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엄마부터 억척스런 육아에서 벗어나 힐링해요]
이 책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힐링이라는 점에 첫 번째 가치를 두었어요. ‘애는 혼자만 키우나? 왜 그렇게 요란해’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곱지 못한 시선에 위축되는 엄마, 육아를 위해 운전을 배웠다는 옆집 엄마(절대 운전하지 않겠다던 제 딸도 어느 날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려면 필요하다면서요), 밤늦게 퇴근하면서 ‘남자는 돈 벌고 육아는 여자 몫’이라는 남편(가끔 도와준다고 하는데 ‘돕는다’는 게 뭐죠? 육아는 여자 일인데 ‘내가 특별히 인심 써서 도와주는 거야’, 뭐 그 런 걸까요)의 무관심에 지쳐가는 요즘 엄마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안내서예요. 행복해도 돼요. 그리고 마음껏 요란하게 아이를 키워봐요. 남들은 하지 않는 나만의 방법으로.
[05 이미 소원해진 가족, 다시 이어져요]
사회생활(?)로 바쁜 아들(중2)은 자기가 꼭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묻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듣고만 있겠다’고 강조합니다. 이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이 났어요.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모습이지요. 무서운 중2잖아요. 중2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그려 볼 수 있는 장면이에요. 하지만 이런 아들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들어오면서 엄마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까지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뿌듯해졌어요.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죠.
‘각자의 영역에 대한 다툼, 토끼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남편의 생각 을 들으면서 경쟁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편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부분도 의미가 있었어요. 김현주 씨의 글을 읽어 보면 하브루타를 통해 가족이 모이고 만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요.
“집에서 아이들과 생각 나누기를 하면서 점점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에 놀랐고 ‘공감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의견과 생각을 진심으로 존중하게 되었어요. 하브루타를 하면서 한창 다양한 생각이 뻗어나가는 순간, 나만의 기 준으로 조급하게 끌고 가려 했던 저를 보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답답하고 힘들었을 아이들을 생각 하며 미안하고 부끄러워졌지요. ― 김수진, 1장”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엄마가 얘기하자고 하면 옆에 와서 앉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중학교에 올라가고부터는 방문을 걸어 잠그는 아이 들이 야속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마음이 상하기 때문에 얼굴을 보면 또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이는 점점 멀어지고…. 마땅한 주제가 없으니 대화를 한다고 시간을 마련해도 잔소리가 될 수밖에 없죠. 김현주 씨처럼 잔소리 주제와 거리가 먼, 책을 가지고 하브루타라는 방법으로 접근해 보세요.
[책 활용법 : ‘엄마표 하브루타’ 사용설명서] 중에서
저는 ‘여우와 두루미는 어떤 교양 있는 동물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이 궁금했어요. 그 내용은 ‘여우와 두루미는 교양 있는 동물이 되었는데, 과연 어떤 교양이 있을까?’라는 것으로 비록 문장은 부드럽지 못하지만, 꽤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예진아, ‘여우와 두루미는 어떤 교양 있는 동물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은 왜 만들었어?”
“음, 엄마는 집에 아무나 초대해요?”
“아니, 친한 친구만 집으로 초대하지.”
“그렇죠? 여우와 두루미도 그래요. 집에 초대할 만큼 친한 친구였던 여우와 두루미는 그릇 사건으로 힘들어졌어요. 하지만 여우와 두루미는 이 일 덕분에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더 친한 친구가 된 거지요.”
“그런데 교양은 왜 필요해?”
“접시에 담긴 음식을 본 두루미와 여우는 배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여우와 두루미는 교양도 갖추게 된 거지요.”
“그래서?”
“여우와 두루미는 너무 친한 친구여서 이런 일을 겪고 교양 있는 동물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이 질문을 만든 거예요.”
“와! 듣고 보니 정말 멋진데!”
“여우와 두루미는 어떤 교양 있는 동물이 되었을까?”
“그릇 사건을 통해 여우와 두루미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배려하는 동물이 되었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모든 동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동물 마을의 상담사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여우와 두루미가 같이?”
“같이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응. 그럴 것 같아. 같이 하면 재미있는 일은 또 뭐가 있을까?”
“숨바꼭질, 보드게임, 줄넘기…. 뭐든지요.”
“상담사가 된 여우와 두루미는 어떻게 살았을까?”
“상담사가 된 여우와 두루미는 상담 내용을 그림책으로 만들어서 작가도 되고, 돈도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요.”
가끔은 이렇게 질문을 만든 이유를 설명하는 생각 나누기가 더 재미있는 경우가 있어요.《이솝우화》를 그토록 많이 읽었지만, 여우와 두루미는 원래 어떤 친구 사이였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오늘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3장_기차 안에서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 할까? : 《이솝우화》 하브루타] 중에서
주인공 메이슨은 사소하지만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무서워했을 만한 것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해요. 그림자가 무섭고, 비둘기가 무섭고, 침대 밑에 사는 괴물이 무섭다는 주인공 메이슨….
“엄마도 어렸을 때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웠는데 메이슨도 그렇구나. 우리 미경이는 뭐가 무서웠어?”
“잘못하면 엄마한테 혼나는 거?” 짐작하던 대답이 나왔어요.
“그럼 잘못해도 엄마가 혼내지 말아야 하나?”
“그래도 엄마가 큰소리로 혼내는 건 싫어요….”
“엄마가 혼낼 때 그렇게 큰소리쳤나? 엄마는 나름 교양 있는 엄마라고 생각하는데….”
“엄마 화낼 때 엄청 많아요.”
맞아요. 사실 그런 엄마였어요. 모두 아이가 잘못했기 때문에 제가 아이를 혼내고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자기최면을 했던 것 같아요. 다 아이 탓이었죠. 어느 날 문득 제 육아 방법도 틀렸고 아이와의 관계도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시작한 하브루타였기에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 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미경이가 기분 나쁘지 않게 잘못한 걸 알 수 있을까?”
“그냥 옆집 아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세요. 엄마는 내 친구 윤서나 서현이가 잘못하면 크게 혼내지 않잖아요.”
푸핫! 빵 터졌어요.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오늘의 대화로 저는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라는 이름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어요. 맞아요!
화를 많이 내는 엄마, 그게 바로 저였어요.
아이는 “엄마 화낼 때 엄청 많아요”라고 저에게 이야기하면서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아마 많은 아이들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해 봤자 혼난다는 뻔한 결말을 알고 있어서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꾹꾹 눌러 담아 놓았던 엄마를 향한 말들은 아이들이 힘이 세지고 머리가 커지는 사춘기가 되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엄마 마음에 꽂히겠죠.
주인공 메이슨이 무서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메이슨의 할아버지가 다독이며 용기 모자를 접어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았다면 메이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용기가 생겼을까요? ‘그런 게 뭐가 무서워?’ 하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지 못했다면 메이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3장_‘용기를 가져!’라고 외쳐서 생기는 용기가 아니라면 : 생각 나누기로 찾게 된 용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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