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1년 08월 31일 |
---|---|
쪽수, 무게, 크기 | 278쪽 | 374g | 132*225*20mm |
ISBN13 | 9788937460500 |
ISBN10 | 8937460505 |
발행일 | 2001년 08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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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8쪽 | 374g | 132*225*20mm |
ISBN13 | 9788937460500 |
ISBN10 | 8937460505 |
늘 믿고보는 헤르만 헤세 작품.
데미안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도 재밌게 봤었는데 이번에 지인에게 수레바퀴 아래서도 추천받아 구입하게 되었다. 아직 읽지 못했는데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고 하여 빠른 시일에 읽어볼 예정이다. 오디오클립으로 전체적 스토리를 들어보긴 했는데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변화나 표현은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구입하기도 했다.
우리집 책꽂이에 이 책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구입한 지가 꽤나 오래된 것 같다.
그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니 한번은 읽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호기롭게 주문했지만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책꽂이에 보관을 하던 중이었다.
영원히 장식으로만 남았을지도 모를 이 책이 3월의 수독회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된 덕분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여전히 새책같은 느낌으로 꽂혀있던 이 책에 대한 미안함과 반가움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면서 한스가 살고 있는 그 삶은 지금과도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에 놀랐다. 과연 이책이 그 옛날에 쓰여진 책인가 싶을 정도로 요즘과 너무 닮아 있었다. 마치 복붙이나 한 것처럼 말이다.
어른들의 욕망이 투영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조차 모르는 채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한스의 모습은 오늘날의 청소년들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p12 한스 기벤라트는 이 작은 마을이 힘겨운 경쟁에 내보내기로 한 유일한 후보자였다. 그명예는 대단했다.
p14 한스는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10시까지, 그밖의 다른 날에는 11시나 12시까지 때로는 더 늦게 까지도 공부를 했다.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는 기대에 찬 시선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칭찬과 명예의 달콤함은 어린 한스에게는 자기 존재의 이유가 되어 버렸고 이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했으리라.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입학 후에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단 한시도 자신을 편히 놓아줄 수 없었던 한스. 그는 죽어서야 비로소 자신을 놓을 수 있었다.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 하일너의 영향은 그의 존재 이유였던 사람들의 무한한 인정과 기대를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스를 끝까지 지켜주지 않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신학교에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한스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절망의 시선들, 그는 갖추었을 때도 잃었을 때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억지로 아우구스트라는 친구의 견습공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에 동화되어 살아가려 했으나 그곳도 한스 자신의 자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외로움과 막막함은 어떻게 해야할까.
엠마와의 한낮의 달콤했던 꿈 같았던 사랑의 마음도 무참하게 버려졌다. 그렇게 버려진 한스에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들은 없었다. 한스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버려졌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 더는 한스가 그들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대상이 아니라는 것. 어린 한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무서운 수레바퀴였으리라. 그 수레바퀴 아래서 신음하고 있는 한스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결국에는 그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으로 싸늘한 시체로 떠오른 한스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 그의 죽음이 자살이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그냥 그 곁에 누구라도 있었다면, 상처받은 한스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줄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수레바퀴 아래서 신음하는 한스에게 손을 내밀어 꺼내 줄 누구라도 있었다면, 아마도 한스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살았을 것이다.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인 기대, 그리고 가짜 자기기대에 맞춰서 무조건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수많은 한스들.
더는 그런 비극적인 한스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산책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낚시를 즐기며 친구들과 재미있는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했던 한스, 이 세상의 많은 한스들은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도 괜찮은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100년 전과 쌍둥이처럼 닮아있는 이 사회가 100년 후에는 뭔가 다른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