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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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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94g | 133*200*30mm
ISBN13 9788954656832
ISBN10 8954656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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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솔직해진다는 건,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 p.19

이십대의 나는 내 삶이 얇디얇은 유리에 얹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위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무언가가 내게 조금만 무게를 더해도 발밑의 유리가 산산조각날 거라고.
--- p.45

그는 자신은 소설가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쓰기란 비열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설가란 자신을 연민하기 위해 남을 의심하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연민도 하지 못하는 병신들이지. 그러곤 조금 웃었다.
--- p.241

성실하다는 것은 종종, 혹은 아주 자주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성실한 자들의 상상이란 현재를 미래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고, 그들의 상상이란 상상이란 이름의 서투른 자위고, 그들의 상상이란 물려받은 낡은 설계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성실한 자들의 손에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허공에 놓이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 p.275~276

제가 어둠을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다만 우주가 너무 거대한 거예요.
--- p.320

진보의 순간들 대부분은 나와 무관한 곳에서 이뤄지겠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갈까? 그건 두려운 일이었다. 그건 슬픈 일이었다. 그리고 어린 나는 어렴풋이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세계는 나를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 본질적으로 고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 p.365

형, 삶이란 건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방이 있는 거래. 그 방에서 또 문을 열고 나가면 또다른 방이래. 그런 게 삶이래. 하지만 난 이게 단순히 삶만을 얘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 p.38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번은 승훈이의 우람한 대흉근을 보면서 가슴근육이 소설가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다. 등단한 후에 비로소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노라고 말하던 승훈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근육을 단련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는 것 같다. 날로 근육이 발달하여 종국에는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는 소설가 ‘임승훈’에 관하여 승훈이만큼 쓸 수 있는 작가는 많겠지만, ‘근육의 애욕’을 그만큼 담아낼 이는 드물 것이다. ‘소설 쓰는 승훈이’는 ‘나’라는 오브제를 가장 잘 이해해보려는, 오늘날 몇 남지 않은 ‘퍼포먼서’이기 때문이다. 임승훈의 소설은 짐짓 웃기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를, 자기 자신을 울리려고 애쓴다. 이 웅숭깊은 ‘자학의 리얼리티 쇼’는 당신의 어떤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나, 임승훈은 그것이 알고 싶다.
- 김현 (시인)
그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이 소설집을 읽는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그것은 그의 소설이 남다른 발상과 독특한 양식적 시도들에 힘입고 있으면서도 결국 ‘남다름’ 자체를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수많은 임승훈들을 앞세워 마주하고 있는 세계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동시대 현실을 꼭 닮아 있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소설’이란 틀을 문제삼는다기보다 벗어날 길이 없다고 여겨져온 이 세계를 더이상 지속이 불가능한 ‘낡은 현실’로 보이게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가 임승훈과 독자들의 ‘지구에서의’ 삶은 이미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강경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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