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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 중앙역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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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구성,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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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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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32쪽 | 735g | 140*200*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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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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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모두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듯하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이들을 비켜가고 그들은 무한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혀 있다.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든 잠 속으로 기어들어가려고 애쓴다. 그곳에서 하루를, 이틀을, 가능하다면 모두를 흘려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거리에 그들의 잠을 방해하는 것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그들과 점점 닮아가고 있다. 그런 예감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 불안의 강도는 점점 커진다.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_59~60쪽

이곳은 젊고 건강한 내게 가장 인색하고 야박하게 군다. 내가 가진 젊음을 대단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이나 젊은 나를 부러워하긴 마찬가지다. 마치 굉장한 걸 가진 것처럼 생각한다. 소진해야 할 젊음이 버겁도록 남았다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늙고 나는 젊다. 그러나 이곳에 함께 있으니 결국은 똑같은 게 아닌가. 아니, 차라리 살날이 적은 당신이 나보다 낫지 않은가.
_103쪽

모르는 사람 앞에 빈 손바닥을 펼쳐본 사람은 안다. 그 작은 손바닥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치르고 얼마간의 돈을 쥐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나중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만다. 거리에서 한번 잃은 것은 절대 되찾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영원히 잃는 대가라면 우리가 받는 돈은 그냥 주어지는 것도, 많은 것도 아니다.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잃고 난 다음에는 또 다른 걸 잃어야 하고, 잃을 게 없을 때까지 잃고 또 잃고 마침내 다 잃은 내 모습을 상상하는 건 서글픈 일이다. _185~186쪽

제대로 씻지 못한 내 몸을 여자가 핥는다. 내 몸에서 풍기는 온갖 악취를 견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모른 척 한다. 숨을 몰아쉬고 기침을 하면서도 여자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듯 여자는 필사적이다. 그런 여자에게 그만하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심장 소리가 거세진다. 그러면서도 머리로는 우리의 행위가 얼마나 추하고 더러운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발가벗은 욕구만 남은 이 행위를 어떻게 사랑이나 애정이라는 달콤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_285쪽

각조 위치로.
사람들은 교육 받은 대로 두 개의 조로 나뉘어져 골목을 둘러싼다. 하얀 입김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손가락을 움직여 파이프를 힘껏 움켜잡는다. 언 손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어둠 속을 노려본다. 보이지 않는 저곳에 몸을 납작 엎드린 것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분노만 남은 짐승 하나가 내 안에서 으르렁댄다. 그 짐승을 어떻게 다독이고 잠재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_295~296쪽
---본문
딸에 대하여

“어쩌면 딸애는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배우고 배우다가 배울 필요가 없는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워 버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계와 불화하는 법.” --- p.32

“이 애들은 유식하고 세련된 깡패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주먹을 쓰는 대신 주먹보다 강한 걸 쓰는 방법을 가르쳐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뺏긴 줄도 모르고, 당한 줄도 모르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거겠지.” --- p.46

“네가 하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은 이미 많이 들었다. 무슨 말을 또 얼마나 해서 가슴에 대못을 치려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도 권리가 있다. 힘들게 키운 자식이 평범하고 수수하게 사는 모습을 볼 권리가 있단 말이다.” --- p.66

“그리고 아프게 깨달았다. 이대로 딸애를 계속 당기기만 하면 결국 이 팽팽하고 위태로운 끈이 끊어지고 말겠구나. 이대로 딸을 잃고 말겠구나. 그러나 그게 이해를 뜻하는 건 아니다. 동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내가 쥐고 있던 끈을 느슨하게 푼 것뿐이다. 딸애가 조금 더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양보한 것뿐이다. 기대를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또 무언가를 버리고 계속 버리면서 물러선 것뿐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딸애는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른 척하는 걸까. 모르고 싶은 걸까.” --- p.68

“엄마, 여기 봐. 이걸 보라고. 이 말들이 바로 나야. 성소수자, 동성애자, 레즈비언. 여기 이 말들이 바로 나라고. 이게 그냥 나야.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나를 부른다고, 그래서 가족이고 일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이게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냐고.” --- p.107

“손발이 묶인 채 어디로 보내질지도 모르고 누워 있는 저 여자가 왜 나로 여겨지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 너무나도 분명한 예감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기댈 데도 의지할 데도 없는 게 저 여자의 탓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이제 딸애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단념해 버린 걸까. 어쩌면 나도, 딸애도 저 여자처럼 길고 긴 삶의 끝에 처박히다시피 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벌을 받게 될까.”
--- p.12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중앙역

젊은 남자가 역 앞 광장에 들어선다. 거리의 생활에 갓 편입된 그에게 노숙은 불편하다. 그가 하는 일은 흘러가지 않는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일뿐이다. 그는 자신의 젊음이 버겁다. 그런 그에게 늙고 병든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쥐가 무섭고 거리가 춥다면서 그의 품에 안겨 잠들지만, 밤새 그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캐리어를 훔쳐 달아난다. 그는 분노하여 가방을 찾느라 난리지만, 사실 그가 그리워하는 건 여자의 살결이다. 며칠 후 그는 여자를 발견하고, 가방을 내놓으라며 그녀를 다그치는데……. 자신에 대해, 서로에 대해 말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 이들. 필요한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이들. 밤에는 애인이었다가 낮에는 아무것도 아닌 이들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딸에 대하여

외동딸을 둔 엄마인 ‘나’는 딸이 살던 집에서 쫓겨 날 처지에 처하자 딸에게 자기 집으로 들어올 것을 제안하고, 딸은 자신의 동성 연인과 함께 엄마 집으로 들어온다. 한 집에서 딸의 연인과 마주하는 것도 모자라 딸은 동성애 문제로 대학에서 해고된 동료들을 위해 시위에 나서고, 급기야 함께 시위하는 사람들마저 집을 드나든다. ‘나’는 많이 배우고 똑똑한 딸이 거리에서 시위하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인생을 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분노와 미움은 딸의 연인을 향한다.
한편 노인요양병원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나’는 담당 환자인 젠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병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성심껏 젠을 돌본다. 하지만 요양소는 가족도 없고 의식도 불분명한 젠을 저렴한 병원으로 옮겨 이익을 남길 생각뿐이다.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나’는 입장을 요구받고, ‘나’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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