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6월 16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129*189*20mm |
ISBN13 | 9788952236753 |
ISBN10 | 8952236750 |
발행일 | 2017년 06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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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129*189*20mm |
ISBN13 | 9788952236753 |
ISBN10 | 8952236750 |
한국 독자들에게 출간 10주년 기념 서문 출간 20주년 기념 서문 감사의 말 수업의 커리큘럼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 졸업 후 나의 이야기 코펠의 첫 번째 인터뷰 졸업 후 첫 만남 숨쉬기와 숨 헤아리기 신문사 파업과 새로운 시작 세상 첫 번째 화요일 자기 연민 두 번째 화요일 후회 세 번째 화요일 코펠의 두 번째 인터뷰 모리의 어린 시절 죽음 네 번째 화요일 가족 다섯 번째 화요일 감정 여섯 번째 화요일 모리의 삶 나이 드는 두려움 일곱 번째 화요일 돈 여덟 번째 화요일 사랑의 지속 아홉 번째 화요일 결혼 열 번째 화요일 우리의 문화 열한 번째 화요일 코펠의 마지막 인터뷰 용서 열두 번째 화요일 완벽한 하루 열세 번째 화요일 작별 인사 열네 번째 화요일 나의 졸업, 모리의 장례식 에필로그 옮기고 나서 |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읽고
"나는 20년간 사회심리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강의를 들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왜냐면 나는 지금 죽을 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전 이번 학기 강의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걱정된다면, 교과목을 변경해도 좋습니다."
(23쪽,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中)
대학 새내기 시절, 읽든 안 읽든 책제목만은 모리는('모르는'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학생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 있었다. 이제 막 십대를 지나 이십대를 여는 청춘들에게 낭만으로 치환된 삶에 가려져 있던 죽음이 삶과 맞닿아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일깨워준 책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자연스레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사십대를 맞아 다시 만난 모리 교수의 수업은 이십 년전과 사뭇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쇠락하는 데 가장 두려운 게 뭡니까?"
"테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줘야만 된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소."
(41쪽, 「코펠의 첫번째 인터뷰」中)
대학 졸업 후 앞만 보고 달리던 제자 미치는 우연히 TV토크쇼에서 흘러나온 옛 스승 모리 교수의 목소리를 듣고 16년 전의 약속을 떠올린다. 죽음을 앞둔 코치(미치가 모리 교수를 부르는 애칭)를 다시 만난 선수, 아니 미치는 매주 화요일마다 코치의 서가에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주제로 마지막 수업이자 마지막 논문을 함께 한다. 나도 화요일의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 그들의 수업을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다음 화요일에 다시 온단 말이지?"
마지막까지 스승이길 바랐던 모리 교수는 교단에 서기 전,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을 하면서 그들이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 바꿔 말하면 그들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지 않고 계속 기억되길 원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욕망을 읽어낸 것이다. 병원에서 대학으로 자리만 바뀌었을 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하는 그만의 공감력은 사그라들기는커녕 횃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준다. 어느 날 신경을 녹여 몸에 밀납이 쌓이는 듯한 루게릭병이 그를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사그라드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고 더불어 죽음을 배우라고 말하면서 기꺼이 삶과 죽음을 잇는 마지막 다리가 되기로 결심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네. 들어주겠나?"
"누군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네.
혼자선 그런 생각을 하며 살기는 힘든 법이거든."
"나한테 뭐든 물어보라구."
누구에게나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게 아님을 깨달은 그는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모아 '살아 있는 장례식'을 치르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만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그들에게 답장하는 일에 진심을 다한다. 또한 화요일마다 미치가 그를 도와주기 위해 몸을 숙여 마이크를 바로잡아주거나 몸에 손을 대면, 그는 어른으로서 나눠주고 아기로서 받는 일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가 날마다 죽음의 그림자를 껴안고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써내려간 단상들에서 미치가(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궁금한 것들, 즉 '죽음, 가족, 두려움, 나이듦, 탐욕, 용서, 의미있는 삶'에 관한 혜답을 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어깨 위에 있는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즉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지금처럼 야망이 넘치지 않게 될 테니까."
