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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1

옷소매 붉은 끝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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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66g | 148*210*30mm
ISBN13 9791104911514
ISBN10 11049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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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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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당興政堂 동남쪽. 동궁이 머무는 전각을 다들 도깨비 전각이라 불렀다. 밤마다 수상한 그림자가 일렁이거나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둥, 괴이한 사건이 자주 벌어진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한데 요새는 그 의미가 다소 변질되었다. 전혀 다른 이유로 도깨비 전각이라 불린다.
바로 무섭기로 소문난 동궁 때문이다.
동궁은 환관과 궁녀라면 학을 뗐다.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근처에 오지 못하게 내쳤다. 글을 읽을 땐 부정 탄다며 열 보 밖으로 물리기까지 했다. 굳이 따지자면 궁녀에게 더 박했다. 환관은 양물을 거두기는 했으되 그래도 사내라 신의 있는 자도 간혹 있다지만, 궁녀는 시답잖은 수작만 부린다며 일갈했다. 특히 궁인이 제 분수를 지나치는 걸 못 견뎌 했다. 아무리 싹싹한 아이라도 친한 척 너스레를 떨었다간 종아리가 터지도록 회초리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도깨비 납신다며 기피하기 시작한 전각 일대는 금세 황량해졌다.
을씨년스러운 동궁 전각 중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은 단연코 덕임이 일하는 별간이었다. 주합루宙合樓를 떠받치는 기둥 아래 찬밥데기처럼 붙박인 그곳은 말이 좋아서 별간이지, 잡동사니를 죄다 처박아놓는 헛간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공들여 정돈해도 다음 날 아침이면 누군가 버려두고 도망간 쓰레기가 가득 쌓여 말짱 도루묵인 곳에서, 덕임은 벌써 십수 년을 지냈다.
지밀 궁녀인 것이 화근이었다. 궁녀들끼린 원래 텃세가 심한 법이라지만 지밀은 특히 그렇다. 지밀나인들은 덕임을 번살이에 끼워주지 않았다. 나도 얼마 안 있으면 계례를 치르고 정식 나인이 된다고 치맛자락에 매달려 보았지만 별간에서 더 배우고 오라는 핀잔만 들었다. 걸레질을 하거나 하루 종일 멀뚱히 앉아 있어야 하는 별간에서 뭘 배워야 하는지는 물론 알려주지 않았다.
항아님들이 신참을 배척하는 까닭은 명백하다. 세간에서 망상하는 것처럼 승은을 두고 경쟁하는 건 아니다. 궁녀치고 팔자 고치는 단꿈을 꿔보지 않는 자는 없다지만, 그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얼뜨기 또한 없으니 말이다. 더욱이 늙은 상궁부터 파릇파릇한 나인까지 죄다 ‘도깨비 동궁마마’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당이니 실로 가당찮은 소리다.
다만 지밀나인들은 지체 높은 웃전의 시중을 드는 만큼 덩달아 신분 의식이 강하다. 지밀부 외의 궁녀들은 무수리나 다름없다며 깔보기는 물론, 더럽고 힘든 일은 기피했다. 하여 시궁창 같은 별간은 당연히 하찮은 생각시의 차지였다.
오늘도 덕임은 빗장을 열기도 전에 문간 가득 쌓인 쓰레기 더미부터 발견했다.
“뭐야, 또 누가 이랬어!”
덕임은 가장 가까이 있는 무더기를 걷어찼다. 숨어 있던 쥐새끼가 튀어나와 찍찍댔다.
둔탁하게 삐걱대는 문을 어깨로 밀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창부터 열었다. 화창한 햇살이 들자 휘날리는 먼지가 고스란히 보였다. 빗자루로 쥐를 쫓아가며 분주히 움직였다. 닦는답시고 걸레를 놀릴 때마다 풀썩 쏟아지는 먼지 때문에 기침을 연거푸 했다. 겉장이 먹물로 얼룩진 책을 치우다가 손을 베기도 했다.
