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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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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276g | 118*180*30mm
ISBN13 9788972757931
ISBN10 8972757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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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는 언젠가 독자 고충 사연을 싣는 신문 칼럼에서 어느 ‘불행한’ 주부가 남편이 자신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편지를 보낸 것을 읽고 불평할 것도 참 없다고 냉소적으로 비웃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주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프리실라가 늘 집 안에서 냄비와 접시들을 이리 쨍그랑 저리 쨍그랑거리며 모든 것을 멋대로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을 여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찰서에 몰려와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그들은 프리실라가 바꾸어 놓은 이런저런 것들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댔고, 덕분에 경찰서는 늘 여자들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는 오늘도 종일 경찰서가 여자들로 발 디딜 틈 없으리라 확신했다. 로흐두에서 새 전기스토브는 마돈나가 집에 찾아온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 p.10

피터 하인드는 키가 175센티미터쯤 돼 보였다. 얼굴과 몸은 황금빛으로 보기 좋게 그을려 있었다. 늘씬한 근육질 몸매에, 금빛 머리칼은 모자처럼 머리 위로 돌돌 말려 있었고, 그 아래로 높이 솟은 광대뼈에, 황금빛이 도는 갈색 눈동자 주위를 둘러싼 속눈썹은 짙었으며, 단호해 보이는 입술은 그린 듯이 모양이 멋졌다. 목선은 고대 조각가들이 꿈꿀 만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말했다. “경찰관 자격으로 오신 건가요?”
“아니요.” 해미시가 말했다. “그냥 인사차 방문했습니다.”
피터가 갑자기 미소 지었고, 해미시는 갑작스러운 빛의 폭발이라도 목격한 사람처럼 눈만 끔뻑거렸다. 미소가 젊은 남자의 얼굴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 p.19

“아가씨 미래도 보이거든.” 그의 목소리가 낮게 노래하는 듯 기이하게 바뀌었다. 프리실라는 그러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상하게 최면에 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가씨는 맥베스와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아름다운 남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테니까.”
프리실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앵거스 씨, 농담도 심하시네요. 해미시에게는 동성애적인 성향이 전혀 없어요.”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젊은 청년이 나타나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거라는 말이에요.”
프리실라는 핸드백을 챙겨 들었다. “저 역시도 해미시를 배반할 의도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실은 해미시도 충분히 아름다운 청년이거든요.”
그녀는 경찰서까지 차를 몰았다. 그러나 부엌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었을 때, 안에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녀는 집 뒤로 돌아가 부엌 창을 들여다보았다. 해미시와 브로디 선생이 부엌 식탁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뚜껑이 열린 위스키병이 놓여 있었다. 해미시는 프리실라가 근래 보았던 그 어떤 모습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 p.27∼28

“혹시 마을 여자 중에…… 음…… 피터 하인드와 특별한 관계였던 사람이 있었니?”
아이의 눈이 갑자기 강철처럼 차갑게 변했다. “그러니까 누가 그 사람하고 잤는지 묻는 거잖아요? 우리 엄마도 그중 한 사람이었어요.”
“헤더, 넌 아직 어려.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야?”
“어느 날 밤에 엄마가 그 남자 집으로 들어가는 걸 제가 따라가서 봤거든요.” 아이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식탁 맞은편에 앉아 양 손바닥으로 턱을 괴었다.
“그, 그렇지만 네가 어떻게 알아?” 해미시가 얼굴을 붉혔다.
“소리를 들었어요.”
“그렇지만 본 건 아니잖아. 네가 착각한 걸지도 몰라. 넌 열두 살밖에 안 됐잖아.”
아이가 구석에 놓인 텔레비전 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저기서 다 보고 들었어요.”
아, 잃어버린 어린 시절이여, 해미시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네겐 정말 힘든 시간이었겠구나.”
“피터 하인드는 사악한 남자였어요. 진짜 사악했죠. 전 그 사람이 사라진 게 기뻐요.”
“하지만 이제 더는 그가 살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니?”
“그건 그냥 공상이었어요.”
--- p.26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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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인 건 맞아요. 하지만 그에게는
뭔가 무자비하고 사람의 심리를 조작하는 구석이 있었어요.
그자는 자기 허영심에 상처를 입는다면, 얼마든지 사악하게 변했을 거예요.”

검은 산으로 둘러싸인 검은 협만 끝에 자리한 음울하고 고요한 마을 드림에 매력적인 청년 피터 하인드가 이사 온다. 아도니스처럼 아름답다는 남자에 대한 소식은 로흐두 마을로까지 퍼져 나가 해미시 맥베스 경사의 귀에도 들어온다. 약혼녀 프리실라와 마을 부인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 버린 경찰서에서 도망친 경사는 새 이웃과 인사하러 드림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피터의 출현 이후, 파리만 날리던 드림의 미용실이 희끗희끗한 머리를 염색하려는 중년 여성들로 붐비고, 그런 아내들을 보며 외지인을 향한 증오심이 깊어지는 남편들을 목도하면서 그는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한편, 도망친 해미시를 찾아 나섰다가 엉터리 점성술사에게서 아름다운 남자와 관련된 불길한 예언을 듣고 만 프리실라 역시 피터를 보자 미신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이 적중하듯 두 사람의 로맨스에도, 드림 마을에도 위태로운 긴장감이 감돌던 어느 밤, 누군가 해미시를 찾아와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을 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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