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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 오지은의 유럽 기차 여행기

오지은 | 이봄 | 2018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8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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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56g | 128*188*20mm
ISBN13 9791188451319
ISBN10 118845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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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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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 비행기표를 샀다.
그냥 잘 쉬고 싶다.
그냥 신기해하고 싶다.
기차를 타고 알프스 한가운데를 달리고 나폴리에서 피자를 먹고 싶다.
그래도 될지, 내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오늘 내가 한 생각 중 가장 멍청한 생각일 것이리라.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 p.12

아침식사는 특별하다. 왜냐하면 아침엔 지독하게 입맛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밤엔 뭐든 맛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맛있는 아침식사는 날 몹시 흥분시킨다. 아침 입맛에도 맛있는 거면 정말 맛있는 거다. 순수한 기쁨, 눈이 떠지는 쾌감.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이 도시 최고의 아침식사는 어디서 먹을 수 있는지 찾아보곤 한다. 빈에서는 임페리얼 호텔이었다.
--- p.25

안 좋은 상상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된다면? 이런 말을 하면 항상 나의 모친은 말이 씨가 된다면서 내 손등을 때리곤 했다. 하지만 사고는 불운의 별자리 아래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은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지금이 있다. 어찌되었든 떠날 수 있는 지금.
--- p.47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다른 이름으로 빙하특급, 별명은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 먼 옛날 빙하가 만든 흔적을 볼 수 있어 빙하 특급이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알프스 깊은 골짜기 빙하의 흔적을 볼 수 있다니.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지나치게 탁월한 경험을 해버리면 다음이 없을 것 같아 두려워진다.
--- p.51

사람들이 기차를 보고 손을 흔든다. 부끄럽고 귀여운 마음. 나도 미스코리아가 된 마음으로 손을 흔들어봤지만 열차 제일 끝에 있어서 그들의 가시거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 p.57

산장의 체르마트.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슈퍼에 들러 우유와 주스를 사고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고 돌아왔다. 동네가 평화로워 하루의 위기가 겨우 ‘하마터면 염소 우유를 살 뻔했다’ 정도였다.
--- p.63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이런 눈보라 속을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기차여행이라는 호사.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하얘서 아름답다.
--- p.70

여행자에게는 단편적인 인상 몇으로 결론을 내릴 특권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 편견이 깨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도 있다. 역시 가보지 않으면 몰라.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하고 깨닫고 싶은 욕심.
--- p.73

나는 뛰쳐나가 손을 흔들며 열쇠가 고장났다고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케이 오케이. 다들 침착했다. 어떻게 그렇지? 열쇠는 원래 부러지기 마련이야, 이런 느낌의 침착함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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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지은 작가는 놀라울 만큼 근사한 공기 채집가다. 책을 펼치면 오래된 기차 의자의 감촉과 크루아상의 바삭거림, 객실 안과 밖의 기분 좋은 온도차, 햇빛과 눈,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빛이 그대로 있다. 단어와 단어 틈에 내려앉은, 가보지 못한 곳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입자들에 감탄하고 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두운 터널과 터널 사이, 아주 잠시만 만날 수 있는 빛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잘 포착하는 사람은 슬픔과 괴로움도 잘 포착할 수밖에 없어서, 먼 여행을 떠나 작고 무용해 보이는 경이를 담아 돌아와야 한다. 마음속에 완벽히 보존된 몇 초 동안의 풍경과 바람 한 줄기가 우리를 끝내 구하지는 못할지라도, 부드럽게 웃게 하는 것만으로 결코 무용하지 않다고 믿는다.
-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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