(114~115쪽, 「죽음(네 번째 화요일)中」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125쪽, 「가족(다섯 번째 화요일)」中)
"경험하라고 하면서 또 벗어나라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고통, 사랑, 슬픔 등)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지면, 그래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두면, 그래서 온몸이 쑥 빠져들어가 버리면, 그때는 온전하게 그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네. (중략)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경험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럼 이젠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138~139쪽, 「감정(여섯 번째 화요일)」中)
"늙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셨어요?"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22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22살만큼 무지할 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은 아니네. 그것은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야.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구."
(155쪽, 「나이드는 두려움(일곱 번째 화요일)」中)
"이 사람들은 사랑에 너무 굶주려서 그 대용품을 받아들이고 있구나. 저들은 물질을 껴안으면서 일종의 포옹 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될 리가 있나. 물질이 사랑이나 용서, 다정함, 동료애 같은 것을 대신할 수는 없는데···."
(162쪽, 「돈(여덟 번째 화요일)」中)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213쪽, 「용서(열두 번째 화요일」中)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
(222쪽, 「완벽한 하루(열세 번째 화요일)」中)
책을 덮으며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한 가지, 즉 모리 교수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비단 죽음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는 삶에 의미를 더해줄 가치들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바를 아낌없이 나누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해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일깨워준 것이다. 생명의 불씨가 점차 사그라들 때쯤 미치가 코치에게 24시간만 건강해지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묻는 대목에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침내 장례식과 함께 모리의 수업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이 책을 찾는 많은 화요일의 사람들에게 그의 작은 이야기 속 큰 울림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매일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에 삶'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일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나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빵과 차로 아침을 먹고, 수영하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산책하면서 자연을 보고, 저녁은 스파게티나 오리 고기를 먹고, 실컷 춤을 추고, 집에 돌아와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사람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인생을 사는 태도가 바뀐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즉시 바뀐다. 그런데 그게 아주 잠깐이다. 죽을 거라는 걸 아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별개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을 상상만으로 느껴보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메멘토 모리를 외치고, 죽을 것처럼 살라는 조언을 들어도 와닿지 않는다. 죽기 직전 알게 되는 것은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깨달음은 되돌릴 수 없는 후회가 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 처한 모든 환경도 곧 사라진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이 변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세상에서 사라진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도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죽음에 대한 누군가의 조언이 정말이었구나하고 말이다. 그런 후회를 줄이라고, 사람들이 죽음을 생각하라고들 말한다. 경험할 방법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해주는 조언으로라도 듣게 되는 것이다. 자주 그 사실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때마다 스스로를 성찰하게 된다.
"모두들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기도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_ (P.138)
누군가가 죽음을 대한 경험이 좀더 죽음에 공감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이야기로나마 그런 기회를 준다. 죽음을 앞둔 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삶을 대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자기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알게 해준다. 덕분에 우리가 만나는 일상이 갖는 의미가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무심히 보내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저 창밖을 내다보지. 나무가 어떻게 변하는지 바람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알아차린다네. 그것은 시간이 창밖으로 지나쳐 가는 것을 아는 것과 비슷한 거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끝나 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치 처음으로 자연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에 마음이 끌린다네."_ (P.144)
잠든 것처럼 살다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익숙해서 무심히 대했던 모든 것들이 다른 의미를 지니는 순간. 내가 대하는 모든 것을 마지막인 것처럼 대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다. 마지막은 이처럼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모든 것이 내 앞에서 사라질 것을 알게 된 사람은 모든 순간,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 일상은 마치 그것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과 같다. 그러다 결론은 그 순간에 가서야 눈물 짓는 걸로.
죽어가는 사람이 살아남을 사람과 대화하면서 살아남을 사람이 알아야 할 것들을 말한다._(P.202)
죽어가는 사람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소원. 조금 더 살고 싶다는 간절함. 그것을 살아있는 우리는 이미 누리고 있다. 내일 죽을 거란 두려움 없이 사는 우리는 이미 행복에 젖어있어야 한다. 아프지 않고 사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야 할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는 다르게 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