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1월 31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16g | 128*188*20mm |
ISBN13 | 9791196074425 |
ISBN10 | 1196074429 |
발행일 | 2019년 0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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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16g | 128*188*20mm |
ISBN13 | 9791196074425 |
ISBN10 | 1196074429 |
MD 한마디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책읽아웃 불현듯(오은) 님 말처럼 "우리는 누군가와 같이 자리를 구성해 나가는구나, 그 자리를 구성하기 위해 함께 애쓰고, 뛰고, 일하고, 서로를 돌보는구나, 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절감한 책"입니다. "그 사람이 있고 싶은 곳이 제자리라고요."라는 문장이 큰 울림을 전합니다. 겨울과 참 어울리는 표지와 내용이기도 하고요.
1. 한주의 이야기 눈의 요정 9 경찰의 전화 17 녹지 않는 눈 24 아사쿠사바시의 꼬치구이 노인 34 르 카페 도토루 45 긴자의 칼가게 52 동거인 57 실종 73 오타루의 집1 유키노의 어머니 이야기 84 오타루의 집2 줄리아나 도쿄 95 2. 유키노의 이야기 상담 #1 빛에 번진 사진 한 장 111 상담 #2 한수를 사랑하는 이유 124 상담 #3 제자리에 있어주세요 139 상담 #4 오타루를 떠나 도쿄로 151 상담 #5-1 좋아하는 것 말하기 163 상담 #5-2 도쿄를 떠나 부산으로 169 3. 다시, 한주의 이야기 유키노, 정추, 김추 185 4. 김추의 이야기 학회장1 주인공이 되고 싶어 195 눈밭의 칼과 아이 204 학회장2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219 의외의 메일 229 5. 한주와 유키노의 이야기 고백 237 그날 244 이제 길을 건너서 254 번외 눈이 내린다 259 작가의 말 288 |
쓸쓸한 이야기 한 편을 읽었다.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남쪽에서 읽는 눈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 첫눈이 왔다고들 하는데 이곳은 아직 소식이 없다. 창문을 열면 약간 흐릿한 하늘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한정현의 『줄리아나 도쿄』는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도 선택이라는 걸 해본 적 없는 인물들의 서사가 담겨 있다. 한주와 유키노.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걷는 그들에게 아직 오지 않은 첫눈에 대한 기대를 들려주고 싶다.
한주는 청강생 신분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다. 소설 읽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공부였지만 공부를 더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같은 공부를 하는 애인에게서 일상적으로 폭행을 당한다. 남들 앞에서는 웃지만 한주에게만은 차갑고 무참한 그에게서 벗어날 길이란 없다. 그날도 폭행을 당하고 한주는 목에 샤워 호스가 감긴 채 발견된다. 깨어난 한주는 한국어를 잃어버렸다. 외국어 증후군을 앓고서 일본으로 떠난다. 그녀에게 남아 있는 언어란 공부 때 읽은 일본어 뿐이었다.
서점에서 유키노를 만난다. 눈의 요정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남자. 성소수자이고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로 인한 유대감으로 함께 살아간다. 유키노에게도 폭행을 일삼는 애인이 있었다. 한주와 이름 한 글자가 다른 한수. 유키노와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수에게서 한주를 보호하고자 유키노는 집을 떠난다. 『줄리아나 도쿄』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이렇다. 소설의 서사는 전부를 말하지 않고 자주 끊긴다. 인물이 가진 배경에 몰두하기보다 그들이 현재를 살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과거를 추측해야 했다.
국적을 초월한 여성 노동자로서의 삶. 과거와 현재는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배척받으며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여성의 삶을 교차함으로써 한정현은 묻는다. 자신의 삶에서 선택이라는 것이 가능했느냐고. 한국어를 잃어버린 채 아무도 없는 일본에 와서 삶을 시작하는 한주를 통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여성의 시간을 보여준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줄리아나 도쿄'에 모여 춤을 추는 여성들이 있었다.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어본 적 없는 여성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춘다. 그곳에서만큼은 그녀들은 주인공이 된다.
『줄리아나 도쿄』는 여성, 성소수자, 데이트 폭행, 노동자, 문학, 시위, 전공투 같은 다양한 소재를 소설 안에 담는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쓸쓸함을 그린다. 과거는 잘못 끼운 필름으로 찍은 사진처럼 번져 있지만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이에게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는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이 오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책임을 타인에게 묻기도 하지만 겨울의 눈은 알고 있다. 잘못을 덮을 순 있지만 가려지진 않는다는 것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의 열패감을 『줄리아나 도쿄』는 담담하게 읊조린다. 실패라고 규정지을 순 있어도 패배라고 부를 순 없다. 한주는 입을 닫지 않는다. 말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린 대로 다시 배우며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좋은 것들은 미래에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한정현은 이렇게 작가의 말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미래. 내일. 다음. 이토록 근사한 말을 어둠 안에 숨겨둔 『줄리아나 도쿄』.