청소를 끝낸 다음에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아니, 할 일이 아예 없었다. 멍하니 딴생각을 하던 덕임은 문득 습관처럼 창 너머 높이 솟은 해를 보더니, 어슬렁어슬렁 볕이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주합루 아래층, 즉 별간과 맞붙은 옆 전각에서 사내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命이 아닌 것은 없다 하나, 길흉과 화복이 하나같이 하늘이 명한 바인데 어찌 정正과 부정不正의 분별을 두겠는지요?”
“하늘의 명은 사람이 다룰 것이 아니지만, 암장巖墻이나 질곡桎梏은 도를 닦음으로써 사람이 능히 피할 수 있소. 그러므로 군자의 도리는 스스로 있는 도를 닦고 순리를 따라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것이오.”
“하면 주자 왈 하늘에 있어서는 모두가 정명이지만 사람이 따지자면 정명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는데, 이는 무슨 뜻입니까?”
“정명과 정명이 아닌 것이란 도를 극진히 함과 극진히 아니함의 구분이며…….”
매일 이 시각이면 동궁과 시강원들이 담론을 나누는 시강侍講이 열리는데, 별간에까지 그 소리가 들린다. 덕임은 창에 더욱 바짝 붙었다. 한손으로는 허름한 문갑을 뒤져 작은 서첩과 붓을 꺼냈다.
“곤궁해도 의義를 잃지 않는 선비가 득기得己를 한다는 말을 두고 《집주集註》에서는 득기는 곧 실기失己하지 않음이라 하였는데…….”
동궁의 대답이 술술 막힘없이 이어졌다.
도둑 글 공부를 한 지 어언 삼 년째라, 덕임도 풍월을 읊을 기세였다. 쭈그리고 앉아 무릎에 서첩을 대고 동궁의 말을 빠르게 받아 적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책벌레인 동궁의 성화로 매일 밤낮없이 이어지는 시강을 귀동냥하였으니, 그 목소리만은 백 보 밖에서도 감별할 수 있을 만치 친숙하다. 부드럽게 낮으며 또한 깊은 그것은 소년으로서 변성기를 겪고 금방 청년으로 자라난 완연한 사내의 음성이요, 아직은 덜 여물어 싱그러운 옥음이었다.
물론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낡은 벽을 뚫고 들어온 청량한 음성은 종일 듣는 계집애들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어린 환관들의 앵앵대는 목소리와도 천양지차였다. 그것은 살아 숨 쉬고 피가 끓는 사내의 형상이었다. 너무나 빨리 바깥세상과 유리되어 버린 그녀로서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강인한 남성성, 그 자체였다.
다만 가슴을 떨리게 해봤자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고, 실체 없는 울림에 불과했다. 하루 이틀 계속해서 듣다 보니 익숙해졌다. 스스럼없이 받아 적을 만큼 담력도 커졌다.
먹물을 가득 담은 간장 종지에 붓을 찍어가며 열심히 휘둘렀건만, 들려오던 목소리들이 문득 뚝 그쳤다. 오늘은 웬일로 서연을 일찍 파했나 보다.
마냥 아쉬운 채로 덕임은 서첩을 도로 감췄다. 또 할 일이 없다.
도망을 갈래도 만전을 기하려면 오시午時까지는 버텨야 한다. 밀린 필사 일이라도 할까 고민했으나 내키지 않았다. 골방에 갇혀 글이나 베끼기엔 날씨가 너무 좋다. 빨리 끝내야 한 푼이라도 더 벌겠지만……. 덕임은 창 너머로 수다 떠는 내시와 궁녀를 훔쳐보았다.
그때 삐그덕,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내가 있었다. 장식과 술을 달지 않아 수수한 남색 철릭 차림새였다. 입은 옷의 소매가 넓은 걸로 보아 별감 나부랭이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잔뜩 날이 선 눈초리로 별간 안을 둘러보았고, 이윽고 덕임에게까지 시선을 옮겼다.
“네가 여길 지키는 궁녀냐?”
순간 덕임은 제 귀를 의심했다. 괴이할 만치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동궁의 옥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에이, 설마 동궁은 아닐 것이다. 국본이 홀로 이 케케묵은 쓰레기장에 행차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그 사내는 동궁의 목소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양의 소유자였다.
