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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고고심령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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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14g | 140*210*30mm
ISBN13 9788956057316
ISBN10 8956057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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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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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은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천문학자라도 어느 밤 권태에 지쳐 그 일을 함부로 내팽개쳐서는 안 됐다. 그가 보지 않으면 인류 전체를 통틀어 그 별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을지 모른다. 하필 그 순간 그 천체가 무슨 특별한 신호를 발산하기라도 한다면, 불운하게도 인류는 그 신호를 놓치고 마는 셈이다. 고고심령학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의무를 지는 일이었다. 남들은 있는지도 모르는 의무였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큰 임무였다. --- p.33~34

어느 안개 낀 밤이었다. 서울 도심 곳곳에 벽이 나타났다. 안개에 덮여 있어서 벽의 끝부분이 어떤 모습인지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그 안개는 사람들의 인지능력이나 기억력의 한계가 은유적으로 표현된 것인지도 몰랐다. --- p.36

성벽은 나타나는 순간 이미 그에 어울리는 규모의 시간을 동반한다. 백 년, 오백 년, 때로는 천 년 이상. 그리고 그 상태로 공간 자체를 점유해버린다. 따라서 이 시공간 안에 들어간 사람은 그 기나긴 시간을 통째로 받아들인다. --- p.38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분명 닫혀 있는 문 몇 개를 열어주는 일이 틀림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사방을 둘러싼 수천 개의 유리창 중 몇 개에 묻어 있는 먼지를 닦아주는 일이랄까. (…) 깨끗해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먼지로 뒤덮인 쪽보다 훨씬 선명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방향이 존재한다면, 사람의 눈은 다른 곳보다 자주 그쪽을 향하게 마련이었다. --- p.103

이 이야기의 끝부분은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쏟아진 신들의 언어가, 다른 모든 보잘것없는 인간의 언어와, 그 언어로 이루어진 모든 이야기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 전말을 기억하는 존재가 아무도 없는 이야기. 그 자체로 그것은 대재앙의 기록이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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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지난겨울 배명훈 작가를 인터뷰하던 중, 그가 소백산 천문대에 얼마간 머물 예정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오래된 애독자로서 나는 그 체험이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기대했고, 『고고심령학자』를 읽는 것은 그 기대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었다.
운영되지 않는 천문대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낸 고고심령학계의 은둔 고수, 문인지 박사가 세상을 떠나며 소설은 시작된다. 스승의 서재를 지도화 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된 제자 은수는, 서울에 ‘심령현상’으로 추정되는 성벽이 나타난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 하나. 배명훈은 SF 작가 아닌가? 의문 둘. 심령학은 SF와 가장 멀리 떨어진 믿음체계 아닌가? 그러니 이 책을 읽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도시 전체가 무언가에 빙의된 배후를 밝히기 위해 배명훈은 요새와 코끼리, 이상한 책 그리고 체스판과 장기판으로 네 사람의 여성을 떠나보낸다. 지적이고 사랑스런 퍼즐 풀이가 이렇게 완성된다.
_이다혜 (북칼럼니스트, [씨네21] 기자)

이 소설에서 서울이 맞닥뜨리는 위기는 거대한 멸망이지만, 그 멸망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조용하다. 그 멸망을 막는 것 또한 하룻밤이면 녹아버리는 눈처럼 존재감 약한, 그러나 답을 찾기를 멈추지 않고 큰 질문 앞에서 고개를 드는 연구자들이다. (…) 뒤틀리지 않은 사람들. 성벽이 사라지고 어린 혼령이 사라져도 자라나갈 관계들, 살아갈 사람들. 나는 『고고심령학자』 속 인물들의 삶이 어딘가에서 계속되리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으로부터 깊은 충족감을 느꼈다.
_정소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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