 것 같다.
덥수룩한 모습의 남자와 달리 영혼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남자의 잃어버린 영혼은 어쩌면 우리가 어느새 잃어버린 지도 모르고 살았던 우리의 순수함인지도 모르겠다.
남자를 찾기 위해 그의 영혼이 남자가 스쳐 지나갔던 곳을 따라오는 동안 남자 역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보낸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영혼이 더 아프고 상처 받게 되진 않을지 걱정하며 후회하진 않았을까?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어느새 나를 잃어버리고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잘 살아 왔는지 그리고 현재 잘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지치고 힘들 때는 조금 더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걸어야겠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떨어뜨린 내 영혼이 나를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책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지인으로 부터 어느날 문자 한통이 날라왔다."모든 책에는 각자 고유한 운명이 있다"( 로마의 희극 작가 테렌티우스) 테렌티우스..는 잘 모르지만 그가 남긴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말인 듯 하다. 공교롭게도 저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 시점이라,책을 고르고 읽는 과정에서 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잃어버린 영혼>을 쓴 작가도 잘 몰랐고,그림 작가는 더더욱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식물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물'을 주제로 한 책들을 따라 가다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꽃들의 말> 신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가 참여한 책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신긴한 건 호프만 스틸의 <672번째 밤의 동화>와 다른듯 닮은 이야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거다. 호프만 스틸 역시..모르고 있는 작가라 생각했다.(솔직하게 말하면 오래 전 읽었으나 기억에서 사라진 작가였다.)
종종 찾아 읽는 서가명가 시리즈를 검색하다 '고전'이란 주제를 보게 되었다. 목차를 살피다,유명한 작가들 가운데 유독 낯선 작가에게로 시선이 갔다.그런데 이미 오래전 창비에서 출간된 단편으로 만났던 적이 있었던 사실을 알았다.아주 짧은 단편이었는데..괴테,헤세 토마스 만의 글에 홀릭한 나머지 호프만 스탈...을 호프만 정도로 생각했던 모양이다.창비에서 세계문학단편집으로 기획된 <어는 사랑의 실험>에 실린 '672번째 밤의 동화'를 다시 읽었다.그리고 무슨 데자뷰 처럼 텍스트로 읽게된 이 멜랑코리한 글을 <잃어버린 영혼>만난 덕분에 책거리를 한 기분을 경험하게 되었다.올가의 글 보다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이 결정적 역활을 한 셈이다.세상에 새로운 창작물은 없다지만,이렇게 다른 듯 닮은 글을 읽게 될때면 짜릿함이 느껴진다. '672본째 밤의 동화'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제목에 '숫자'가 들어간 이유는 모르겠다. 한 남자가 불안 속에서 살아온 시간 만큼일까? 질문은 '서가명가'시리즈..에서 찾아 읽는 걸로.무튼 이 소설에서 내 시선을 붙든 건 '불안'이였다. 불안이 남자를 고독하게 만들었고..결국 불안으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이야기..불안으로 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된다.특히 코로나시대를 겪으면서는 더욱더..그럼에도 불안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노력을 하려 하기 보다 남자는 점점 더 불안 속으로 침잠해 들어 간다.이럴때면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불안'이란 화두로 읽다 보면 스토리도 멜랑콜리한 느낌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 속에 빠져 버린 영혼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한가득이다.그리고 <잃어버린 영혼>은 어떤 면에서 환상의 궁합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짧은 이야기에 그림이 담긴 책이다.앞서 읽은 책은 불안한 영혼 속에 불안전한 사람이 등장했다면,잃어버린..에서는 영혼이 정말(?)사라진다. 호프만스탈의 소설과 차이라면,이 남자는 너무 열심히 살다가 영혼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다.그래서일까 기억이 사라지게 된 그 시점에서도 남자는 두려움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그 상황을 받아 들인다. 묵묵히..
"그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서 주춤했다.자기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온실 안쪽에서 유리벽에 얼굴을 바싹 대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잠시후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보닌 어린아이였다."/104~105쪽 '672일째 밤의 동화'
호프만스탈의 글과 <잃어버린 영혼>에 등장한 이미지가 너무 닮아 놀랐다.애써 찾아 보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은..영화 속에 이런 장면이 등장했다면 작위적이라고 생각했을 텐데..정말 벌어지기도 한다.책 읽기는 혼자 하는 행위지만, 함께 읽는 거란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만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잃어버린 영혼>만 읽었다면 다소 추상적인 느낌으로만 글과 그림을 보게 되었을 게다.호프만스탈의 짧은 단편만 읽었다면 '불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에서 멈췄을게다.두 권의 책을 읽었으나.한 권을 읽는 기분이들었다.당연히 감정의 깊이는 두배 이상이되었다.심지어 닮은 듯 다른 결말을 만난 것도 흥미로웠고.. 문득 같은 주제로 엮어나오는 책들 말고..닮은 듯 다른 상황의 책들도 엮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있는데..나만 아직 모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