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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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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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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동정심 많은 복습 교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야윈 소년의 얼굴에 비치는 당혹스러운 미소 뒤로 꺼져가는 한 영혼이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과 절망에 싸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우리는 수레바퀴 아래 깔린 달팽이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 야 할 운명을 짊어진 수레바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고향의 짙은 흙내를 맡으며, 다른 바퀴와 함께 어우러져, 달그락거리는 가락에 맞춰, 공동의 이상향을 향하여, 흥겹게 돌아가는 수레바퀴 말이다. 그 수레 위에 꿈과 사랑과 역사를 싣고서. ─ 김이섭, 「작품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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