키가 몹시 크고 다부진 체격에 얼굴선이 짙었다. 사내답게 억센 턱. 위풍당당하게 뻗은 눈썹.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콧대. 상대를 위축시키는 묘한 위압감이 있었다. 훤칠한 호남아였다. 반면 덕임이 생각하는 동궁은 마른 체구에 부드러우나 때로는 성마른 인상을 지닌 미남자다. 그만큼 동궁의 옥음은 섬세하고 무르녹았다.
이 사내의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묻지 않느냐.”
사내가 엄하게 재촉했다.
속으로 한참 부정의 단계를 거치고 나서 들어보니 아닌 것도 같다. 청량한 느낌은 같으나 좁은 별간 벽에 부딪쳐 웅웅거리는 탓인지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동궁이 말을 끝맺을 때마다 묘하게 안타까운 그 느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귀가 먹었느냐, 아니면 말을 할 줄 모르느냐?”
이제 사내의 표정은 험악했다.
어쩌면 동궁의 시강원들 중 한 명일지도 몰라. 그래서 덩달아 목소리가 익숙한 걸 수도 있지. 합리적인 반박을 찾아낸 다음에야 덕임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길 지키는 궁녀가 맞사옵니다만.”
“언제부터 여기서 번을 섰느냐?”
“묘시卯時부터 있었사온데……?”
사나운 눈치로 보아 대답이 틀린 모양이다.
“어어, 입궁했을 때부터 쭉 있었는데요.”
“사흘 전 밤에도 여길 지켰느냐?”
“생각시라 밤에는 일 안 합니다.”
냉정한 눈빛이 덕임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었다. 또한 별간 사이사이 야무지게 자리한 먼지와 묵은 때까지 샅샅이 둘러보았다. 스스럼없이 안쪽으로 들어와 창가에 선다. 바깥으로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역시 주합루 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군. 소리도 잘 들리고.”
사내가 중얼거렸다. 그는 별간에 뚫린 모든 창을 돌아본 뒤에야 다시 돌아왔다.
“근래 수상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느냐?”
몹시 에둘러 표현하고 있으되 실상은 뭘 묻는 건지 덕임은 대번에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접때 있었던 천인공노할 사건을 캐는 눈치다. 사흘 전 밤, 어느 흉악한 자가 동궁의 침전 앞마당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이 흉패한 글이 적힌 익명서를 던졌다. 동궁이 격노하여 포도청 군졸을 움직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없는데요.”
별간에서 가장 수상쩍은 것이라 봐야 동궁의 시강을 엿듣는 그녀 자신이 고작이다.
“궁인들이 궁료나 별감과 특히 친하게 지내는 광경은 본 적 있느냐?”
“글쎄, 잘 모르겠사온데요.”
“남몰래 이 부근을 기웃거리는 자를 본 적은?”
덕임은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사내는 비슷한 질문을 연이어 던졌지만 대답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먼지를 먹으며 쥐새끼나 잡는 생각시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성과를 얻지 못하자 사내는 미간을 찡그렸다. 쓸모없는 것을 보듯 거만한 시선이었다.
“한데 누구십니까? 누군데 들이닥쳐서는 마구 캐물으시냐고요?”
대뜸 반말부터 찍찍 늘어놓질 않나, 과년한 처자를 내놓고 무시하질 않나. 가만 보니 괘씸하다.
“입은 의복이 포청의 구군복具軍服은 아니고.”
덕임이 사내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턱주가리가 거뭇한 걸 보아 내시도 아닌데.”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사내의 얼굴에 바짝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는 겨우 그의 턱에나 닿을 만치 몸집이 작았으나, 사내는 주춤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어디의 누구시냐니까요?”
“나는…….”
그가 대답을 하려다 말고 입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네 알 바 아니다.”
대신 허리춤을 뒤지더니 동전 다섯 냥을 불쑥 내민다. 엉겁결에 받아 드니 그는 이죽이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야유했다.
“이제 제대로 털어놓을 마음이 생겼느냐?”
