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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시선 17이동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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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46g | 104*182*20mm
ISBN13 9788972759645
ISBN10 897275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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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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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다면, 천사는 무엇에 복무할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은 접시를 뒤집어 구슬을 쏟는 일. 얼음 위에 눈, 얼음 위에 눈, 얼음 위에 눈. 다시 얼고. 다시 얼고. 다시 언다. 겹겹 쌓여가는 하얗고 빛나는 형상. 그것을 이해하려고 우리는 노래를 배웠지. 어떤 음률도 그곳에 가닿을 수 없네. 무수히 흩어지는 소리, 금속성의 소리. 거기서 내가 본 건 단지 슬픔 아니면 생, 탄생. 처음부터 세상에 슬픔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슬픔을 모르고 살 수도 있었을까. 우리는 세 명의 아이를 낳아 돌보네. 커다란 손들. 커다란 손들. 예쁘고 아름답고 따듯한 것만 가르칠 거야.

(…)

왜 나는 날면 안 돼요?

그날 너의 마지막 질문이 아주 오래 마음속에 남았단다. 그 말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단다.

항상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다니. 그보다 웃긴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공룡처럼 생각했다.
그보다 구체적인 감정이 없었다.

그래서 만들었지 노래를
네게 불러주려고

불과 나무의 노래를
모두 죽어버리는 이야기를 ---「조롱」중에서

어둠에 잠긴 해안선을 따라 눈이 흩어진다
수면 위로 내리는 눈송이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기로
끔찍한 것을 외면하기 전 오래 응시하기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어. (…) 있지, 그런 밤들이 네게도 있었을 거야. 내 마음이 먼저 쏟아진 것뿐이라고. ---「불가사의, 여름, 기도」중에서

한 번은 괜찮아. 넘어진 사람이 운다. 너는 결국 내게 온다. 와서 무릎을 꿇고 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나는 계단이 나누어 가진 동일한 각, 파리행 기차의 동일한 좌석과 선로, 나는 네 왼손과 오른손의 대칭을 바라본다. 그건 외로움 때문이야. 나는 위로 받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야. 네 마음의 대칭.
(…)
나는 벨기에에서 넘어졌는데 프랑스에서 일어났어. 다친 곳은 없나요? 뚱뚱한 여자가 책을 덮으며 물었어. 조금 더 넘어져 있어야겠군. 비가 왔으면 생각하자 비가 오기 시작했어. 날개를 접고 잎사귀 뒤에 숨어 있던 나비를 잡았어. 너무 오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니 죽은 다음에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요. 한 번 더 죽을 수만 있다면!
(…)
제발, 제발. 한 번만 용서해줘. 한 번뿐이었어. 에펠탑 아래서 크레페를 먹으며 너는 울음을 터뜨린다. 무릎을 꿇고. 나비도 비가 오면 비를 피하니까. 해가 지면 근사할 거라고 생각했었지. 해는 지지 않았다. 저 철탑의 무수한 각들이 저마다 나눠 가진 동일한 빛. 너는 그 빛을 사랑할 수 있어? 너는 대칭을 받아들일 수 있어? ---「배역을 맡은 걸 모르는 배우들이 기차에 모여 벌이는 즉흥극」중에서

언어는 사라지고 기호만 가득한

너는 누구를 이해한다는 기분을 가져본 적 있어? 이해받는 기분은? 나는 네가 다 안다고 그만 말해도 된다고 할 때, 네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어. 눈 한 송이, 눈 두 송이, 눈 억만 송이. 부수며 달려가는 차들. 어둠을 휘젓는 빛줄기들. 들려? 눈이 땅에 닿는 순간 나는 파열음.

(…)

들려?
평평한 땅에 쌓인
이토록 시끄러운 하양

차가운 손을 마주 잡으며. 나는 내가 잊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숲속을 헤매는 1초짜리 꿈. 찰나였어. 전 생애가. 눈 깜박이면 다시 태어나는 꿈. 눈 감는 순간 죽는 꿈. 다시 눈 뜨면 탄생의 고통 산산이 부서지는 꿈. 숲을 기어서 기어서 죽다 살다 반복하면서 어디에도 당도하지 못하고 그렇게 진행되는 무색의 꿈. 팔꿈치가 벗겨지고 피가 배어나오고 입속이 흙으로 가득 차는

들려? 그 소리.

돌아오는 길에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어. 얼굴들을 앉혀놓고 책을 읽었어. 아주아주 천천히 읽었어. 이 리듬 속에서 이 단어와 문장이 당신의 멱살을 잡고 취한 말처럼 혼돈의 창 속으로 당신을 밀어 넣기를 바랐어.

내가 받아줄게.
두 팔이 부러져도.
너를 받아줄게.
---「여의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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