지난 달,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 '부산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새벽 시간 부산 덕천동의 한 지하상가에서 남녀가 다투는 영상이 인터넷에 확산된 것이다. 영상 속 남녀는 서로 발길질을 하며 싸우다 남성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남성은 주먹으로 여성을 계속 때려 쓰러뜨린 뒤 휴대전화로 여성의 얼굴 부위를 수차례 때렸고 의식을 잃은 여성을 두고 자리를 떠났다. 당시 CCTV로 현장을 목격한 상가관리인이 경찰 신고 후 여자를 찾아갔으나, 피해 여성은 신고를 취소해달라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폭행 영상이 유포되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는데, 경찰이 지목한 수사대상은 CCTV 유포 대상자였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의 끝은 살인이라고 말한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284명이 데이트폭력에 희생됐다. 매년 36명, 열흘에 1명꼴로 여성이 살해당했다.
"한주의 연인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그의 주문 하나를 듣지 못한 날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사과하는 아주머니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대신 밥을 먹는 내내 식탁 밑으로 한주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한주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면 발을 밟았다. 그 식당에 오자고 한 건 한주였기 때문이다." (p.104)
『줄리아나 도쿄』의 한주는 데이트폭력 생존자이다. 지적이고 다정했던 연인은 한주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했고, 그때마다 그녀는 자신을 자책했다. 결국 심각한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한주는 그 후유증으로 외국어증후군을 얻고 더이상 한국말을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게 된다. 이제 그녀가 말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일본어뿐.
“나의 친구 한주의 생일을 축하해. 눈의 요정이 너를 지켜줄 거야.”
한주에게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은 계속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유키노가 한주를 돕는다. 두 사람은 “돈을 합쳐 안전과 공간”을 마련하기로 하고 동거인 사이가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그들은 서로가 사랑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임을 알아본다.
한주는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에 제일 먼저 없어지는 건 소리'라는 말을 이해했다. 그녀가 공부했던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을 통해서였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여성 노동자들은 온몸을 던져 말하려 했다. 말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작업복을 벗어버리고서.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녀들은 강간과 폭행을 당하고 만다. 겨우 낸 목소리가 또다른 폭력으로 사라졌다는 뜻이다. (94)
상처받은 경험은 그 사람을 그 시간 속에 고여있게 만든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그 시간에 묶여 있다. 그렇다면 극심한 상처와 고통의 기억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에게도 다시 시간이 흘러갈 수 있을까?
2018년, 부천 데이트폭력 사건의 생존자는 한 달간 자신의 집에 감금된 채 연인이었던 가해자에게 학대를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다''머리채를 잡고 안방 침대 옆으로 끌고 가 주먹으로 몸 전체를 때렸다''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오는 동안 죽도록 맞을 것이고, 네 머리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말하며 맥주잔으로 정수리를 내리쳤다'고 한다. 3번의 시도 끝에 탈출한 피해자는 이미 복강에 염증이 가득했고 장기가 파열돼 출혈이 심했다. 2번의 큰 수술과 폭행 후유증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의 형량은 징역 4년, 그는 30세에 사회로 돌아온다.
『줄리아나 도쿄』는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연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부산 지하상가에서 폭력을 당한 여성은 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까. 이 사건에서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CCTV유포자인가? 고여있는 누군가의 시간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 당신이 틀리지 않았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생존자의 책임이 아니라고.
[도서] 줄리아나 도쿄 | |
한정현 저 스위밍꿀 | 2019년 01월 31일 |
ㅠㅠㅠㅠㅠ길게 썼는데 다 날라감... 흑흑
읽은 지 좀 된 소설이라 디테일은 기억이 안 나기는 하는데, 생각보다 더 우울하고 무거운 소재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고요하고 담담하게 이끌어가는 문체 덕분에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책.
이 책을 살 때에는 작가나 내용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오직 한 문구에 꽂혀서 샀었다.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상처는 완전히 잊혀진 듯했다가, 가장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그 존재를 다시 드러내니 말이다.]
어떻게 저런 문구를 쓸 수 있을까..
다른 리뷰 중에 트라우마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글을 봤는데 딱 맞는 설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