덕임은 제 손바닥에 놓인 동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뇌물인가 보다. 궐 밖 사람들이 궁녀들을 매수하려고 막 쥐여 준다는 그것 말이다.
“준다는 게 겨우 요깟 푼돈입니까?”
몇 마디 쏘삭여 주고 목돈을 모으는 궁녀들을 제법 보았고 또 부러워했으되 막상 겪어보니 퍽 불쾌했다.
“부족한가?”
사내의 목소리는 더욱 싸늘해졌다.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무렴 제가 겨우 닷 냥짜린 줄 아십니까?”
덕임은 동전을 사내의 가슴팍에 내던졌다. 사내는 받지 않았다. 튕겨 나온 동전은 사방으로 데굴데굴 굴러 별간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보아하니 녹을 먹는 궁료 같은데, 어찌 감히 국본의 처소를 사사로이 넘겨보며 그 궁녀를 매수하려 드십니까? 그런 불경한 자에게는 닷 냥이 아니라 오만 냥을 받는다 한들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머리통 하나는 족히 더 큰 사내를 상대로 호통을 쳤다. 서 상궁이 너 때문에 내가 늙는다고 만날 회초리를 드는 걸 생각해 보면, 그녀가 누굴 꾸짖는 일 자체가 참으로 우스웠다. 하나 덕임은 최소한 원칙은 지키는 왈짜였다.
“목소리가 어째 귀에 익어 저하의 시강원인가 했지만 하는 짓이 영 수상쩍은데……. 혹 나으리도 익명서 사건을 저지른 불온한 무리와 한 패거리 아닙니까?”
“네가 시강원의 목소리를 아느냐? 익명서와 관련된 일은 또 어찌 알고?”
하여튼 입이 방정이다. 덕임은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포, 포청에서 나온 군졸들이 그렇게 들쑤시고 다녔는데, 동궁의 궁녀치고 모른다 하면 그게 더 이상하옵지요.”
시강원 목소리가 어쩌고 한 것을 더 물어오기 전에 말을 돌렸다.
“아무튼 썩 나가십시오!”
사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덕임이 휘두른 조막만 한 주먹을 내려다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돈은 왜 받지 않느냐? 정말로 부족해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신의를 지키는 게냐? 궁인들은 동궁을 두고 도깨비라 우롱한다 들었는데.”
“이야, 진짜 몹쓸 양반일세.”
덕임이 삿대질을 했다.
“도깨비든 처녀 귀신이든, 전 뵌 적 없어 모르고요. 나으리는 어디서 감히 국본을 욕되게 하는 말을 입에 올리십니까? 글깨나 읽으신 분이 그래서야 씁니까?”
기세를 잡은 덕임은 사내를 다다다 몰아붙이며 등을 떠밀었다. 근육으로 다져진 단단한 등이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그 이질적인 감촉에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황당한 표정의 사내를 문밖으로 쫓아낸 다음, 들으라는 듯 빗장까지 걸었다. 그러곤 사내의 감촉이 남은 손을 훌훌 털어냈다.
“아, 맞다!”
덕임은 무릎을 탁 치더니, 얼른 바닥에 엎드려 사내가 버리고 간 동전을 찾았다. 닷 냥이면 오라비들이 공부할 책 한 권 정도는 구할 수 있는 재물이다. 돌려줬는데 받지 않았으니 당연히 주운 사람이 임자다.
“한데…… 설마 아니겠지?”
덕임은 쭈그려 앉은 채 중얼거렸다. 가슴 한구석에 진득하게 자리 잡은 불안감. 사내가 떠나고 없는 자리에 눈길이 갔다.
에이, 아니다. 저렇듯 소도둑 같은 사내가 그런 미려한 목소리의 주인일 수는 없어. 진짜 도깨비 동궁이었으면 즉시 불호령이 떨어졌겠지. 덕임은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 뒤로 몇 시각쯤 더 별간을 지켰으나, 오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물욕에 맞서 양심을 지켜 피곤하다는 이유로 얼른 별간 문을 닫고 땡땡이를 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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